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에 막혀도 ‘희망’을 잃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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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에 막혀도 ‘희망’을 잃지 말자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1.07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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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성탄절 저녁 공설운동장에서 ‘럭키문’(크리스마스에 뜨는 보름달)을 보았다. 1977년 크리스마스 이후 38년 만에 뜨는 보름달이라고 한다. 이날 보름달은 구름에 숨었다 나왔다 환한 몸체를 보이며 장엄하게 흘러갔다. 가난한 자들의 존엄과 인권을 되찾아 주려 오신 예수 나신 날, 이 세상 어둠 구석구석을 밝히려는 듯 환한 모습의 ‘럭키문’이 한없이 좋았다.

 

세밑에 오신 예수는 가난하고 상처받고 빼앗긴 이들의 형제다. 예수는 차별받고 소외되고 억압당한 이들과 폭력으로 빼앗고 억압하는 이들까지 용서하고 거두는 그리스도다. 모두를 품는 그리스도가 교회 안에서 세상으로 나와 노ㆍ사, 여ㆍ야, 보ㆍ혁 모두를 거두고 소통하길 희망한다. 서로 이야기하고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소통이 문제 해결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한국 사회를 들끓게 한 논란의 중심에 대통령이 있었다면 순창 지역을 뒤흔든 사건에는 군수가 있었다. 대통령 ‘비선 실세’ 의혹에는 군수 ‘측근 비리’가 연상되고, 대통령 ‘유체이탈 화법’에는 군수 ‘홀로 청렴 선긋기 화법’이 대입된다. 대통령은 ‘건전하지 못한 사회’를 탓하고 군수는 ‘흔들기 위해 지어낸 말(모함)’이라며 확인되지 않은 ‘다수 군민의 지지’를 앞세우며 ‘당당’하다.

요즘 우리 주변은 매사가 ‘차벽’과 같은 상황이다. 정부는 ‘살기 힘들다’는 민중의 비명에 물대포를쐈다. 그들은 ‘무얼 해도 너희들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고 경고하듯 절망과 좌절을 확인시킨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는 사람을 구조하려 할 텐데 ‘비수’를 던지는 강권정치를 멈추지 않는다. 중앙, 지역 모두 마찬가지다 그래서 절망하는 이들이 많아졌다

하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 없다. 새해 벽두에 희망을 포기할 수 없다. 절망 속에 깃든 희망을 찾아내 그 씨앗을 키워 절망을 넘어서야 한다. 지금 무겁고 힘들어도 길게 봐야 한다. 박정희 유신정권, 전두환 정권도 결국 바뀌었다. 불통정치, 기득권 유지세력이 오래가지 못한 역사적 사실을 우리는 안다, 결국 절망 속에서 희망을 만드는 건 우리 몫이다.

실제로 우리 곁을 돌아보면 작은 희망의 근거들은 눈에 띤다. 현안에 대한 주민들의 의식도 예전같지 않다. 주관이 또렷하다. 주민사회 역량의 성장에 희망을 느낀다. 가진 자의 오만과 독선, 불통과 독단을 이겨내기 위해 함께하는 경험을 쌓아야 한다. “비를 같이 맞는 사람, 우산을 씌워주는 사람, 우산 살 돈을 주는 사람 등 다양한 연대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무기는 “행동보다 말이다. 한방이 아니라 집요함이다. 폭발력이 아니라 설득력”이다. 관변 주민을 앞세워 잘못을 정당화하고 아무 잘못도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권력을 바로잡기 위해서 우리에게 필요한 전략이다. 청렴하지 않으면서 청렴을 앞세우고 정치를 모른다면 매사를 정치적으로 몰고 가는 ‘모순권력’을 바로 잡아야 한다.

불황 한파 속에서도 소리 없이 펼쳐지는 희망 나눔 움직임에 큰 위안을 느낀다. 크고 작은 나눔이 모여 희망을 만들어내듯 민주주의의 파수꾼으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부정부패를 고발하는 언론 본연의 기능에 더욱 충실해질 것을 다짐한다. 희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노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 믿음을 더욱 강고하게 새기면서.

“때문에 나는 거듭 깨어 있으면서, 거듭 말하고자 한다. 민초여, 끝내 새벽은 열린다. 희망을 상실하면, 희망의 새벽은 열리지 않는다. 희망이 깨어 있으면, 희망의 새벽은 열리고야 만다.” (1984년 김중배 <민은 졸인가> 책머리 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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