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천산 가는 길 ‘울퉁불퉁’… 위험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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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천산 가는 길 ‘울퉁불퉁’… 위험천만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1.14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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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덕면 강천제 아래 도로가 주저앉고 깨진 아스콘 조각들이 방치돼 위험하다.
농어촌공사, 공사감독은 부실ㆍ민원대응은 오만
수차례 전화 ‘핑퐁’…현장에 책임 전가 ‘불친절’
안전시설 부실한 가설공사…지역 이미지 ‘먹칠’


팔덕저수지(강천보) 공사 현장의 시공 및 공사 감독이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이 공사 현장의 부실시공으로 피해를 입은 민원에 대해서도 농어촌공사가 현장에 책임을 돌리는 시도까지 하는 것으로 보였다. 해끝 지난달 28일, 기자가 겪은 과정을 소개한다.
연말을 맞아 지는 해를 촬영하려고 밤재를 다녀오는 길, 해가 지고 어두워지면서 자동차 라이트(불)을 켜고 팔덕면 강천제 아래 도로를 달리는 순간이었다. 기존도로의 일부 구간이 팔덕지 수변지역 개발공사 때문에 폐쇄되고 임시포장(아스콘)된 가설도로 구간을 달리는 길이었다. 아무런 표시도 없었다. 달라는 차 앞에 갑자기 나타난 도로 사정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깨진 아스콘 포장은 주저앉고 튀어나온 채 위험천만이었다. 튀어나온 아스콘 조각을 밟지 않고 통과하는 순간 차량 하부가 긁히는 굉음이 들렸고 그 뒤로 엔진 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배기관이 터져서 소음기가 역할을 못하게 된 것이다. 멀쩡하던 차량이 순식간에 탱크 소리를 내는 괴물로 변했다. 밤은 어둡고 현장에는 사람이 없었다. 불편은 바로 드러났다. 자동차 굉음이 거리를 울렸고 주변사람들과 앞ㆍ뒤차 운전자들의 시선이 쏠렸다. 어쩔 수 없이 사무실까지 왔는데 차마 주택가에 차를 가져갈 수 없어 걸어서 퇴근하고 출근해야 했다. 이튿날 농어촌공사에 전화를 했다.
첫 번째 전화를 받은 직원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그 직원은 담당하는 다른 직원이 자리에 없다며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줬다. 알려준 번호로 전화를 하니 이 직원은 첫 번째 전화를 받은 직원이 잘못 알려준 것 같다며 다른 직원을 알려줬다. 이 직원 역시 전화 응대는 친절했다. 그러나 다음 연락된 담당직원의 태도는 전혀 다른 기관에서 일하는 사람 같았다.
“안녕하세요. 000차장님 되시죠? 뭐 좀 궁금한 게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 어제 강천저수지 쪽 공사 구간 가설도로 포장이 깨진 곳을 지나다가 제 차 배기관이 깨졌습니다. 공사 때문에 피해를 본 걸로 확인이 되면 보상이 가능한지,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그건 현장사무실로 연락하셔야 돼요.”
“현장사무실이요? 공사 관리감독 책임이 농어촌공사에 있는 거 아닌가요? 절차를 물어보는 건데요.”
“아니 그러니까 이쪽으로 연락하지 말고 현장사무실로 연락하시라니까요.”
관리감독 책임자라고 하는 그 직원은 다짜고짜 현장사무실 번호를 알려주며 연락해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이 받은 전화번호로 연락을 해보니 연결되지 않았다. 결국 기자는 그 ‘탱크’를 몰고 현장사무실을 찾아갔다. 블랙박스 증거는 미리 빼서 저장해둔 상태였다.
공사현장 입구에 차를 대고 추가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사진을 찍으니 한 직원이 달려와 “무슨 일이냐, 왜 사진을 찍느냐”며 제지했다. 그의 질문에 답하지 않고 파손된 도로 사진을 몇 장 더 찍었다. 천천히 살펴본 그 구간은 가관이었다. 곳곳에 아스콘이 파여 있고 이제야 보호난간(가드레일)을 설치하려는 듯 보였다. 차선 유도등도 없었고 길가에 놓인 물통 몇 개가 안전장치의 전부였다. 어제 어두운 길에서 노면을 조금만 비껴났으면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질 뻔 했다. 식은땀이 흐르는 것 같았다.
