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저.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
담양-함양 도로건설사업단에 전화를 하면서 화를 내지 않는 것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야간에 버스로 내려오는 아내를 마중하러 88 고속도로로 남원에 갔다가 진입로를 못보고 지나치는 바람에 되돌아와서 찾느라 위험하고 힘들었는데, 이번에는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며 운행을 했는데도 마찬가지의 상황이 되고 보니 어이가 없고 화가 많이 나던 참이었다.
그러나 화풀이 식 전화보다는 남원 진입로가 야간 운행을 감안한 유도 점멸등이 없고, 안내표지판도 부족하고, 진입을 위한 갓길 유인 도로도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고, 당시의 난처한 심정을 최대한 호소하는 것이 상황을 개선하는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협상은 강한 모습을 보여야 하고, 처음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상대가 양보 할 여지가 생긴다고 알고 있다. 협상은 전쟁이나 마찬가지라며 더 뺏고 상대를 이기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그런데 저자는 “힘을 우위에 둔 협상전략으로는 결코 목적을 이룰 수 없으며, 상대를 이기려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거듭해서 강조한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협상의 목표가 상대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을 달성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국가와 국가 및 노사 간의 협상, 계약을 하고, 값을 흥정하고, 가정에서 아이를 지도하는 작은 일에 이르기 까지 자신의 이론으로 성공한 수백 가지의 협상 사례를 소개한 이 책은 ‘당신의 목표는 무엇인가? 상대방은 누구인가? 설득에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라고 물으며 감정을 관리하고 점진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라’고 말하고 있었다.
저자가 개발한 협상전략의 열두 가지 모델은 “목표에 집중하라, 상대방의 머릿속 그림(생각)을 파악하라, 감정에 신경을 써라, 모든 상황은 제각기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라, 점진적으로 접근하라,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하라, 상대방이 따르는 표준을 활용하라, 절대 거짓말을 하지마라,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해라, 숨겨진 걸림돌을 찾아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라, 협상에 필요한 모든 것을 목록으로 만들어라”등 열두 가지의 전략이 그것이었다. 내가 사업소에 전화한 내용은 다행히 목표에 집중하고, 감정에 신경을 쓰고, 의사소통에 만전을 기한다는 전략을 사용한 셈이었다.
결국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정보를 수집하고 철저한 준비를 마치면, 먼저 상대방과 인간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중요한데 충분히 질문하고 경청해서 공감을 이루어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머릿속 그림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상대방이 입장을 설명할 기회를 충분히 주고, 정중하고 친근하게 비전을 제시하며 함께 달성할 수 있는 일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한 자세다. 합의 하기 쉬운 주제부터 시작하고 동의 할 수 없는 점은 가능한 빨리 밝혀서 시간낭비를 막는다. 막히면 역할전환을 해보고, 급여인상 대신 휴가를 늘려주거나 식으로 가치가 다른 대상을 교환할 수 있는지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방법이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원하는 것을 얻을 수가 없었다. 점진적으로 조금씩 나가라는 것은 저자가 특히 강조하는 내용 이었다. 목표를 달성하려면 혼자만 잘되고자 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잘 되도록 도와주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모든 문제의 초점을 상대방에게 맞추어야 오히려 목표를 이룰 수 있다는 저자의 지적은 우리의 가진 고정관념을 때리며 회초리로 다가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