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학아세/ 자기 소신을 굽혀 아첨이나 하고
상태바
곡학아세/ 자기 소신을 굽혀 아첨이나 하고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12.04 11: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굽을 곡 曲 배울 학 學 아첨할 아 阿 인간 세 世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18

우리 속담에 ‘있는 자가 더하고 배운 도둑이 더 무섭다.’ 는 말이 있다. 자신의 배움을 이용해서 세상의 흐름에 영합하는 사이비 지식인! 도둑보다 더한 자들이다. 특히 선거철만 되면 강단보다는 선거판에 눈독을 들이고 줄을 섰다가 한 자리를 꿰어 차는 그런 사람들이 바로 곡학아세(曲學阿世)한 사람들인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사람을 받아들여 표를 늘려 보려는 정치인들이 비일비재하다는 것이고, 그것을 모르고 개념도 없이 투표장에 나가는 우리들도 더 큰 문제다.

史記 儒林傳(사기 유림전)》에 나온다.
서한(西漢, BC206-AD25) 6대 경제(景帝)때 산둥(山東) 출신인 원고생(轅固生)은 유명한 시인이며 학자였다. 그는 특히 강직한 사람으로 옳다고 생각한 일은 어떤 경우에도 직언을 한 사람으로 유명하였다. 마침 황제가 현명한 선비를 구해 새롭게 정치를 펴고자 하는 중에 그의 재능과 강직함을 알아보고 불러 들여 가까이 두었다.
당시 조정의 대신들은 그가 이미 아흔 살이 넘은데다가 여전히 강직한 태도로 일을 처리하므로 자기들의 하는 일에 거추장스러운 존재라고 생각하여 황제에게 온갖 중상모략을 다해 내쫓으려고 하였다. 그러나 황제기 이러한 중상모략을 모두 물리치고 오히려 등용하니 신하들이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하고 속으로만 불만을 품고 있었다.
그의 강직함에 대해서는 황제의 어머니 두태후(竇太后)와의 일화에서도 엿볼 수 있었다. 당시 그녀는 노자(老子)를 매우 좋아했다. 어느 날 원고생을 불러 물었다. “그대는 노자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노자란 자는 노예나 종놈처럼 보잘 것 없는 자입니다. 그의 말은 하잘 것 없는 속임수에 불과합니다.” 그는 태후가 노자사상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말해 버린 것이다. 두태후는 매우 화가 나서 그를 사육장으로 보내 돼지를 잡는 벌을 내렸다. 아흔 살이 넘었으니 그 일을 잘해내지 못할 것이고 그럴 경우 다른 벌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황제가 이를 알고 태후 모르게 예리한 칼을 보내주니 돼지를 손쉽게 잡았다. 이 소식을 들은 태후는 벌을 다시 내릴 구실이 없어지고, 또한 황제가 이처럼 그를 감싸 준다면 더 이상 혼낼 수 없다고 여겨 옥에서 내보냈다.
한편 원고생과 같이 등용된 공손홍(公孫弘)이라는 젊은 학자가 있었다. 그도 다른 신하들처럼 원고생이 늙은 나이에 주책없이 정치에 관여한다고 생각하여 깔보고 무시했다. 원고생이 이를 알았으나 개의치 않고 담담하게 그에게 말했다.
“학문을 좋아하는 젊은 선비는 올바른 학문을 세상에 널리 펼쳐 줄 책임을 가져야 한다고 보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자신이 배운 올바른 학문을 굽혀(曲學) 세상 속물들에게 아첨하는(阿世) 일을 하고 있는데 있어서는 안 될 일이라고 보네.”
이 말에 공손홍이 그제야 원고생의 고매한 학식과 인격에 감동을 하고 크게 뉘우침은 물론, 그간 보여 준 자신의 모습을 부끄러워하며 사죄하고 제자로 삼아주기를 간청하였다.
이 성어는 ‘학문을 왜곡하여 세상 사람들의 환심을 사려하다.’ 는 뜻이다. 즉 정도(正道)를 벗어난 학문으로 세상의 속물들에게 아부함을 이르는 말이다. 자기가 배운 진리의 원칙을 위배하고 세속의 시류나 이익에 영합하는 그런 어용학자(御用學者)같은 부류들을 가리킨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