내책(122)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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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책(122)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이다
  • 이완준 문지기쇠
  • 승인 2015.07.08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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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읽은 책
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신영복 저. 「담론」

명필이나 대가들의 글씨는 아름답지 않고 졸렬하고 어리숙하게 보이지만, 볼수록 깊이가 있고 진정성이 느껴지고 싫증이 나지 않는다고 한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는 널리 알려진 서예가이자 한학자, 경제학자, 우리시대의 대표적인 사회 철학자이자 사회 과학자, 실사구시의 진보철학자이며 인문학자로서 특유의 따뜻함과 깊이로 우리 곁에 다가오는 사람이다.
실수와 방황,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는 20년의 수형생활이 ‘나의 대학시절 이었다’는 고백처럼 그의 글에서는 가르치려 하거나 자랑하지 않아서 어리숙한 선생처럼 보이지만, 읽어 갈수록 내용이 깊고 삶의 향기가 묻어나는 큰 지식인이었다. 암 투병 중이라는 소식을 언론에서 들었기에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재와 교차되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의 삶의 성찰인 마지막 강의는 “공부란 인간과 세계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키우는 것”이라는 말로 시작 되었다. 공부는“머리에서 가슴까지의 여행”이 시작인데, 우리가 가지고 있는 완고한 인식의 틀을 깨서 ‘존재로부터 관계로’ 나아가자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책에서는 ‘관계’를 모든 담론의 중심에 두고 있었다. 나와 세계, 아픔과 기쁨, 사실과 진실, 이상과 현실, 이론과 실천, 자기개조와 연대 그리고 변화와 창조속의 관계들이 그것이다.
세계인식을 위하여는 동양 고전이 소개 되었다. 『시경』 이 북방문학이고 사실성과 진정성이 있다면, 『초사』는 남방문학이고 낭만과 자유로운 점을 들어 현실과 이상은 반드시 함께 있으며 기존의 틀을 넘어야 창조가 나온다는 설명에 이르렀다.
음양과 오행, 사시를 논한 『역경』을 여기서는 점서로 읽지 않을 뿐더러 과학서로도 읽지 않는다. 64괘의 하나 하나는 세상의 변화를 보여주는 수많은 경로를 보여주는 것인데, ‘관계론’으로 살펴보면 성찰, 겸손, 절제, 미완성, 변방의 중요성이 드러난다고 말한다.
최근에 중국이 세계화의 아이콘으로 삼는다는 공자의 『논어』는 “군자는 화목하되 부화뇌동하지 않는다”는 ‘화이부동(和以不同)’이 그들 유학파들의 대표적인 세계인식 이었고, 다양성을 인정하고 지배하려 하지 않으며 패권적 질서 이후를 고민하는 탈근대의 담론이었다. 『맹자』에서는 가장 평가되는 부분이 ‘민이 가장 귀하다’는 민본사상이었다.
『노자』는 실천론의 핵심은‘무위(無爲)’이고, 최고의 선은 물과 같다는 ‘상선약수’로 도를 설명한다. 가장먼저 강조하는 것은 “말없이 가르치고, 간섭하지 말고, 소유하지 말고, 자랑하지 말고, 공을 이루었더라도 그 공에 거하지 말라”는 주장이다.
『장자』는 얽매이지 않는 ‘탈정(脫井)’의 사상가이고, 『묵자』는 ‘반전과 겸애’사상의 소유자이며 검소함과 비타협의 실천을 중시한 당시에 가장 많은 지지자를 가진 학파였다고 한다.
세계의 인식은 제왕 학이면서 군주론이자 강력한 중앙집권의 법가사상을 집대성한 『한비자』까지 사상의 대비를 통하여 “동양의 사유는 결정론이 아니라, 모순과 대립의 통일과 조화”라고 저자는 결론지었다.
담론의 두 번째 주제인 ‘인간의 이해와 자기의 성찰’에 대해서는 관계의 최고 형태는 ‘입장의 동일함’이라며 자기변화는 최종적으로 인간관계에서 완성된다고 말한다. 그래서 “자기가 맺고 있는 인간관계가 자기 변화의 질과 높이를 결정한다”고 결론 짓는다. “서로를 따뜻하게 해주는 관계, 깨닫게 해주고 키워주는 관계가 더 최고의 관계”라는 설명이었다. 그가 자주 쓰는 글씨로 ‘함께 맞는 비’를 소개한다. 우산을 들어주는 것보다는, 함께 비를 맞는 것이 관계에서는 더욱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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