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병래 재경순창군향우회 제19대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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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병래 재경순창군향우회 제19대 회장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0.11.19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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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과 향우 가교 역할에 충실한 향우회 만들 것”

1947년 적성 시목마을에서 태어나 1967년 고향을 떠나 1970년 23세의 나이로 가구점 사장이 된 양병래 회장. 초등학교 시절 글짓기 시간에 “허연 쌀밥 배불리 먹을 수 있는 부자가 되기 위해 친척아저씨처럼 가구공장 사장이 되겠다”고 다짐했다는 양 회장은 실제 ‘일산가구단지’를 조성한 가구계의 거목. 이제 향우회라는 ‘거목’을 지키는 선장이 되어 고향 사랑과 고향 발전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한다. 남원양씨 서울종친회장도 맡고 있는 양 회장은 문영순 여사와의 사이에 1남2녀를 두고 있다.

- 향우회장 취임소감은.

△ 재경향우회는 전국 어느 시도향우회와 견줘서도 부끄럽지 않다. 역대 회장님들의 업적과 향우들의 자긍심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특히 더 많은 향우들이 향우회에 참석하여 고향에 대한 애정과 고향 발전에 힘을 보탤 수 있도록 능력 있는 신인 향우 간부들을 발굴하는데 있는 힘을 다 쏟아 붇겠다.

- 20세도  되기 전에 출향한 동기는.

△ 어린 시절은 참 가난했다. 적성 감나무골(시목마을)의 빈농에서 태어났다. 당시는 논 대여섯 마지기만 있어도 부농이라고 했는데 우리 집은 그 정도도 안됐다. 그런데 부친께서 지병으로 고생하셔서 가산을 모두 병 치료비로 탕진했다. 초등학교 2학년때 할 수 없이 외가마을인 묘동마을로 이사했다. 말은 외가마을로 이사지만 사실상은 아버님이 처가살이를 시작한 것이다. 벌건 밀가루(요즘 밀가루가 아닌 밀쌀을 집에서 빻은 붉은 빛 나는) 수제비나 개떡으로 끼니를 연명했던 시절이었다. 한해 여름날 밤(중학교2년쯤으로 기억) 모깃불 피워놓고 평상에 걸터앉아 밀수제비로 저녁식사마친 아버님이 ‘남의 집 자식들은 서울에 올라가서 돈도 잘 버는데 우리 집 자식들은 그런 재주도 없다’며 ‘공부 잘해봤자 면서기밖에 못한다’고 푸념하시는 말씀을 듣고 대처에 나가 돈을 벌어야겠다고 작심했다. 그 후 고향을 나와 부산으로 갔으나 마땅히 일할 곳이 없어 먼 친척 아저씨를 찾아 서울로 상경했다.

- 소년시절 또는 학창시절의 기억은.

△ 어린 시절은 생각하면 참 서글프다. 도시락한번 싸가지 못한 초등학교 시절이었지만 공부는 꽤 잘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부모님은 너무 가난해서인지 학교에 보낼 생각을 하지 않으셨다. 당시 서종권ㆍ조현규 선생님이 중심이 되어 사학을 설립했었다. 나는 정규 중학교에 갈 집안 형편이 아니었으나 배우겠다는 열망은 높았다. 이른 새벽 적성 묘동에서 순창읍내까지 20리길을 맨발로 걸어서 시험을 치렀다. 학교 교실을 짓는데 울력하기도 했다. 하지만 가난 때문에 편하게 상급학교에 진학하여 공부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상경한 후 못 배운 공부를 위해 ‘강의록’을 구해서 한 줄이라도 더 배워보려고 애쓴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도 승용차 안에 책을 놓고 틈날 때마다 읽는다. ‘나는 늘 부족한 사람이다. 죽을 때까지 나는 학생이다’는 자세로 살고 있다. 그 시절을 생각하면 지금도 안타깝다.

- 가구회사로 성공하셨다. 그 배경이 궁금하다.

