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교성ㆍ호은잇 ‘백향과’ 농사짓는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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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교성ㆍ호은잇 ‘백향과’ 농사짓는 부부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8.26 0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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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줏빛 달걀모양 둘로 쪼개니 “황금알이 아라리요”

▲탱글탱글 영글은 백향과처럼 부부의 환한 웃음이 보기 좋다. 풍산 순정마을에서 백향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인교성ㆍ호은잇 씨가 방금 수확한 백향과를 들고 있다.

100가지 향이 난다고 붙여진 이름
미네랄 풍부 피부 특효 ‘여신 과일’
자꾸 생각나는 새콤한 맛 인기 ‘짱’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툭 툭” 떨어지는 달걀 모양의 과일들. 상처가 나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됐지만 만져보니 딱딱하다. 손 안에 쏙 들어온 자줏빛 열대과일의 이름은 ‘백향과’. 맛은 어떨지, 반으로 쪼개니 이게 웬걸? ‘반전’이다. 노란 알알이 담겨있는데 맛보다 은은한 향기가 코끝에 닿으니 ‘이래서 100가지 향이 나는 과일이라 하였구나’ 싶다. 자꾸만 당기는 신맛으로 올여름 과일시장을 노리는 ‘백향과’ 농사꾼 인교성(46ㆍ풍산 순정)ㆍ호은잇(38ㆍ캄보디아 출신) 부부를 만났다.

군인에서 농부로 제2의 인생

부부는 180평짜리 하우스 3개 동에 백향과를 재배하고 있다. 23년 10개월 동안 군인으로 살았던 인교성 씨는 지난해 2월 해군소령으로 제대, 풍산 순정마을에 터를 잡았다. 제대하기 전 휴가 기간에 순창에 주소지를 옮겨놓고 귀농준비를 했다는 그는 후배를 통해 백향과를 접하고 곧바로 농사에 뛰어들었다. 순창이 고향은 아니지만 선조들을 모신 선산이 순창에 있어 큰 고민 없이 내려오게 됐다고. 인씨는 “교동 인씨 순창파 65대손이다. 순창에 47~52대조 조상님들을 모신 선산이 있어 그동안 묘 관리를 해왔다”면서 “제대 하자마자 와서 농사에 뛰어들었는데 재미있다. 힘든 것도 있지만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처음 시작한 농사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고. 심고 두 달이면 꽃피고 열매가 열린다던 백향과는 석 달이 지나도 꽃이 피지 않아 걱정이 많았고 총채라는 벌레가 생기는 걸 보고 약을 해야 하는지, 친환경으로 키워야 하는지 고민도 많았다. 인씨는 “우리 백향과는 조금 늦게 꽃이 피고 열매가 달렸다. 남들은 벌써 꽃이 피었다는데 감감 무소식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좀 늦게 열더라”면서 “열매가 열고 익어가는 중에 총채가 생겨서 어떻게 할지 고민했다. 생으로 먹는 과일인데 약을 하면 몸에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 친환경 약재를 한 번 하고 그 뒤로는 약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백향과는 겉 표면이 침 자국 같이 오돌토돌하다. 백화점 가면 반질반질하고 모양도 예쁜 백향과가 있는데 보기엔 좋지만 약을 하지 않고는 그렇게 못 키운다. 나는 약을 안 해서 모양은 예쁘지 않지만 몸에는 훨씬 좋다”며 투박한 손으로 백향과를 두 쪽으로 갈라 내밀었다.

광주 아파트, 담양 죽녹원, 강천산서 노점도

자줏빛 겉껍질 속에 코코넛 과육 같은 하얀 속살이 감싸고 있고 그 안에 노란 알알이 독특한 생김새다. 무엇보다 백향과의 가장 큰 자랑은 향기다. 쪼개자마자 속에 감춰두었던 향기가 침샘을 자극한다. 맛이 어떨까 궁금해지고 “후루룩” 입 속에 넣으면 상큼한 신맛이 입안에 퍼진다. 신맛도 종류가 다양한데 백향과는 자꾸만 당기는 끝 맛이 매력적이다. 알알이 씨앗이 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게 먹을 수 있다. 인씨는 “먹어본 분들은 맛이 괜찮다고 하는데 아직 홍보가 안 돼서 팔 곳이 없다. 하도 답답해서 동생이 사는 광주의 한 아파트 앞에서 노점도 해보았고 담양 죽녹원 앞에서도 팔아봤다. 가까운 강천산에 사람이 많이 오니까 팔아보려고 나가봤는데 30분 만에 쫓겨났다. 다른 지역에서는 어떻게든 팔았는데 연고지인 순창에서는 쫓아내더라. 속상했다”면서 “요즘은 주말에 농특산물 주말장터에 나가 꽤 많이 팔고 있다”고 말했다. 첫 농사에 남들이 하지 않는 작물에 도전한 그는 “순창에서 백향과 농사는 처음이었을 거다. 내가 시작할 때 구림에 사시는 전진열ㆍ김범기 씨도 같이 심었다. 올해는 금과에서도 한 농가가 백향과 농사를 시작했다”면서 “지금은 백화점이나 큰 마트에만 파는 과일이지만 소문이 나면 직거래로도 많이 사고 팔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주말장터에 나가면 파는 것보다 시식하는 양이 더 많아도 계속 맛보시라고 권한다”면서 머지않아 백향과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질 것이라 기대했다.

