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의 적은 군수의 독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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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역의 적은 군수의 독선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5.09.09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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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장도 하나의 장르다’, ‘막장 드라마계의 대모’라 불리던 스타 작가 임성한이 은퇴했단다. 그 은퇴가 사실이라면 그녀의 마지막 작품인 <압구정 백야>에서의 ‘막장’은 차라리 ‘직빵’이었다. <압구정 백야>에서 작가의 조카라는 연기자의 역할 도출(궁전마마 의상, 네쌍둥이 출산 등)은 가히 ‘압권’이었다. 실제로 배우 백옥담은 데뷔작부터 시작해서 딱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두 이모(임성한)의 드라마에만 출연했다고 하니 ‘혈연캐스팅’의 위력이 시청자들로 비판받은 것은 마땅한 일이다.

결과론이지만 작가가 조카의 앞날보다 드라마가 잘되는 것만 생각했다면 드라마도 막장으로 치닫지 않고 큰 시청률도 거뒀을 텐데. 하지만 세태를 보면 비단 작가만 욕할 일은 아니다. 인사권을 쥔 사람들 가운데는 자신과 친한 사람, 자신에게 맹종하는 사람만 요직에 앉히고 대소사를 모사하는 일이 다반사니 말이다. ‘친박’만 쓰는 대통령은 물론이고, 요즘 술 마시고 ‘도끼로 발 등을 찍고 싶다’는 우리 지역 높은 분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광복 70주년. 1948년 민주공화국을 표방한 대한민국이 건국돼 선거권을 가졌던 국민들은 1971년 유신 선포로 대통령 선거권을 빼앗기고 16년 만에 다시 찾았다. 지방자치를 시작한 1995년부터는 지역 의원과 군수, 시장, 도지사도 직접 뽑게 됐었다. 하지만 누가 진정으로 지역과 국가를 위해 일을 잘할 것인가를 기준으로 삼기보다는 혈연, 지연, 학연을 앞세우고 이익을 따지다 보니 진정한 인사권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국민의 타락이 가져온 결과는 도처에 널려있다. 한때 ‘모래시계검사’로 날렸던 한 도지사는 공공병원과 아이들 무상급식을 없애도, 기업인으로부터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받아도 끄떡없다. 더구나 그를 뽑은 사람들을 비난하는 소리는 들리지도 않는다. 마찬가지로 국가사정기관 고위공직자 출신으로 청렴을 앞세워 2선에 성공한 우리 지역 군수도 자신의 측근들이 비리 혐의로 구속돼도 태연하고 그를 비판하면 그 주변에서 더 큰 비난과 핍박을 한다.

바른 비판까지 억압하려는 시도는 집요하다. 이미 밝혀진 부당하고 부정한 일을 비판해도 억지라고 떼를 쓰며 모함한다. 옳지 않음을 옳지 않다고 말하면 아무 말하지 말라고 압박하면서 자신의 눈과 귀는 내리 감고 틀어막는다. “인사가 잘못됐다”고 “측근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직언을 귓등으로 듣더니 일이 터지고 나서야 ‘도끼로 발등을 찍고, 내가 평생을 속은 것 아닌지 회의를 느낀다’는 넋두리는 해결방법이 아니다.

숱한 잘못을 선택한 배경과 원인은 자신만 옳다는 독선에 있다. 독선은 진리를 외면하고 타협을 거부한다. 평소에는 ‘아무리 똑똑해도 싸가지 없는 인간’은 싫다고 하다가 권력을 쥐고 아첨하며 청탁하는 이들이 득실거리면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경멸하거나 적대감을 드러낸다. 자신의 잘못까지 지지하기를 강요한다. 자신은 아무 잘못도 없고 자신의 측근은 억울하고 밝혀진 비리는 개인의 일탈이라고 변명한다.

잘못을 비판하며 부정을 바로잡고 비리를 엄단하라는 지적과 충고를 묵살하는 독선은 궁지에서 허덕인다. 믿었던 가족과 측근이 구속되고 석방은 요원하다. 이 변(변호사) 저 변 사보고, 기대를 해봐도 암혹한 장막이 거치지 않는다. 그동안 자행한 ‘폭력적 독선’에 대한 반성이 없기 때문이다. 힘으로 억압하고 줄 세우려 들면 들수록 갈등과 분란이 커지고 지지가 약해진다는 사실을 다 아는데 독선자, 본인만 모른다. 

일말의 책임도 지지 않는 권력 행사는 옳지 않다. 측근과 무조건 지지자만 남겨두고 비판을 적대시하는 독선은 잔혹하다. 세월이 흐르면 비리가 벗겨지고 부정이 정의되는가. 단체장은 ‘막장’이라고 시청자에게 욕만 좀 먹으면 되는 드라마 작가도 연기력과 무관하게 캐스팅된 배우도 아니다. 자신은 행정가라는 본인 주장을 인정해도 군수의 일거수일투족과 하루하루는 군민의 삶을 옥죌 수도 있다는 자각이 필요하다. 합리, 소통, 화합을 위해 갖은 애를 써야한다. 지금 우리의 지역의 적은 군수의 독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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