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란 내재된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일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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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이란 내재된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일 그...
  • 양은정 다감 회원
  • 승인 2016.01.28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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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글 문승연 / 그림 이수지

“파란색은 물이야. 물 위에 배가 있어.”
“물 속에는 고기가 많아. 고래도 있어.”
“달이 있으니 밤이야. 밤하늘은 깜깜해.”
“깜깜하니까 별님이 반짝반짝하지.”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 작품은 미술 놀이를 통해 아이들의 상상의 세계를 그린 그림책이다. 이 책에서 붓은 환상세계로 건너가게 하는 매개다. 이것은 곧 감정의 배설구가 되어 아이들만의 욕구불만을 해소시켜 마침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여기서 미술은 잘 그려진 구체적인 형상이나 채색의 의미는 별로 중요하지가 않으며 내재된 생각을 밖으로 꺼내는 일이 중요할 따름인 것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그림을 그린 것일까? 문자를 배우기 전 사고의 표현수단 중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소리, 몸짓과 더불어 낙서를 하게 된다. 16개월 된 도영이가 거실에 있는 돌에 연필로 마구 긁적거려 까만 돌이 되어 버린 돌을 보았다. 목욕을 하다가도 물로 그림을 그리고 물을 마시다가 흘린 물로 방바닥에 문지르며 웃는 모습 또한 눈에 선하다. 이처럼 미술은 본능이다. 원시미술에서 동굴에 그려진 벽화를 보고도 잘 알 수 있다.

미술은 본능이다
다소 고루할지 모르지만 이론을 정리하고 넘어가자면 미술 교육의 가치는 대략 이렇다.
첫째, 미술은 창의적인 사고를 발달시킨다. 둘째, 미술은 자기표현과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셋째, 미술은 감정의 배출구가 된다. 넷째, 미술은 자기이해를 증진시킨다. 다섯째, 미술은 자아개념과 자신감을 강화시킨다. 여섯째, 미술은 미적인식과 미적 감각을 고취시킨다. 일곱째, 미술은 구상능력을 더해 준다. 여덟째, 미술은 문제해결과 의사소통의 기회를 제공한다.
요즘은 인식이 많이 바뀌어 창의미술이 많이 발달하고 작품이 아닌 미술 심리 치료 차원으로 보고 이 책을 접하면 좀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한다.

붓 하나로 만드는 나만의 공간
진이와 훈이는 목욕하자는 엄마의 말을 듣고 속옷차림으로 서랍을 뒤지다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찾게 된다. 두 남매는 거울 앞에 달려가 물감 놀이를 시작한다. 물감은 사방으로 후드득 튀어 진이와 훈이를 판타지 세계로 몰고 간다. 여기서 주요 기법은 시원스럽고 힘 있는 ‘먹선’으로 드로잉을 하고 수채화로 채색하는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 힘 있고 자유로운 ‘먹선’은 자유로운 아이들의 활동력을 보여주고 화려한 색감은 밝고 깨끗한 상상의 세계와 순수함이 녹아있다.
붓 하나로 만드는 나만의 공간! 물 위에 배를 매개로 정글로 이동하여 남매가 최고조로 느끼는 세상은 축제이다. 양 페이지는 텍스트가 생략되고 그림으로 가득 찬다. 우리가 여행을 떠나 정말로 감동적인 장면을 만나면 ‘아름답다’는 말도 안 나오고 그냥 멍하니 정지된 상태로 있을 때가 있다. 구차한 설명이 사족일 따름이다. 정글 속에서 춤추는 아이들만의 세상을 만나게 된다. 여기서 아이들의 표정과 몸짓은 풀숲 사이사이에 있는 사자와 고릴라, 악어, 뱀의 등장으로 물아일체가 된다. 화려한 물감의 뿌리기와 아이들의 춤을 추는 선에는 에너지가 담겨 있다.

특별한 엄마의 모습
이 책에서 특별한 점은 ‘엄마’의 모습이다. 보통의 엄마라면 아이들의 모습을 보고 집안 치울 걱정과 꾸지람부터 나왔을 것이다. 아이들의 세계를 존중하고 함께 어울리는 모습에서 주목할 만 했고 놀라웠다. 아마도 작가는 열린 엄마의 모습을 그리면서 이 책을 읽는 엄마들이 그래주길 바라지 않았을까.
책을 읽고 나서 환상 그림책으로 분리해야하나 아니면 아이들의 심리로 초점을 맞춰야 하나 고민을 했다. 환상 그림책으로 하기에는 조금 깊지 않아서 심심한 느낌이 들고 이것저것 따지다 보니 비평만 늘어져 멈추었다. 환상 그림책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모리스샌닥의 「괴물들이 사는 나라」가 있다. 이 작품은 형식이나 대상이 매우 자유롭고 다양한 결론의 가능성이 있어 읽고 난 후 독자들도 한바탕 잘 놀다 왔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물론 「깊은 밤 부엌에서」, 「달사람」, 「지각대장 존」등 이런 작품들도 기억에 남는 환상 그림책들이기도 하다. 「우리는 벌거숭이 화가」는 환상 세계로의 공간이동과 내용의 치밀성, 파격적인 소재와 형태가 낯설기 면에서 다소 부족하지 않았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물론 목욕물을 받아 놓는 짧은 시간이어서도 그랬겠지만 환상 그림책의 묘미를 놓친 것은 분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머지않아 환상 그림책의 대표작이 나오길 희망한다. 또한 미술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부모님들의 인식전환과 국가적으로 아이들의 건강하고 창의적인 인재육성을 위해 적극적인 미술환경 지원이 이루어지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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