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합창단 ‘거제’에서 아름다운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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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합창단 ‘거제’에서 아름다운 ‘하모니’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5.09.09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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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회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참가…9팀까지 시상 “우리는 10등일거야”

 

살굿빛 드레스 입은 순창군여성합창단(단장 김애리)이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 예선을 통과했다. 본 경연이 열리던 날,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거제로 향하는 길에 <열린순창>이 동행 취재했다. 운전기사 빼고는 모두 여성. 시끌벅적 정신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모두 이어폰을 낀 채 조용히 노래를 흥얼거리는 모습이 사뭇 진지하다. 긴장하지 말라는 당부에 더욱 침이 마르는 3시간을 달려 대회장에 도착했다. 전국에서 온 20개 합창단이 가지각색 맞춤옷을 차려입고 연습 중이니 이제 시작이라는 실감이 나는데 더구나 첫 순서란다. 이 고난을 잘 극복할 수 있을까.

 

숨죽인 채 시작된 첫 순서

 

지난 4일 거제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대회는 올해로 12회를 맞았다. 거제전국합창경연대회운영위원회가 주관하고 거제시가 주최하며 경상남도, 거제시의회, 거제시문화예술재단이 후원한 대회에 전국에서 31개 팀이 접수해 예선을 치렀다.
대회 바로 전날 무대 순서를 결정했는데 20개 팀 가운데 순창군여성합창단이 첫 순서라 1시부터 시작되는 경연을 위해 점심도 굶고 연습을 했다. 소극장에서 리허설을 마치고 곧바로 대극장으로 옮긴 단원들은 사회자의 “입장” 소리에 맞춰 무대에 등장했다. 조용히 순서를 기다리던 참가자들과 관객들이 큰 박수로 맞아주었다. 
모두가 숨죽인 가운데 순창 여성합창단의 무대가 시작됐다. “새야 새야 파랑새야 녹두밭에 앉지 마라 녹두꽃이 떨어지면 청포장수 울고 간다.” 서른 두명 단원들과 반주자 설효선, 지휘자 박현주 총 34명의 하모니가 무대를 가득 메웠다. 떨리는 첫 목소리에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지만 이내 안정을 찾았다. 차분한 소리로 관객을 사로잡는 순창여성합창단의 화음은 10분 동안 이어졌다. ‘새야 새야’, ‘봉선화’ 이 두 곡을 무대에 올리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한 합창단원들. ‘좀 더 잘할 걸’하는 아쉬움과 ‘이제 끝났다’하는 후련한 마음을 나누며 서로의 등을 토닥였다.
“여러분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첫 번째 순서라 많이 떨렸을 텐데 아름다운 무대를 선물해주신 순창여성합창단원들. 현재까지 1등입니다!” 한바탕 웃음꽃이 핀 대회장에서 네 번째 순서인 동백합창단의 무대까지 보고 잠시 대회장을 빠져나왔다. 배가 너무 고팠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드레스를 입은 채 거제의 따스한 햇살과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홀로 또 같이 이날을 기념하며 한 장의 추억을 남긴 단원들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식당으로 향했다. 준비해간 밥과 반찬을 챙겨 횟집으로 들어가자마자 얼마나 배가 고팠던지 생선회가 나오기도 전에 밥 한 그릇을 비웠다.

 

함성과 환호 속 시상식

 

