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성석제의 ‘맛집 탐방기’「소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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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성석제의 ‘맛집 탐방기’「소풍」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10.14 09: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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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얘기 듣다가 소풍 나간 어느 미식가의 기록

 ‘음식을 만들고 나누고 먹고 이야기 하는 것, 이 모두가 음식이라는 말로 뭉뚱그려진다고 할 때 음식은 추억의 예술이며 눈, 귀, 코, 혀, 몸, 뜻의 감각총체 예술이다.’

안방과 거실을 점령한 ‘먹방’과 ‘쿡방’은 사람들에게 꽤 많은 재미와 함께 복잡한 고민을 안겨줬다. 자신이 먹은 음식을 얘기하고, 맛있는 느낌에 대해 나누는 것이 과거의 맛집 탐방기였다면 이제는 재료 손질부터 양념 배합까지 정확히 분석해야 어디 가서 한 마디 꺼낼 수 있게 됐다. 배워야 먹을 수 있으니 이쯤 되면 먹는 것도 스트레스다. 배워서 나쁠 것은 없지만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가 평소에 자주 가던 단골식당 음식 맛을 분석하려 들 때 자칫 놓칠 수 있는 한 가지가 있다. ‘추억’이다.
소설가 성석제 작가의 맛집 탐방기는 도처에 흔한 음식을 맛보며 우리가 한 번쯤 경험해봄직 한 사연들을 담고 있다.
‘소풍가서 나무 그늘에 둘러앉아 도시락을 먹고 샘물을 마시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느낌이 움직이는 것을 공유하고 싶었다. 숙제를 해치우듯 먹어본 음식은 맛을 느낄 수 없었고 그렇게 해서는 음식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음식을 먹는 것이 소풍이라면 음식이야기 역시 소풍이며, 무릇 이야기란 또한 우리 삶의 소풍과 같은 것이다’고 전하는 그는 음식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를 듣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전국을 돌며 먹은 맛의 일부를 글로 풀어낸 것이 수필집 ‘소풍’이다.
‘소풍’에서는 한 끼 식사로 적당한 음식과 면류, 김치 등의 곁다리 음식, 차 등 마실 것에 대해 구분하고 이들 음식을 맛보러 가는 과정부터 후일담까지 음식에 얽힌 추억을 재미지게 풀었다. 미국여행 중 겪은 햄버거에 관한 일화도 소개했다. 작가는 맛이 좋아 한동안 잘 되던 강화도의 어느 버스정류장 뒤 국수집이 없어졌다는 얘기에 슬퍼했다. 냉면 한 그릇 먹자고 군포에서 의정부까지 갔다는 그는 평양냉면의 황홀함에 반하기도 했다.
그는 음식의 맛은 누구와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바뀐다고 여긴다. 어란을 만들기 위해 기름을 바르고 말리기를 수십일 반복하는 수고에 감사할 줄 아는 그는 김치 맛을 이렇게 얘기한다. ‘김치가 덜 익었을 때나 너무 익었을 때는 배추의 가장 바깥쪽, 그러니까 푸른 잎사귀 쪽의 맛이 강하다. 그러나 김치가 한창 잘 익었을 때는 배추에서 뿌리에 가까운 쪽, 곧 두툼하고 이가 박히는 느낌이 실한 부분에 꽉 차게 맛이 든다. 이 부분을 어금니로 붙들어 아래위로 으드득, 맞창 낼 때의 감촉이며 소리며… 이것이 맛이 아니고 무엇이랴. 시고 떫고 짜고 맵고 쓴, 오미에는 들지 않지만 맛은 다섯 가지로만 분류된수 있는 게 아니다. 김치를 아미노산, 염분, 비타민군, 섬유소 따위로 정의 할 수 없듯이.’
식욕을 자극하는 것이 요즘 먹방이라면 ‘소풍’은 추억을 자극한다. 그는 자장면 냄새에 흘려 무전취식하다 크게 혼난 경험을 풀어내며 말한다. ‘맛있는 자장면을 먹으려는 사람들을 위한 사소한 충고, 모험과 편력을 더하라. 지옥에서도 맛있는 자장면을 먹을 수 있나니.’
식욕을 한껏 부풀리고 마실거리도 소개했다. 그런데 편히 소화시키기 어려운 문장을 더했다.
‘그 국화차는 어쩌면 세상에 더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같은 국화는 없다,. 같은 시간은 없다. 같은 공간의 같은 침묵, 같은 순간은 존재하지 않다. 나 역시 그 국화차를 만난 이후 달라졌다. 따지고 보면 모든 국화차, 모든 사람, 모든 순간이 그렇다. 이 순간의 이 우주는 이 순간이 지나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그 국화차, 그 순간, 그 사람을 맛보았다는 느낌으로 생복하다.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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