△ 1969년도에 서울에 올라와서 칠판을 만드는 외가 먼 친척 아저씨 댁에 잠시 얹혀살았다. 그때 가구점 직공들이 보리밥 먹기도 힘든 시절에 허연 쌀밥을 고봉으로 먹고 돈도 잘 버는 모습을 보고 반했던 것 같다. 동네 친구의 권유로 종로5가에서 자판행상도 했다. 손톱깎이, 구두약, 여자 브럿치 등을 사과상자 위에 벌려놓고…수입이 꽤 쏠쏠했다. 천 원짜리 한 장 만져 보지 못했던 시골촌놈의 입장에서. 그도 잠깐 그 지역 깡패들의 괴롭힘과 폭행을 못 이겨 쫓겨났다. 맞는 게 무서웠다. 그래서 당시 삼각지 제일제당 옆으로 몰려있던 가구공장에 취직했다. 그때 치수 재는 일본말(이찌부 니부 삼부 등)도 알게 됐다. 하지만 호마이카 장롱을 짜는 가구 기술자가 되려면 수년을 노력해야했다. 안되겠다 싶어서 을지로 2가 가구거리로 갔다. ‘동양철제가구’라는 꽤 큰 가구점에 무조건 들어가서 ‘돈을 벌고 싶은데 어떤 가구를 만들어야 합니까’ 참 무모하고 염치없는 시골 촌놈이었다. 그런데 그 젊은 사장님은 ‘이거나 해봐’하며 요새말로 응접세트 티 테이블을 가리켰다. 하긴 해야겠는데… 친척아저씨 면목동 공장 한편에서 티테이블 한 개를 만들어 성동역에서 을지로 2가 까지 등에 메고 갔다. 진열되어 있는 다른 물건과 비교해보니 물건도 아니었다. 하지만 꽤 많은 돈을 쳐서 받았다. 남은 비웃을지 모르지만 나에겐 희망이었다. 가구점 사장님이 다른 탁자를 만들어보라 했다. 제기동에 빈터를 얻어 천막을 치고 기술자도 고용해서 ‘첫 작품’을 만들었다. 가구점 젊은 사장님이 정말 많이 배려해주고 용기를 주셨다.

72년도부터 면목동에 100여평 공장을 마련해 식탁과 장식장 등을 만들었다. 만드는 족족 잘 팔려나갔다. 나이는 어리고 세상물정을 잘 몰라 많이 속고 많이 당했지만 공장은 날로 번창했다. 85년도에 일산에 가구공장을 짓고 가구단지를 만들었다. 참 잘 팔렸다. 물건을 미쳐 못 만들어내자 선금을 주고 서랍을 빼갔다. 서랍을 빼 가면 다른 곳에는 팔수가 없었다. 그 시절의 호황은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다.

- 상품권 분쟁, 화재 사고 등 위기가 있었다는데.

△ ‘규수방’이란 상호로 가구업계에서 자리를 잡았는데 상표권등록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상표출원이 필요하다해서 순창출신 특허청 사무관을 통해 출원됐었는데 나보다 1주일 전에 같은 상표를 출원한 사람이 있었다. 거래하고 있었던 사람에게 배반을 당한 것이다. 그 자가 상표26류(상표권)에 ‘바로방’을 등록해서 나는 할 수 없이 서비스 112류(간판등록)를 했다. 그자의 동업 권유가 있었으나 행위도 나쁘고 자본력도 믿을 수 없어 포기했었다.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95년도 6개월 동안 두 번의 화재는 원자재까지 모두 소실되는 사업의 위기였으나 청년기의 역경을 이겨낸 경험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화재보다 더 무서운 것은 중국산 가구가 밀물처럼 국내에 수입된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중소기업의 힘으로는 도저히 견뎌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저가 물량 공세로 리바트, 보루네오 등 우수한 기업을 제외하고는 부도나 청산을 거듭했다. 2008년 가구업을 정리하고 지금은 일산에서 삼성프라자(주) 회장을 맡고 있다.

- 시대가 변했다. 앞으로 향우회는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 역대 향우회장님들로부터 많은 말씀을 들었다. 향우회가 어느 한쪽으로 편중되거나 향우회 임원들이 향우들의 단합에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씀들이었다. 향우회를 위해 투철한 애향심으로 열심히 활동해온 향우들이 상처받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취임인사에서 밝혔듯이 첫째도 고향과 향우사랑 둘째, 셋째도 고향과 향우사랑이 목표다. 향우들만의 모임에 그치지 않고 고향 순창과의 가교역할에 충실한 향우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특히 새 집행진을 구성할 때 고향과의 연계사업을 전담 추진할 수 있는 기구를 만들겠다. 말로만의 고향발전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향리주민들의 생활에 보탬이 되는 사업을 마련 추진하겠다.

- 향우회원과 군민에게 하실 말씀은.

△ 부족한사람을 회장으로 선출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향우회가 향우님들의 타향살이에 보탬이 되는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러 사정으로 아직 향우회에 참여하지 못한 분들이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조직과 운영을 쇄신하도록 하겠다.

고향군민들께는 매우 송구스럽다. 30년 넘게 운영된 향우회가 최근에 들어 고향을 위한 구체적인 사업이 미미하다고 느끼고 있다. 앞으로 향우회 재정을 확보하여 고향의 어려운 사정을 도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향우들과 군민들을 지원하겠다는 과대한 약속보다는 협조하겠다는 실천적인 다짐을 통해 소통과 화합으로 단결된 향우회의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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