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립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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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립도서관 길위의 인문학 참가기
  • 양귀섭 독자
  • 승인 2015.09.0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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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청준’ … 마음을 함께하여 다녀온 길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으며 장흥의 숨결을 담는다.
이르지도 늦지도 않은 안개가 자욱한 아침, 6세부터 90세 가까운 어르신들과 이청준 문학관을 방문하는 문학기행을 하게 되었습니다.
김석중 장흥별곡문학동인회 회장의 전날 강의를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가지산에 있는 보림사에 도착하였습니다.
불교의 발상지인 인도와 중국 그리고 한국 장흥에 있는 산의 형태가 비슷하여 가지산이라 명명을 하였다는 그 산 아래 위치한 보림사는 동양 3보림의 하나로 우리나라 불교 선종이 정착한 곳이라 하여 애착이 더 느껴지더군요. 김석중 회장의 국보 제117호 철조비로자나불좌상, 보물 제155호 동부도, 보물 제156호 서부도 등 자세한 설명에 감동하였습니다.
문득 언젠가 다녀왔던 영주 부석사가 떠오르더군요. 화엄종이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정착을 한 곳이지요. 그때 영주문화원장은 “화엄종은 그 시절 삼국의 민심을 지배하는 종교였다. 삼국통일은 화엄종 때문이다”고 한 말씀을 기억하며 지금이나 그 먼 옛날이나 정치는 민심과 관련이 많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장흥 토요장터에서 식사를 마치고 장터 구경을 한 후 다음 방문지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장흥 사인정에 도착해 김석중 회장은 조선 세종 때 전라도감찰사, 이조참판을 지내고 단종 때 계유정란(癸酉靖亂)으로 세상이 어지러워지자 관직을 그만 두고 낙향을 한 영광 김씨 필이란 분이 이곳 강가에서 북쪽을 바라보며 임금을 그리며 겨울이면 설암벽에 단종의 진영을 그리며 그 옆에 지은 정자가 사인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순창에 있는 귀래정에 얽힌 사연을 나누면서 홍성주 시인과 제일 연장자이신 정봉애 시인께서 지접 지은 시를 낭송 했습니다. 촬영과 취재를 위해 동행 해준 분들에게 고운 미소를 지어주시더군요. 정말 대단한 순창인이라는 자부심이 생기는 순간이었습니다.
장흥 출신의 고 이청준 작가의 소설 ‘축제’를 영화로 만들어 1990년대 후반에 개봉한 영화 ‘축제’는 노모의 죽음과 장례식을 둘러싼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린 영화입니다. 우리나라의 상례(喪禮)를 잘 그린 문예영화로 꼽힌다고 합니다. 이 영화의 주된 촬영무대인 남포마을은 영화 속 장면과 겹치는 장소도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마을 맨 처음에 있는 건물은 쓰러져가는 모습처럼 느껴지지만 하나하나 실제 사용하고 있던 물건들을 구입하여 지은 집이라 자재 값만 1억이 넘게 들었다 하더군요. 하나하나의 열정이 좋은 작품을 만든 게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토요일이라 이청준 문학관을 방문하려면 3킬로미터 정도를 걸어야 하기에 이청준 님의 생가를 방문하기로 하였습니다. 설렘 반 기대 반이었는데 옛 모습을 간직한 주택이었습니다. 누구나 태어나고 자란 집은 추억도 많고 또 다시 가고픈 곳이지만 집이 팔린 지도 모르고 집을 찾았다는 이청준 님의 모습이 머리에 잠시 머물더군요. 장흥군에서 매입하여 그 자태를 남겨준 것에 고마운 마음이 밀려왔습니다.
진목마을 주민들은 더위를 피해 마을정자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더군요. “안녕하세요?” 하고 인사를 하니 어디서 왔는지 물어 “전북 순창에서 왔습니다” 했더니 “순천?” “아니요 전북 순창입니다” “아하... 순창고추장” “네. 맞아요.” 순창고추장이 역시 유명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순창에 도착하는 시간이 늦더라도 바로 옆에 바다가 보이니 바다 구경을 하자고하여 10여분 동안 잠시 바닷바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광주 친척집에서 더부살이하며 학교에 다니던 이청준 작가가 학교에서 돌아와 어머니가 장흥 앞바다에서 잡아 보내준 게 자루가 쓰레기통에 버려져 있는 것을 본 심정이 어떠했을까요?
이청준 님의 어머니, 그리움 그리고 갯벌바다에서 잡은 게. 모든 사람들은 어떠한 형태로든 어머니에 대한 느낌이 있으리라 생각이 듭니다. 표현하지도 표출하지도 못하고 묵묵히 그리 넘겨버리지요. 그리곤 떠나보내고 난 후에 후회를 하지요. 말하지도 행동하지도 못하였음을.
길지 않아도 좋고, 어릴 때처럼 반말이라도 좋고, 그저 편안하게 다정스럽게 어머니께 한마디라도 건네 보는 게 어떨까요? 아마도 이런 게 모정에 대한 사랑이 아닐까요?
동행했던 분들과 마음을 함께하는 여행이었습니다. 자리를 마련해준 군립도서관 관계 직원들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글/사진 양귀섭(순창우체국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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