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참된 자기 모습으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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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참된 자기 모습으로 ..
  • 윤미심
  • 승인 2015.11.26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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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부모가 원하는 대로 아이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부모도 아이도 정말 행복할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이 책은 시작 되는 것 같다.

아이를 뱃속에 품고 열달 동안 기대와 불안을 가지고 가장 절실하게 소망하던 한 가지는 손가락 열 개, 발가락 열 개를 모두 가지고 장애 없이 태어나는 것, 그저 건강하게 별 탈 없이 태어나 주는 것 그것 하나 뿐 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부모는 사랑이라는 명목으로 아이를 조종하기도 한다.
부모가 원하는 아이에 대한 선택 앞에 주저하지 않을 부모가 얼마나 될까? 또한 자신이 잘 하지 못한 것들을 아이에게 바라는 기대 심리,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뭐든지 가르치고 싶어 하고 뭐든지 다 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이, 아이들의 건강한 성장과는 거리가 먼 상처만 고스란히 남길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것일까?

“머리는 짙은 갈색으로 해 주세요. 눈동자도 같은 색이 좋겠네요. 피부색도 건강해 보이는 게 좋겠죠. 키는 성인이 되었을 때 187센티 정도가 적당하겠어요. 물론 팔 다리 비례도 중요하죠.”
“판단력이 뛰어나야 해요. 뭘 할지 몰라 갈팡질팡하는 성격은 딱 질색이에요. 그리고 냉철한 게 좋겠어요. 아무에게나 쉽게 마음을 열거나 측은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말이죠. 마음 약해 빠져서 뭘 할 수 있겠어요?”<206쪽>

이렇게 완벽한 아이를 꿈꾸던 엄마는 맞춤형 아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의 감정이 억제된 ‘시우’를 만들어 낸다. 첫 번째 맞춤형 아이가 최연소 노벨상 수상자가 되었듯이 기존의 맞춤형 아이들의 단점을 보완한 새로운 모델에 해당하는 열세 번째 아이인 시우는 그를 능가할 것이라는 많은 기대를 받는다. 자신의 롤 모델인 강선 박사가 성공했듯 자신도 당연히 성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생활 전반을 로봇의 도움을 받는 사회에서 로봇 과학자 엄마를 둔 시우는 항상 최신형 로봇이 주변에 넘쳐난다. 시우는 다른 아이들의 부러움을 사지만 무덤덤하다. 귀찮게 여겨지는 애완견 로봇, 애정도 미움도 생기지 않는 여동생 로봇 시아까지 시우에게는 그냥 그저 로봇일 뿐이다. 그래서 이상이 생기거나 망가지면 언제든 버릴 수 있는 존재이다. 얼마 후 엄마는 인간이 갖고 있는 모든 감정을 느낄 수 있는 감정 로봇 ‘레오’를 데리고 온다. 자신과는 아무 상관없는 레오가 자신의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지어낸 기억이라며 인정하지 않는다) 그런 레오와 친해지고 싶은 마음도 없는 시우다. 로봇들이 지오와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해도, 같은 반 친구 차니가 모욕적인 말로 괴롭혀도 외면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차가워져가는 시우의 마음. 인간이지만 로봇 같은 감정을 가진 로봇형 인간인 것이다.
시우가 형이라 부를 수 있는 최초의 맞춤형 아이 김선 박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고, 시우와 레오가 서로의 모습을 보며 자신에 대한 의문을 갖는 모습을 보며 반갑기도 했다. 레오는 사람과 똑같은 감정을 느끼지만 칩 하나만 제거하면 쓸모없는 고철 덩어리가 되어버린다는 사실을, 시우는 사람이지만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주어진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실을 아마도 둘은 그런 과정을 통해 서로 이해하고 가슴 아파했으며 사랑하는 마음도 갖게 되었을 것이다. 또한 레오에게서 감정 칩을 꺼냄으로써 당장의 레오는 잃지만 그동안 함께 했던 기억을 영원히 간직하게 될 것 같다.

책장을 덮고 가슴이 먹먹해진다. 성공 지향적인 욕망과 강요에 억압당하며 감정을 잃어가는 시우처럼 지금 우리 사회에서 외로움과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얼마나 있을까? 적지는 않를 것이다. 나 자신부터 지금 내 아이를 내 생각대로 이끌면서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해본다.
부모의 성공 욕심 프로젝트를 던지고 내 아이를 좀 더 행복한 인격체로, 자신을 향한 따뜻한 자존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제~~발 도와달라고…, 책 속 시우의 간절한 외침이 들리는 것 같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우위에 두며, 사회적으로 출세하고 성공하려면 이성을 발달시켜야 하는 우리 사회. 한숨만 깊어진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네 인생이잖아. 이제부터 선택은 네가 해. 내 몫까지. 우리가 하고 싶었던 것까지. 넌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어. 넌 인간이고, 인간이 가진 모든 것이 너한테 있으니까.”<260쪽>

세상 모든 아이들이 다른 사람 즉. 부모에 의해서가 아닌 자기 자신의 생각과 노력으로 참된 모습을 찾으며 살아갈 수 있게 우리 어른들이 길을 훤히 내주었으면 한다. 가슴 따듯한 자존감 높은 아이다운 참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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