직원에게 이 자리에 다시 오게 된 경위를 말하니 그는 사무실로 안내했다. 마침 사무실에는 현장소장이 있었다. 현장소장에게 다시 똑같은 얘기를 했다. 기자는 그에게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농어촌공사의 민원 대응이 이정도 수준인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안내해주는 절차에 따라 민원을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교통사고가 났을 때처럼 운전상 본인 과실이 있으면 그 부분도 감수하고 책임지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 얘기를 들은 현장소장은 관리감독 할 책임이 농어촌공사에 있는 것이 맞고 담당직원의 응대가 적절치 않은 부분인 점은 있지만 건설회사가 잘못한 원인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책임지겠다고 답했다. 그는 자동차를 수리한 후 영수증 사진과 계좌번호를 첨부하면 보내주겠다고 했다.
기자는 일단 현장소장의 안내에 따라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보상 약속을 받아놓긴 했지만 농어촌공사의 민원응대 과정과 현장에 책임을 돌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답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농어촌공사 본사에 연락을 하니 그나마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답변이 왔다. 최완식 경영지원처 차장은 “피해보상 청구 양식은 별도로 없지만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고 사진 등 증거자료를 갖춰서 청구하면 된다. 청구 방식은 한국농어촌공사 누리집에서 현장민원청구를 하거나 전화로도 할 수 있다. 지사에서 현장하고 얘기하라고 돌리고 민원을 직접 접수하지 않은 것은 잘못이다. 민원을 접수하면 7일 이내에 답변을 해야 하는 게 원칙이고 이 기간을 넘으면 민원인에게 상황설명을 한 후 7일을 연장할 수 있다. 2주 이내에는 처리를 완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지사에도 공사감독이 있고 조사를 해야 한다. 공사감독하고 합의가 안 되면 감사실에 요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동차 수리는 순창에서 할 수 없어 전주에서 했다. 11만원을 먼저 결재한 후 영수증을 현장소장에게 보내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입금해줬다. 현장 사업비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돈이지만 보상 유무를 떠나 건설사와 농어촌공사의 공사 감독에 많은 문제점이 있다. 팔덕제 수변지역 개발사업 공사 현장은 순창군 최대의 관광지라는 군립공원 강천산의 주 진입도로다. 하루 수천명, 수백대의 관광버스와 승용차가 통행하는 도로를 이처럼 관리하는 것은 순창군을 찾는 방문객을 무시하는 처사로 보인다. 더구나 사업시행자인 순창군의 안일한 대응과 부실한 사업관리에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기자는 이 결과를 가지고 농어촌공사 감사실에 정식으로 민원을 제기하려고 한다. 설령 받은 돈을 되돌려주는 경우가 생기더라도 지정된 절차를 확실히 이행하는 것은 행정질서를 지키는 데 매우 중요하고, 돈 몇 푼으로 책임을 다한 것으로 처리하는 농어촌공사의 관행을 바로잡고 진실한 사과를 받아야겠다.
이날 기자는 현장소장과 대화를 끝낸 후 명함을 건네며 신원을 밝혔다. 직업인이 아닌 일반 주민으로서 민원 응대과정을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망이 크다. 서로 얼굴 붉힐 상황도 아니거니와 현장에 책임을 전가하며 두루뭉술하게 넘기려는 목적이었다면 기분 나쁘다는 투의 민원대응도 없었어야 했다. 기자가 경험한 불편한 내용을 공개하는 것은 모든 주민들이 정당하고 적절한 절차를 밟아 민원을 해결하기 바라기 때문이다. 또 사람 많이 사는 도시현장과 다르게 가설공사, 안전시설 등을 적당히 하는 시공사와 (공사 예산서에 있는 것까지) 눈감아주는 감독청(농어촌공사ㆍ자치단체)의 ‘짬짜미’가 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기 때문이다. 지난 주말 이 도로는 여전히 불안해 보였다. 터져 치솟은 아스콘은 없었으나 도로 곳곳에 덕지덕지 때운 자국이 많았다. 겨울 강천산을 보러온 관광객들이 이 길을 지나며 느낀 생각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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