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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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을 위한 변명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1.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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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랄식품단지 조성을 둘러싸고 무슬림 논란이 한창이다. 처음에는 과격하고 폭력적인 이슬람권역 사람들만 채용한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리고 종교가 가세해 논란이 커졌다. 급기야 정부가 해명하고 사업을 수정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할랄식품단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논리는 이렇다. 폭력적인 이슬람 사람들이 해당 구역에서 심각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단지 조성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덧붙여서 그들은 외국인노동자의 범죄를 예로 들고 있다. 외국인노동자가 한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다는 얘기도 빠지지 않는다.
기자는 무슬림이 아니다. 또 무슬림을 접한 경험도 별로 없다. 있긴 한데 별로 안 좋은 기억이 크다. 파리의 한 잡지사에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 테러를 저지르는 바람에 여행일정을 수정했고 이틀 동안 경찰 사이렌 소리 때문에 잠을 설쳤다. 하지만 이것 때문에 이슬람 전체를 흉보는 일은 하지 않는다.
또 다른 무슬림이 있다. 수년 전에 만났던 한 무슬림은 유명 연예인의 경호원을 할 정도로 풍채가 좋았는데 채식주의자였다. 알제리 출신인 그는 알제리 해방전쟁에서 가족을 잃기도 했지만 비폭력 평화주의자였다. 기자는 ‘자멜’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친구가 진짜 무슬림이라고 믿고 절대 다수의 무슬림들이 ‘자멜’과 같을 거라 생각한다.
할랄식품단지 논란을 보면서 기자는 우리가 접하는 무슬림이 얼마나 폭력적으로 비쳐졌는지 고민하게 됐다. 천년 넘은 시아파와 수니파의 갈등을 비롯해 쿠르드족과 아이에스(IS)까지 모두 분쟁, 전쟁, 테러와 연관된 얘기들뿐이다. 시간이 되면 메카를 향해 기도를 올리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뉴스에서 거의 못 봤다. 이것은 폭력이다. 자본을 위시로 한 제국주의 국가와 언론의 적대적 시선이 무슬림에 대한 보이지 않는 폭력을 휘두른 것이다. 다수의 대중에게 의도적으로 폭력적 관점을 심어준 것 역시 폭력이다.
끔찍한 장면을 본 사람이 그 정신적 충격을 벗어나려면 그보다 훨씬 많은 치유시간이 필요하다. 소수 극단주의자들이 저지른 테러소식을 접하는 시간 이상으로 이슬람의 비폭력적 문화에 대해 접하고 있는가? 할랄식품단지 반대에 종교인들이 나서는 것이 또 다른 종교박해는 아닌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무슬림과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냉랭한 시선은 ‘내 밥그릇 챙기기’를 앞세우고 보수를 포장한 극우의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성공과 돈을 강조하는 사회 풍조는 공장 일을 비롯한 몸 쓰는 일을 ‘천한 일’로 여긴다. 노동의 가치를 폄하하는 분위기는 그렇게 만들어진다. 자신이 가난한 탓을 더 약한 자에게 돌리는 공격적 자세가 다른 테러리스트를 양산하는 것이다.
백인이 흑인과 동양인을 차별하는 것만이 인종차별이 아니다. 다른 민족, 다른 문화권 출신 사람들에 대한 배척과 멸시 모두 인종차별에 해당한다. 인종차별을 이용해 돈을 버는 못된 자본과 이를 방조하거나 조장해온 못된 정치에 대해 우리는 얼마나 경계하고 있는가?
금융위기를 만들고 중산층을 균열시켜 보수ㆍ극우주의자들을 양산하는 것. 지난해 그리스 금융위기와 파리테러, 난민사태 등을 지켜본 기자가 내린 결론이다. 유럽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태는 할랄식품단지 논란을 보는 데 있어 참고가 될 만하다. 경직되고 경도된 사회는 사람들의 마음을 가난하게 만드는 전염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유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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