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양흥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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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양흥탄/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5.12.31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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望 바랄 망 洋 큰 바다 양 興 일으킬, 흥겨울 흥 嘆 탄식할 탄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20

역설적이지만 여기 소개하는 성어의 의미와는 반대되는 것을 말하고 싶다. 필자가 4년 2개월간의 피와 땀을 흘리며 고난과 영광의 시간을 보내고 임관이 되었을 때의 감상은 ‘마침내 내가 졸업을 하긴 하였구나’ 이었다. 낙오하지 않으려고 공부에 쫓기면서도 부족한 체력을 키우고 악을 키우면서 이른 바 ‘춥고 배고프고 졸리는’ 3고(苦)를 거쳐 겨우 졸업했다고 봤기 때문이었다.
대부분 사람들은 ‘참 고생했구나.’ 하고 위로하고 축하의 말을 하였다. 그런데 친한 친구 한사람이 대뜸 ‘너 같은 놈이 어떻게 졸업까지 했느냐?’ 고 말하는 것이었다. 나를 너무 잘 아는 그의 말에 나는 화내지 않았다.
“그래, 맞아. 머리도 팍팍 잘 돌아가는 편도 아니고 체력도 그저 그렇고, 게다가 악바리 근성도 없는데 낙오되지 않은 게 신기한 일이긴 하지. 하지만 말이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아서 졸업한 거야! 한 눈 팔지 않고 그저 하늘 천정, 즉 ‘소위로 임관 못하면 죽는다.’ 며 오로지 한 가지만 생각하였기 때문에 살아 남은거지. 허허허!”

《莊子ㆍ秋水篇(장자ㆍ추수편)》에 나온다. 不見水端 於是焉河伯始旋其面目, 望洋而嘆(불견수단, 어시언하백시선기면목, 망양이탄) : 바다 끝이 보이지 않으니 하백이 자신을 돌아보고 다시 바다를 바라보며 탄식하였다.

여름에 비가 충분히 내리고 가을이 되니 수많은 강물이 흘러 모여 황하로 몰려들었다. 강이 크게 넓어져 장관을 이루더니 강의 반대편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득한 모습이다. 강의 신 하백(河伯)이 이러한 광경을 보고 만족한 웃음을 지으며 천하에 이토록 넓고 아름다운 곳이 있을 수 없다고 단정하였다.
하백이 강을 따라 대강 둘러보며 내려가다가 바다에 이르러 눈을 들어 바라보니 망망대해가 펼쳐졌다. 끝이 보이지 않자 하백은 그 동안 의기양양하였던 모습을 감추고 바다의 신에게 한탄하여 말했다.
“내가 그동안 최고인줄로만 알고 있었는데 오늘 이곳에 와 이 망망대해가 무궁무진하게 펼쳐진 것을 바라보게 되니, 이제야 내가 무척이나 왜소하고 식견이 부족하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소이다.”
바다의 신이 듣고 웃으며 말했다.
“틀림없는 말이네. 우물 안의 고기는 바다가 이렇게 광활한지 영원히 모르고 살 것이네. 그러나 너는 그래도 겸손하게 자기를 낮추는 마음을 갖고 있으니 올바른 도리를 알 능력이 충분한 자로다.”
 
망양지탄(望洋之歎)이라고도 하는 이 성어는 ‘남의 훌륭한 점을 보아야 자신이 보잘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안다’ 는 뜻이었다. 훗날 사람들은 ‘스스로 무능하고 능력이 부족함을 개탄하다’ 는 의미로 쓰며, 일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힘이 부족하고 조건이 결핍되어 잘 해낼 수 없는 경우를 비유하는 말로 바뀌었다.
유사한 성어로 망천막급(望塵莫及)이 있다. ‘앞 사람이 일으키는 먼지만 바라 볼뿐 따라가지 못하다. 속도가 빨라 도저히 따라 잡을 수 없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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