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민중의 힘.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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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민중의 힘. 보여줘야 한다
  • 남궁단 회장
  • 승인 2015.12.04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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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단 순창군농민회장

11월 14일 토요일, 농민ㆍ노동자ㆍ양심적 시민들이 새벽밥 먹고 서울로 향했다.
정부는 이날 민중총궐기대회를 ‘불법 폭력 시위’로 낙인찍었으나, 2008년 촛불집회 이후 최대 인파인 13만여명(경찰 추산 6만8000명)이 정부 정책에 항의했다. 우리는 왜 새벽밥 먹고 서울로 갔는가. 농민ㆍ노동자ㆍ빈민ㆍ영세상인ㆍ청년 학생 들은 왜 거리로 나섰는가. 박근혜정부는 입 닫으란 말 대신 귀를 열고 또다시 거리로 나선 민중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농산물 가격은 떨어지고 부자재 값은 치솟아 농민들은 빚을 내 먹고 산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대통령선거 때 17만원 하던 쌀 한가마를 22만원까지 올려주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지금 쌀 한가마는 15만원 정도다. 약속을 헌신짝 팽개치듯 지키지 않은 대통령은 우리 땅, 우리 밥을 지킨다는 자부심으로 살아온 제나라 농민들의 목숨 줄에는 관심이 없어 보인다. 농업을 직접 챙기겠다던 호언장담은 살인적인 진압으로 이어져 평생 농업을 지켜온 칠순 농부를 죽음으로 몰아붙였다. 그 잔인함이 슬퍼 화를 참을 수 없다. 사람이 다 죽게 돼서 사과를 요구했는데 항의하는 국민 모두를 폭력집단으로 몰아가고 있다. 당황스럽다. 이제는 집회마저 금지하겠다니 ‘무조건 입 닥치고 가만히 있어라’던 과거 독재자의 잔영이 겹쳐와 분노가 치민다.
이날 살인적 물대포를 맞아 무참히 쓰러진 농민 백남기 씨는 복면을 하지도, 두건을 쓰지도 않은 ‘임마누엘’(천주교 영세명) 이다. 백남기씨 뿐아니라 서울까지 올라간 농민들은 농사는 3년 연속 풍년인데 끝없이 떨어지는 쌀값을 어떻게 해야 할지 착잡하다. 한중자유무역협정(FTA)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으로 입을 피해에 걱정이 깊다.
그래서 서울 거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공약을 지키라며 함성을 질렀다. 쌀값 22만원 약속을 지키라고 외쳤다. 수심이 깊어진 농민들은 200만톤에 이른다는 재고 쌀 가운데 일부를 북한에 보내자고 제안했다. 쌀값을 안정시키고 작물을 대신 받는 등 대북 쌀 지원 효과가 있다고 근거를 제시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오히려 쌀값은 끝없이 떨어지는데 미국과 중국에서 밥쌀을 들여와 불안을 부추긴다. 정부는 쌀값이 떨어져도 농가의 피해는 없다고 선전한다. 차액을 직불금으로 보전하기 때문에 농가소득이 줄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정부는 개방농정 과정에서 농업피해보전을 위해 200조원 가까이 투입했다며 딴전을 부리고 있다. 농민들은 직불금이 만능은 아니라며 쌀값이 떨어지면 당연히 소득은 낮아진다고 항의한다. 피해대책비는 눈속임일 뿐 개방농정으로 농민들의 희생만 번번이 강요당했고, 사전에 동의를 구한 적이 없는 정부의 농민 홀대 정책이 서운해 억울하다.
대한민국은 ‘농민을 위한 나라’를 이미 포기했다. 물대포를 앞세운 정부는 어떤 소리도 필요 없다는 듯 5일 집회를 틀어막으려고 용을 쓴다. 복면 쓴 모든 국민은 아이에스(lS)이고 현장에서 즉시 체포하기 위해 별똥(?)부대를 준비하고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하지만 민중총궐기는 끝난 게 아니라 이제 시작이다. 공권력을 내세워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는 박근혜 정부가 국민을 대한민국의 주인으로 본적이 있었던가? 해방 이후 가장 거대한 민중의 물결이 일고 있다. 12월 5일, 2차 민중총궐기에서 민중이 어떻게 스스로를 지켜내는지 알려주고 박근혜 정부에게 민중의 힘이 무엇인지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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