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3
여불위(呂不韋)의《여씨춘추(呂氏春秋)》에 나오는 얘기이다.
밀자천종방철요기주(密子賤從旁掣搖其肘) : 밀자천이 옆에서 팔꿈치를 잡아 흔들어….
춘추(春秋, BC770-BC476)시대 노(魯)나라에 밀자천(密子賤)이라는 사람이 선부(單父)라는 지역에서 관직을 맡아 많은 공적을 세웠다. 그러나 그의 관직 수행방식이 다소 온정적이라서 왕으로부터 신임을 받지 못해 그가 세운 좋은 시정계획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밀자천은 이렇게 나가다간 자기가 추진하는 시정이 잘 수행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이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였다. 마침내 한 가지 방법을 생각해 내고 상주문을 내었다.
“제 수하에 글 잘 쓰는 사람이 없어 제가 보낸 공문이 왕께서 알아보기가 어려우니 글씨를 잘 쓰는 관원 한명을 파견해 주십시오.”
왕이 처음에는 의아하였지만 매우 간절하게 요청하였으므로 글을 잘 쓰는 서예가를 한명 선발하여 밀자천이 공문을 작성할 때 돕도록 하였다.
그런데 밀자천이 그 서예가에게 공문초안을 주어 정서하기 시작하면, 밀자천이 늘 그 뒤에서 그의 소매를 잡아당기어 팔꿈치를 건드리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그 서예가가 쓴 글씨는 당연히 지저분하고 졸렬하기 짝이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밀자천은 바로 그 자리에서 왕이 보내신 서예가가 이 정도밖에 안되느냐며 손가락질을 하며 호되게 야단을 치는 것이었다. 화가 난 그 서예가는 바로 사직서를 내고 왕에게 자기의 억울함을 호소하였다.
“제가 글을 쓸 때마다 밀자천이 제 뒤에서 팔꿈치를 건드리니 글씨가 잘 나올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밀자천은 맨 날 저에게 무능한 놈이라느니 어디에서 배운 글씨가 이러냐 하며 욕을 해 나무라대니 정말 분합니다.”
왕이 듣고 처음에는 이상하게 느끼며 화를 냈다. 우선 서예가를 달래 보내고 나서 생각해보니 짚이는 바가 있었다. 즉 그 서예가를 통해 ‘왕이 자기의 시정수행을 자주 가로막고 있다’는 것을 풍자하고 있음을 알아챈 것이다. 이후 왕은 밀자천이 하는 일에 대하여 어지간하면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놔두었다.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어떤 일을 할 때에 방해나 견제를 받는 경우에 비유하여 썼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