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류축제에 이야기가 필요하다
상태바
장류축제에 이야기가 필요하다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5.11.04 08: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류축제가 끝났다. 개최할 때마다 변화가 몇 가지 보인다. 수년 전 3일이었던 행사기간은 4일로 늘어났고 행사장소도 순창읍까지 확장해 다양함을 추구하려는 노력이 보였다. 고추장 시원지라는 걸출한 소재를 주제로 잡고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로 풀어내려는 그 시도들과 변화하려는 노력에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정형화돼 식상한 모습도 있다. 각종 공연들이 장류축제 기간에 집중돼 펼쳐지다보니 주제는 장류지만 실상 ‘공연회’에 가깝다는 느낌도 받았다. 물론 그들에게는 규모있고 화려한 무대가 필요했고 장류축제 무대는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는 때와 장소를 충족시킬 좋은 자리였을 거라 생각한다.
장류축제를 준비한 사람과 민속마을 업체 관계자 등 여러 사람의 입을 통해 민속마을과 장류축제추진위원회의 갈등요소가 많다는 느낌을 받았다. 행사장소 선정부터 부스 설치, 화장실 이용 등 쉽게 말해 하나부터 열까지 안 부딪히는 것이 없다는 얘기다. 다툼이 있지만 정작 장류축제 때 가장 수혜를 많이 받는 사람들은 민속마을 주민이다. 장류축제 장소를 상징적 장소인 민속마을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길 수는 없다. 기왕에 민속마을에서 하는 일이면 감정은 내려놓고 조금 더 내용을 풍부하게 해보자고 머리를 맞대는 것이 필요하겠다.
기자가 이번 장류축제를 통해 느낀 한 가지는 이야기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순창고추장이 유명한 걸로야 전국 제일이겠지만 이 고추장(장류)을 실제로 만들어온 사람들의 역사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순창의 장류를 이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쓰일 순창장류의 역사다. 그리고 앞으로 계속 열릴 장류축제의 의의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도 하다. 전통장류를 강조하면서 정작 전통장류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축제현장에서 볼 수 없으니 이 괴리감을 풀자고 무작정 매장에 들어가 물어보기도 뭐한 것이 안타까웠다.
사실 이야기가 필요하다고 느낀 것은 순창의 꽤 훌륭한 역사ㆍ자연ㆍ문화 유산이 있음에도 이를 살리지 못한 행사들을 여러 번 접하면서 부터였다. 이야기가 부족한 행사는 역사적 사실과 인물을 제대로 기념할 수 없고 관례적인 행사가 되고 만다. 기자가 보건데 순창 사람들이 서로 비교하고 부러워하는 담양과의 차이는 이야기, 역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에서 두드러졌다.
이야기를 다른 경우에 적용해보자. 전쟁피해가 많았던 군내에서는 아직 ‘전쟁 때 당신 아버지가 우리 아버지를 죽였어!’라는 식으로 원수지고 화해하지 않는 집안이 있다고 한다. 아픔이 크고 그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화해하자고 말하기 어려지만 이 또한 지역에서 기억되고 회자되어야 할 역사다. 전쟁의 상흔을 이겨내고 지금의 지역을 일군, 어르신의 삶은 분명 높이 평가받을 만 하다. 다만 후대에 미친 여러 영향들은 당연히 이 지역에서 검증되고 평가받아야 한다.
지역주민들의 보편적 생활방식이 곧 문화이듯 살아온 이야기를 기록으로 풍부히 남기는 것은 훗날 지역주민들이 문화, 관광적 요소를 살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현대 장류는 과학으로 풀지만 전통장류는 과학을 충족하고도 남을 문화적 요소가 있다. 장류축제장에 온 관광객은 문화를 즐기러 왔다. 이야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