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완준 풍물패 순창굿어울마당 문지기쇠
서천석 저. 「서천석의 마음 읽는 시간」
집안의 액운을 걷어내고 명과 복을 쳐 들인다는 정월 대보름 지신밟기를 마쳤다. 면 소재지의 기관을 거쳐서 노인당과 요양원에 들어서면 풍물패는 제대로 주인을 만나러 간다는 느낌이다. 꽹과리, 징, 장고, 북, 소고가 어우러지고 풍물열차가 굉음을 내면 그렁거리며 눈물이 고이는 분도 계시고, 차창을 바라보듯 무표정 하지만 잠시 마음의 고향으로 달려가는 노인들의 모습이어서 우리 가슴속 눈물샘에서도 문이 열린다.
마음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일이 미뤄져서 풀지 못할 때는 지금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그것부터 해보자는 마음으로 실천했더니 자신감이 생기고 일에는 변화가 생겼다. 사람과의 관계로 상처가 클 때는 그와 가졌던 거리를 멀리 설정해보는 것으로 고통을 덜었다. 남과 나는 다르다는 것을 머리 염색하듯 오래 빗질하며 새기고, 혹시 내가 주인공이 되려는 생각은 없었는지 돌아보며 마음을 비웠더니 마음도 그만큼 가벼워졌다.
이런 마음 실천 중에 만난 “마음에도 연습이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저자의 글은 더욱 가깝게 공감이 되었다. 거짓말하고, 공정하지 않고, 권위적이고, 인간성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면 마음의 문을 굳게 닫아버리는데 선수인 나는 그런 나의 “단점과 부족함도 인간의 본래 모습이다”라며 말하는 저자의 설명에 위안이 되었기 때문이다.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마음은 이성보다는 감정의 산물이었다. 감정이 우리의 행동을 지배하였는데, 그 감정을 만드는 것은 다름 아닌 생각이었다. 한시도 멈추지 않고 빠지게 되는 것이 생각 아니던가. 그런데 우리 안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내 생각이 나를 배신할 때가 많다고 한다. 그래서 제대로 생각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지는 내용들은 스스로 마음을 조절하는 힘을 키우는 연습하고 공부 할 내용들이었다.
이 책은 ‘서천석의 마음 연구소’로 진행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나눈 사례들을 묶은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하고 필요한 단어인 ‘행복’은 무엇을 성취하느냐가 아니라 생활 속의 습관이 중요했다. 만나는 작은 것들을 소중히 여기고, 틈새마다 작은 행복을 끼워 넣을 줄 아는 습관이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다.
“위로는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으로 하는 것”이라는 말도 실감났다. 힘든 상대에게 ‘뭘 그러느냐며 힘내라!’는 소리는 역효과이며, 나도 이런 점이 있는데 라며 비슷한 감정 상태로 접근하고 손 잡아주며 위로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어떤 상대의 모습이 유난히 미운 것은 자신에게도 그런 요소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내 마음의 그림자’라고 표현되는 현상이다. 유난히 미운 감정에 대처하려면 미운 사람과 거리를 좀 두고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무관심, 용서, 화해 등 네 가지를 방법에서 고를 일이지만, 정말 피하고 싶은 사람은 피하는 것도 삶의 중요한 기술이라고 한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과는 처방이 다르다. 두려움이나 말로인해 받은 상처는 시간만 보낼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장면을 떠 올려서 살펴보고, 생각해보며 상상으로 자꾸 대응해줘야 없어지게 된다고 한다. 결국 그 장면을 소화해서 해결해야 된다는 것이다.
생각을 다루고 감정의 널뛰기를 붙잡기 위해서는 “자신이 초라해 보여도 실망하지 않고, 늘 스스로 위로하고 칭찬해주며 자신의 마음을 내편으로 만드는 것이 근원적인 힘이다.” 그런 다음에 어떤 길을 선택하든 그 길에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결과를 결정한다고 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