오렌지, 레몬보다 비타민 풍부

백향과는 ‘여신의 과일’로 불릴 정도로 피부미용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열대지역 대표 과일로 ‘패션푸르츠’라고도 불린다. 체내의 열을 빼내주는 효과가 있고 열독을 제거하는 해독효능이 있다. 미네랄이 풍부하여 햇볕과 더위로 인한 체내 전해질 불균형을 바로잡아준다. 상큼하고 향긋한 맛을 자랑하는 백향과는 기침 치료, 식욕부진, 피로감, 주의력 감퇴, 수면장애, 두통 등에도 좋다. 베타카로틴, 칼륨, 식이성 섬유질, 비타민씨가 오렌지나 레몬보다 많다. 백향과의 섬유소는 석류의 5배 정도로 노화 방지, 피로 회복, 만성 변비에 좋다. 고혈압 환자에게도 추천하는 과일이다.
백향과는 반으로 자르거나 윗부분만 잘라서 속을 숟가락으로 떠먹거나 우유, 요구르트와 함께 갈아 마셔도 좋다. 빵이나 푸딩, 케이크의 재료로도 활용이 가능하며 효소, 술 등을 담가 먹어도 된다.
과육뿐만 아니라 씨와 껍질도 먹을 수 있다. 백향과 씨는 과육으로 덮여 있어 막이 형성돼 먹기에 큰 부담이 없다. 껍질 속에 있는 과육은 곱게 채 썰어 물에 우려 차로 먹거나 말려 따뜻한 물에 우려먹으면 된다. 껍질은 효소로 만들어 음료나 드레싱용 식초로 사용할 수 있다. 인씨는 “백향과는 하나에 천원이 넘는 비싼 과일인데 남김없이 먹어야 하지 않겠나”라며 다양한 요리법으로 활용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인심 좋은 순정에 살리라

군인에서 농부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인심 좋고 따뜻한 ‘순정마을’이 제2의 고향이라 말한다. 올해 10월에는 조촐하게나마 아내와 결혼식도 올리고 농사 규모도 더 키워나갈 생각이다. 취업비자로 한국에 들어온 호은잇 씨도 인씨와 만나기 전 전주와 경기도에서 느타리버섯, 미나리 등 농사일을 해보았기에 부부는 호흡이 척척 맞는다. 인씨는 “지인들이 농산물을 찾을 때 내가 키운 것을 주고 싶어서 여러 가지 농사를 짓고 있다. 벼농사가 8마지기, 표고, 여주, 삼채, 들깨, 고구마, 고사리, 꾸지뽕, 돼지감자… 이것저것 심어 키우고 있다. 내년에는 고추, 두릅, 블루베리도 심어볼 생각이다. 아내는 고추도 심어보자고 하는데 아직 고민 중”이라면서 “우리 마을에 딱 열 세 가구가 사는데 우리 집 포함 두 집 빼고 다 어르신들만 사신다. 마을 회관에 모여서 밥을 해 드시기에 저번에는 회관에 닭을 사가서 백숙을 해드리고 어제는 삼채를 넣고 오리백숙을 해 드렸더니 정말 맛있다고 하셨다. 노후를 보낼 곳으로 이곳을 택했으니 앞으로 내 부모님 같은 분들과 함께 재미나게 살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5월에 꽃피워 한여름에 1차 수확을 하고, 9월에 꽃피워 가을에 2차 수확까지 1년에 2번 수확이 가능한 인씨의 백향과는 친환경 퇴비를 먹고 단단하게 자라고 있다. 문의 및 주문전화 010-9045-80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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