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회, 토종종자 육성 조례 제정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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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농민회, 토종종자 육성 조례 제정 ‘요구’
  • 남융희 기자
  • 승인 2015.10.14 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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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순창군여성농민회 정책토론회

자가채종은 오랜 농업관행, 농부 권리 보장해야
경남, 2008년 조례제정ㆍ토종종자 직불금 시행
산업복합화 필요…돈벌이 아닌 종자 확보 ‘이견’

“의류나 집은 최소한으로 살 수 있지만 식량은 인류가 망하는 순간까지 지속적인 돈벌이가 되는 사업이다. 몬산토 등 식량대기업이 종자에 목숨 거는 이유다.”
사라져가는 토종종자를 발굴하고 육성하자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순창군여성농민회(회장 최온숙)는 지난 7일 농협중앙회 순창군지부 회의실에서 농업정책토론회를 열고 토종종자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제발표에 나선 김은진(원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토종종자의 보호와 육성에 관한 국제적 흐름에 대해 설명하며 우리나라에서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땅과 물은 종속적인 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종자는 그렇지 못했다. 수탈의 역사 속에는 유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종자도 있었다. 녹색혁명 시기를 즈음해 개량종자라는 이름으로 팔려나갔고 신자유주의 시대에는 이 종자들이 지적재산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종자 독점의 시대를 열었다”며 종속적인 종자 역사를 설명했다. 김 교수는 농민들은 자가채종을 통해 끊임없이 그 지역에 적합한 종자를 이어왔다며 “농부권의 핵심적 내용 가운데 하나인 자가채종할 권리는 사실상 오랜 농업관행이다. 생물에 대한 지적재산권이 인정되기 시작하면서 특허나 식물품종보호권에 의해 보호받는 종자의 경우 농민의 자가채종이 금지되거나 제한되면서 대립이 심각해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토종종자와 농부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이 이미 근거가 있다면서 사례를 제시했다. 그는 지방정부가 종자를 보호할 수 있는 조례들이 전국에 만들어지고 있지만 전북도와 충남도에만 없다며 “농수산 생명자원 보존에 관한 법률이 있고 식량 유전자원은 국제협약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며 가칭 ‘순창군 토종작물 보존ㆍ육성에 관한 조례(안)’를 공개했다.
토종작물 조례를 실제로 적용하고 있는 사례도 발표됐다. 박미정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식량주권위원장은 경남도의 토종종자 조례 설치 및 운용에 대해 소개했다. 박 위원장은 “사회적 배려의 가장 첫 번째가 농부권 보장이다. 종자를 통해 농부권에 대한 이야기를 정부가 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 일이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경남도는 2008년 전국 최초로 토종종자 보호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바로 시행규칙까지 만들어 이듬해부터 적용했다. 전담부서까지 설치했다. 전담 공무원이 있어 토종종자에 관한 얘기를 상시적으로 할 수 있어 농민들은 편해졌다. 토종종자 직불금 제도도 만들었는데 단위면적당 보조금이 300평당 200만원으로 꽤 높아 농가 소득에 적잖이 기여했다”며 “경남에서의 미흡한 점까지 개선하는 순창군 조례가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토종종자로 재배한 농산물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그러나 당장 토종종자 보존 및 육성 목적을 산업화에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반론도 제기됐다. 김정균 농업기술과장은 “토종농산물을 만들어도 팔려야 한다.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산업복합화가 필요하다. 단지화, 규모화가 되고 경쟁력을 갖추면 토종종자도 산업복합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 과장은 “괴산 유기농엑스포에서 보니 유기농산물로만 한정해 사업하는 것은 한계가 크다. 다만 화장품이나 의료 쪽으로는 발전이 돼있었다. 농업범위를 확장시켜야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소득개발시험포에서도 토종종자를 심고 군의 기후와 토양에 맞는 작물을 실험하고 있다. 지역산업을 이끌 품목으로 육성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은진 교수는 “토종종자 육성조례는 우리 종자를 갖겠다는 것이다. 대기업의 비싼 종자가 아니더라도 농사가 가능한, 독점ㆍ돈벌이보다 우리가 농사지을 종자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며 산업화에 대한 접근을 경계했다.
이민선 흙건축연구소 살림 대표는 토종종자 수집과 보존활동을 하는 순창씨앗모임의 활동에 대해 보고했다. 이 대표는 “콩 심은 데 콩 안 나고 팥 심은 데 팥 안 나더라. 텃밭에 상추를 심을 요령으로 이웃에게 부탁하니 상추씨앗이 아니라 모종을 줬다”며 유전자조작종자의 폐해를 언급했다. “10년 가까이 농촌에 지내며 토종종자 문제를 알아가기 시작했다. 3명이 시작한 모임은 20명이 넘었다”는 이 대표는 종자 수집부터 보관, 씨앗나눔, 교육활동으로 구성되는 순창씨앗모임의 활동 당위성에 대해 소개했다.
이날 순창씨앗모임이 전시한 200여 가지에 달하는 토종종자는 많은 시선을 끌었다. 군내에서 미미하게나마 대를 이어온 토종종자는 유전자 조작이 아니더라도 군 토양과 기후조건에 맞춰 잘 클 수 있도록 스스로 변화해왔다. 이번 토론회는 이런 토종종자의 적합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받고 대우받을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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