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떽(73)/ 친정 엄니헌테만 툴툴대는 서울떽, 겁나 짜잔허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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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73)/ 친정 엄니헌테만 툴툴대는 서울떽, 겁나 짜잔허제라.
  • 황호숙 황홀한농부
  • 승인 2015.09.09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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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떽네 오지게 사는 이야그 73

밥그릇속의 머리카락  
-티브이 동화 행복한 세상 중에서
 
그들 부부는 칠순 노모가 차려주는 저녁상을 받습니다. 부부가 맞벌이를 시작하면서 집안 살림은 통째로 눈 침침하고 허리 굽은 칠순노모의 차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한참식사를 하고 있는데 불쑥 노모가 말을 꺼냈습니다. “나 돋보기 하나 사야할 것 같은데….”
생전 당신 입으로 뭘 사달라고 한 적이 없었는 데다가 신문 한 장 볼 일 없는 까막눈인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 달라하니 웬일인가 싶었지만 아들은 별다른 말없이 다음으로 미루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저녁 먼저 퇴근한 아내가 막 현관에 들어서는 남편에게 다가가 호들갑을 떨었습니다. “여보 아무래도 어머니 늦바람 나셨나봐, 어제는 안경을 사달라고 하시더니 좀 전엔 생전 안하시던 염색을 사셨지 뭐야?”
아내의 너스레에 아들은 볼멘소리를 던졌습니다. “다 늙어서 왜 안하시던 일을 하고 그러신대?”
우연히 아들 내외의 대화를 들은 노모는 멋쩍어 하며 부엌으로 갔습니다.
노모는 언제 장만했는지 돋보기를 끼고 쌀을 씻으셨습니다. 며느리는 그런 노모의 모습이 신기하기도 하고 정말 남자 친구가 생겼나 싶어 눈치를 살폈습니다.
식탁 앞에 아들 내외가 앉자 어머니가 먼저 침묵을 깼습니다.
“안경은 인자 됐다. 엊그제 너희 아들 밥그릇에 흰머리 하나 들어갔나 보더라. 애가 어찌나 화를 내던지. 이제 안경도 끼고 머리염색도 했으니까 그럴 일 없겠지.”
아들은 그제서야 왜 어머니가 돋보기를 사 달라 했는지... 흰머리를 염색하셨는지 깨달았습니다.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 아들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습니다.

 

이녁들헌티 고백하건디 지가 아조 좋은 딸은 못된당께요. 꺼뜩허믄 친정엄니헌티 툴툴 대고 애통터진다고 한숨이나 푹푹 내지르고 음식 맛없다고 쳐다보지도 않을 때가 많구라.
시방 엄마 몸이 워디가 아프다고 허면 건성으로 대답허고 병원에 가보라고나 허고….
울 네 딸들이 저한테 그러면 궁시렁 궁시렁 거리면서 다~아 소용없다고 눈물 훔치고 있을텐디 왜 자꾸 엄마한테 몹쓸 딸이 되는지 끌끌끌 혀를 참서 지가 지 가심팍도 때려봐도 도로아미타불이구만요. 딸네집 밥은 서서 먹는다고 하더니….
지도 나름대로는 시어머님도 모시고 있었고 친정아부지도 모시고 삼시롱 병원 뒷바라지도 험서 두 분 다 집에서 예의 갖춰 초상 치러드렸거든요. 시골 어메들도 인정하는 홀시아버지도 20년 넘게 모시다가 임종 모두 지켜드렸응게 고렇게 나쁜 사람은 아닌디요. 그체라잉!
지가 몸담았던 단체들에서도 열정과 끈기로 버텨서 “잉! 나름 괜찮은 여자여” 소리는 듣고 있다고 자부허걸랑요. 쬐까 못생겼다고 타박을 허다가도 이야그 쫌 허고 나면 뚝배기보다 장맛이네 허면서 좋아허는 관광객들도 많구라. 뭐신가 깔끄랍진 것이 있어서 가찹게 여기기 힘들다고 생각혔다가도 지가 사투리로 된 문자 보내서 애교도 떨면 바로 지헌테 넘어오시걸랑요. 관광버스라도 항꾸네 타고 갔다오면 “흐미 징허게도 잘 노네”험서 경계를 화~악 풀어버리게 만들걸랑요. 말로 다 못할 정도로 지 나름 징허디 징헌 매력도 있고 인간으로서의 예의도 있다고 생각하걸랑요. 겁나고 허벌나게요.

 

아! 근디 울 친정 엄니헌테 만큼은 왜 이리도 못허는지 아조 일주일 내내 두엄칸에서 홍어 썩히듯이 속 썩음시롱 한숨을 푹푹 쉬는구만요. 지도 그라고 단비아빠도 직장을 다닝게 거의 일주일 내내 아침 일찌감치 나갔다가 한 밤중에 들어오는 나날이 많은디요. 밤나무산 풀을 친다등가 배추밭 갈무리해서 무엇을 심는다등가 허는 중요헌 농사꺼리가 있을 땐 날짜를 정해서 일을 빠르게 해치우지만요.
아이들도 기숙사에 있는 놈도 있지만 집에서 다녀도 새벽에 나갔다가 한밤중에 옹게 거시기허게도 모든 식구들이 밥 묵을 때는 아침밥 한끼만 묵게 되제라잉!
그라고 보면 안골 산중에서 하루 종일 혼자 밥 챙겨 묵고 소일거리 허시고 허는 것은 엄마 몫이제요. 월매나 외롭고 사람 말소리가 그리웁고 무신 일들을 했는지 궁금할텐디도 엄마헌테 이삔 목소리로 사근사근 이야기도 못 건네네요. 장독대 밭 매놓고 오이라도 따다 놓고 머시라도 도와주고파 하시는 모습보다 쓰잘데기 없는 곳 매었다고 타박허고 아이들이 싫어하는 모습 보인다고 타박허니 울 엄마가 겁나게 속 터지겠지요. 청결이나 냄새에 민감한 딸네미들과 소소하게 부딪히는 문제에서도 친정엄니편도 못들어주고요. 지는 잘 못혀도 옆의 사람이라도 엄마에게 다정하게 대해주길 바라는 마음만 있지 표현도 못하구요. 하루종일 그림공부 색칠허심서 마음 다잡고 계신데도 칭찬도 안하면서 넘들헌테는 다정하게 허는 지가 미춰불게 미울때도 있어요.
하냥 가심속으로 차곡차곡 미안한 마음만 쌓아두고 있네요. 아마도 불효한 것이 엄청 생각나 난중에는 울지도 못헐 것 같아요. 하도 속 터져서 나는 낸중에 느그들허고 함께 안살거다 라고 큰소리 쳤지만 모르는 일이구요. 기냥 하루에 한 번씩 엄마가 잘한 것 칭찬해드리고 오늘 내가 무엇을 할건지라도 조곤조곤 엄마에게 이야기라도 해야겄어요. 시방 지가 할 수 있는 것 중에 돈 안들이고 실천할 수 있는 게 요것밖에 없네요. 잉! 서울떽 겁나게 짜잔허제라. 알고 있구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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