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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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다’ ‘미안하다’는 말이 없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07.21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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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했어요. 정말 염치없지만 잘못했다는 이 아이의 말을 들어줘요. (학교) 그만두게 하고 외국으로 보낼게요. 죽기 전에는 이 땅에 돌아오지 못하게 할 수도 있으니까 제발 잘못했다는 말이라도 들어줘요. (중략) 다 내 죄니까. 감히 용서해달라고 안 할 테니까 잘못했다는 말이라도 들어줘요. 잘못했어요. 잘못했어요.”

참 애절하다. 눈시울이 뜨겁다. 드라마 속, 사연은 차치하고 잘못한 사람이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비는 일이 저처럼 진실하면 용서해줘야 한다. 자식 잃은 어미의 마음은 잘못했다는 말조차 듣기 싫을 만큼 설움과 분함이 컸겠지만, 잘못을 인정하기 보다는 덧씌우는 세상에서 저처럼 진실하면 더 무얼 바라.

2011년 10월 26일, 96표차로 ‘3개월의 기적’을 일군 황숙주 군수는 “‘돈 버는 농업 잘사는 농촌’을 기치로 순창 발전을 10년 앞당기겠다”며 “인사특혜는 없을 것이며 문제가 됐던 수의계약 기준금액을 낮춰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96표차를 항상 마음속에 간직하겠다”는 약속을 완전하게 실행하지 않았다.

2014년 11개 읍ㆍ면에서 고른 득표로 재선한 황숙주 군수는 “선거과정에서 지나친 흑색선전으로 어려움이 많았지만 저를 믿고 지지해 주신 군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일관된 자세로 군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지켜 돌아오는 순창, 참 좋은 순창 건설을 실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시작도 못하고 중단될까 걱정된다.

군수와 군수 측근에 대한 수사는 멈추지 않고 있다. 2011년 재선거와 관련해 군수 부인과 조카 황씨 등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각각 300만원의 벌금을 물더니 재선거 당시 연설원과 군수 측근들 사이에 파열음이 점차 커져 압수수색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지난 6월에는 군수부인이 알선수재 혐의로 구속됐다.

끝이 아니다. 군수가 검찰청에 불려다니고 “군수 비서실장의 구속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수그러지지 않는다. 한 지방방송은 지난 16일, 군수 비서실장이 뇌물수수 혐의로 전북경찰청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태양광사업 허가와 관련해 업체 대표에게 1억원을 요구해 5000만원을 받은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보도했다.

주민들은 군수가 “부인이나 비서실장이 관여한 일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는다. 반면 아직 군수를 믿는 이들은 군수가 구속된 부인을 면회하면서 “죄가 있으면 살고 나오라”고 했다며 “그럴 분이 아니다”고 강변한다. 대단한 신뢰다. 그보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군수의 강고한 ‘청렴의지’가 존경스럽다.

지역자치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은 군수다. 군정의 실패는 군수 개인의 문제만은 아니다. 군정의 성공을 위해서는 공직자, 선출직 의원들의 역할 못지않게 측근의 역할이 중요하다. 중앙정치에서의 ‘가신’, ‘분신’, ‘친위’는 아니더라도 온전한 생각을 전하고 바른 정보를 골라 민원을 해결하는 참모가 필요해 보인다.

참모를 ‘멍청한 놈’, ‘영악한 놈’, ‘비겁한 놈’으로 나눈 칼럼을 본 기억이 있다. 실력이 없는데 이런저런 인연으로 들어간 사람은 무식하니 용감하다. 자신의 출세가 최우선인 머리가 좋고 ‘위장’에 능한 무리도 있다. 직언을 하지 않고 목숨만 부지하는 족속은 문제를 알지만 말하지 않고 더 좋은 자리만 탐낸다.

황 군수 주변에는 어떤 측근과 참모가 있을까. 멍청ㆍ영악ㆍ비겁한 놈만 모여 있으면 ‘쥐약’인데 공직사회에는 세 부류에 해당하지 않는 괜찮은 이들도 보이지만 황 군수의 분별력이 문제다. <열린순창>을 대하는 단호함과 결단이면 측근 비리로 이리 괴롭고 당혹스럽지 않을 텐데. “자신을 모르는 이에게 가장 좋은 치유는 면벽(面壁)”이란다. 홀로 반추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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