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하나가 되길 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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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하나가 되길 원해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08.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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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서 왔니? 중국? 일본?”
“한국”
“한국? 남한? 북한?”
“남한”
“아! 나 거기 알아. 여기 얼마나 있을 거야?”
“25일 동안이야. 파리부터 자동차 타고 다니는 중이야.”
얼마 전, 다시 갈 일이 없을 것 같았던 유럽을 또 다녀왔다. 여러 나라를 다니는 동안 만난 외국인들은 하나같이 국적과 여행기간을 물었다. 지난겨울에 다녀온 영국에서도 같은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남한이라고 답하자 그는 “나도 너희들이 북한에서 왔다고는 생각하지 않아”라고 말했다. 그 대화가 생각난 후, 어디에서 왔냐는 질문들이 알면서도 재차 확인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나중에는 한마디 더 보탰다.
“남한에서 왔어. 하지만 우리는 하나가 되길 원해.”
그제서야 외국인들은 “너의 바람이 이루어지면 좋겠다”며 미소 지었다. 그들에게 한반도 사정을 얘기하기에는 내 영어가 너무 짧았다. 이 얘기를 해볼 수 있는 ‘북한에서 온 사람’은 만나지 못했다. 
룩셈부르크 캠핑장에서의 일이다. 어두워지는 시간에 인솔자들과 맥주를 마시던 중 한 외국인이 말을 걸어왔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이라며 호감을 보였다. 자연스레 합석한 자리에서 그에게 기자 휴대전화에 있던 순창의 여러 사진들을 보여주며 한국에서 가볼만한 여행지를 추천해줬다. 향가유원지 전경을 찍어두길 잘했다. 아름답다며 꼭 가보고 싶다고 한 사람들이 너 댓 명은 더 됐으니 한 명이라도 와봤으면 좋겠다.
‘요(Yo)’라는 성을 쓰는 벨기에 국적의 그 친구는 맥주 얘기가 나오니 아주 신났다. 벨기에 맥주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나머지 맛보여 주겠다며 자신의 숙소로 초대했다. 우리는 안주용으로 김을 준비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만약 한국에 오면 절대 한국맥주는 마시지마. 좋은 기억으로 여행했으면 좋겠어.”
그는 한반도 정세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요의 얘기를 정리하자면 “나는 한국이 서로 통일하려면 북한이 독재를 없애고 핵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해” 정도였다. 남한에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얘기하지 않았다. 그는 캠핑장에 머물면서 룩셈부르크 시내에서 일을 하다 주말이면 브뤼셀에 있는 집으로 간다. 벨기에나 룩셈부르크 모두 불어를 쓰기 때문에 가능하다. 그를 보면서 세계적으로 많이 쓰이는 언어는 곧 그 나라가 전쟁을 많이 했다는 생각에 확신도 섰다.
벨기에는 2차 대전이 끝난 후에도 총성만 없을 뿐 지독한 민족대립을 겪고 있다. 요에게 있어 한국의 민족대립은 남의 일이 아니었다. 관점은 다르더라도 관심을 가져주는 것이 고마웠다.
한국에 오자마자 남북긴장국면이 심화됐다가 해소국면을 맞았다. 전쟁의 역사를 끝내고 평화의 역사를 만들어가자는 바람은 여전하다. 국경을 손바닥 뒤집듯 넘나드는 일이 반복 될수록 군사분계선도 손쉽게 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커졌다. 복기하자면 기자에게 출신을 물어본 외국인들은 뭔가 짚이는 게 있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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