대회장에 다시 돌아와 다른 합창단의 무대를 감상했다. 해녀복장을 하고 등장한 합창단도 있었고 중후한 목소리로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킨 아버지 합창단도 눈길을 끌었다. 특히 ‘진달래꽃’을 부른 영월동강합창단의 무대에 단원들은 “가슴이 먹먹했다”, “눈물이 났다”며 감동했다.
20개 합창단의 무대가 모두 끝나고 심사 집계를 하는 동안 전자현악공연팀 앨리스와 색소폰의 달인으로 불리는 신유식 씨의 축하공연에 현장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조용했던 관객들은 신명나는 무대에 흥이 올라 춤을 추기도 했다. 한 시간 여 공연 끝에 “이번 대회는 여성, 남성, 혼성, 장애인, 전공자 등 다양한 합창단이 참가했다”고 소개하며 심사평을 발표한  박신화 심사위원은 “소리를 조금 더 두성으로 내는 것에 집중하길 바란다. 복식 호흡 등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노래를 잘 하는 합창단들은 가사를 소리에 실어낼 줄 안다. 지휘자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선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합창단의 수준에 맞는 곡, 콩쿠르에 적합한 곡을 골라야 한다. 특히 관객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곡으로 너무 느린 두 곡 하는 것보다는 한 곡은 청중을 배려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순창여성합창단의 이름은 끝내 불리지 않았다. 기대는 안했지만 혹시나 시상식장에 올라갈지 모른다는 생각에 공연드레스로 바꿔 입고 기다리던 김애리 단장은 아쉬운 표정으로 단원들을 달랬다. 심사결과 대상(경남도지사)을 받은 중랑구립여성합창단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200만원, 금상(거제시장) 선한아버지합창단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700만원, 은상(거제시의회) 2팀 거제시여성합창단과 서울드림싱어즈는 트로피와 상금 각 300만원, 동상(운영위원장) 시나브로오비(OB)합창단과 강화군립합창단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200만원, 장려상을 받은 무지카덴탈레, 서대문구립여성합창단, 창원시여성합창단 등 3팀에게는 트로피와 상금 100만원이 주어졌다.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김애리 단장은 “이사 가서 못 오실 형편인데 와 주시고 외국 다녀오느라 연습할 시간도 없었는데 함께 해주시고… 한참 데이트 하고 다닐 나이에 스케줄 맞춰서 열심히 반주 해주는 효선 선생님… 고맙다. 한 분 한 분 감사한 분들이 많은데 이렇게 같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 감사하다. 함께 여행하려고 마음먹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 즐거운 여행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예전에 친구들과 여행 때 보았던 물 밑 자갈이 너무 새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었는데 오늘 왠지 그 생각이 들면서 우리 단원들이 생각났다. 모두 애쓰셨다.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는 즐겁게 돌아가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박현주 지휘자는 “심사위원단에게서 연락이 왔는데 우리가 10위라고 한다. 내년에 와서 금상 타라고 했다”고 말해 단원들이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15년 함께해온 합창단

모두가 한 곡씩 애창곡을 돌아가 부르며 순창으로 돌아왔다. 빈손이었지만 마음은 풍성한 하루를 마치며 내년을 기약한 순창여성합창단. 노래에 관심 있는 주부들 30여명이 2000년 2월 초롱합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발족해 이름을 바꿔가며 지금까지 40여 단원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2014년 광복 69주년 기념 합창경연 ‘광복! 그리고 천상의 소리 하모니’에서 ‘보훈문화상’을, 제11회 전북여성합창대회에서 장려상, 전북생활문화예술동호회 페스티벌에서 2년 연속 우승했다. 행복한 여름날의 음악회, 정월대보름 기원제, 문학회 낭독회, 생활예술동호회 발표회 등 군내 각종 행사에서 공연을 펼쳤고 요양병원에 찾아가 어르신 위로공연을 하기도 한다. 환상의 하모니를 위해 매주 화ㆍ목요일 꾸준히 연습하는 여성합창단. 그들의 꿈을 향한 도전에 박수를 보낸다.      
<이어폰> : 귀에 끼우거나 밀착할 수 있게 된, 전기 신호를 음향 신호로 변환하는 소형 장치. 휴대용 라디오나 보청기, 음악 감상용 장치에서 혼자만 들을 때에 사용한다.
<리허설> : 연극이나 음악, 무용, 방송 등에서, 실제 공연을 하기 전에 하는 연습.
<하모니> : 일정한 법칙에 따른 화음의 연결. 여러 가지 사물이나 사람들 사이의 어울림.
<콩쿠르> : 음악, 미술, 영화 등의 분야에서 실력을 겨루기 위해 여는 경연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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