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진희(35·순창읍 남계)
“엄마를 잃어버린 지 일주일째다”라는 담담하면서도 슬픈 문장으로 ‘엄마를 부탁해’는 시작된다. 시골에서 올라온 엄마가 한 순간의 실수로 서울의 지하철역에서 실종돼버리고 자식들은 잃어버린 엄마를 찾으며 동시에 자신 옆에서 늘 숨 쉬던 엄마를 찾게 된다. 끝내 엄마를 찾지 못했지만 마음 속 깊이 ‘엄마’의 존재를 실감하게 된다는 내용이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무엇보다 ‘엄마’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소설 속 엄마를 잃고 헤매던 가족의 슬픔이 어머니의 소중함을 대변해 주었기 때문이다.
가족의 행복을 위해 우리의 어머니는 자신을 희생한다. 어쩌면 이 사실은 그 동안 당연한 사실이라 인식되어 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무뎌진 사실을 ‘엄마를 부탁해’가 비로소 다시 일깨워준 것이다. 엄마의 희생에 너무 무뎌져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받아들인 지난날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엄마를 부탁해’는 단지 어머니의 사랑과 희생을 말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작가는 ‘박소녀’의 회상으로 어머니에게 실재했던 고통을 보여준다. 강인하게 느껴졌던 어머니는 한 인격체였으며 또한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실감할 수 있었다.
소설 속 ‘너’는 곧 소설을 읽고 있는 ‘나’를 가리킨다. ‘너’는 엄마를 잃고 나서야 엄마의 빈자리를 알고 후회한다. 실제 ‘너’와 ‘나’는 다르지 않다. 작가는 우리가 엄마를 잃은 것이 아니라 잊은 것이라 말한다.
사랑하는 사람과 너무 가깝게 지내면 사랑하는지 조차 잊어버린다. 이 소설은 엄마를 잊어버리고 사는 우리들에게 엄마를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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