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복흥면 작은 빵집 ‘둥지제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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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복흥면 작은 빵집 ‘둥지제과점’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3.10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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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이주여성들이 빵 만들고 판매까지 ‘척척’

 

▲빵 만들기를 좋아하는 최미연(좌)씨와 송유진(우)씨는 둥지제과점의 어엿한 ‘사장’이 됐다.

복흥면 소재지의 한 건물에 작은 빵집 ‘둥지제과점’이 생겼다. 한적한 농촌지역 면소재지에 웬 빵집이냐며 장사가 잘 되겠냐고 반문할 수 있는데 이곳은 빵집이 문을 열기까지 특별한 사연이 있었다. 이곳 빵집의 주인은 결혼이주여성이다. 다만 자기 돈으로 가게 꾸미고 서류상으로 등재된 정식 ‘사장’은 아니다. 가게는 한 단체의 것이지만 운영은 일단 두 명의 결혼이주여성이 하기로 했다. 두 사람은 출생국적은 달라도 제빵을 매개로 의기투합했다.

 

이곳은 장사 잘 되는 것이 첫 번째 목적인 빵집은 아니다. 복흥면과 면소재지는 군내에서는 비교적 규모가 큰 편이지만 빵집 운영을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인구와 유동인구가 많은 것은 아니다. 빵집의 상시근무자는 2~3명으로 복흥면에 거주하는 결혼이주여성의 수를 생각하면 작은 규모다. 이런 운영의 불확실성을 극복하는 한 가지 이유는 다름 아닌 가정에 있다.
둥지제과점을 만드는 과정에 주도적으로 역할한 장순현(아나스타샤) 복흥성당 수녀는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이 목적이었다”고 빵집의 목적을 말했다. 장 수녀는 “결혼이주여성이 일자리가 없어 정읍 등 타 지역으로 가다보니 주말에만 오게 되거나 거기서 모국어로 대화할 수 있는 다른 사람과 어울려 지내는 일이 생겨 가정의 위기가 초래됐다. 이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나로서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 뭔가 행동을 해야 했다”며 건강한 일자리가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목적에 공감한 군은 가게를 열 공간과 장비구입비를 지원했다.  
둥지제과점은 운영목적과 건강한 먹거리를 원하는 소비자 수요에 맞춰 유기농 밀가루와 유정란을 사용한다. 케잌은 주문생산방식으로 만들기 때문에 신선하고 맛있는 케잌을 보장한다. 단, 만드는 시간과 신선도를 고려해 하루 전에는 예약하기를 권한다. 이곳에서 만들어 판매하는 빵은 20여종으로 직접 피자도 만든다. 식빵은 블루베리와 치즈를 넣어 기본형과 함께 세 가지 맛을 즐길 수 있다. 드립커피 맛은 커피애호가인 기자가 권한다.   
이곳에서 일하는 송유진(27ㆍ복흥 농곡)씨와 최미연(38ㆍ복흥 화양)씨는 취미와 재능을 살려 일할 수 있다는 점에 신났다. 두 사람은 서울에서 봉사활동 온 제빵기술자로부터 약 일주일동안 교육을 받았다. 복흥면 성가정어린이집에서 운영한 다문화한글공부방을 통해 정 수녀와 인연이 닿은 최씨는 “빵 만드는 취미가 있어서 열심히 연습했다. 가게를 연다고 했을 때 설레었다. 앙금빵이 자신있다. 많이 오시라”고 소감을 전했다.

지난 4일에 열린 개업식에는 지역 주민이자 천주교 복흥성당 신도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직원 등 50여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축복식을 진행한 황규진 복흥성당 주임신부는 둥지제과점의 진행과정을 봐온 터라 애정 담은 미사를 진행했다.
빵집의 또 하나 순기능이 있다. 복흥면 내 결혼이주여성의 사랑방 구실을 하게 될 예정인데 위치가 복흥초등학교와 매우 가까워 학교를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기다리기에도 좋다. 빵집에 들어온 아이가 맨손으로 나갈 일은 없으므로 가게 운영 면에서도 보탬이 된다. 제과점에서 낸 수익금은 공동배분하고 일부는 목돈마련을 위한 통장으로 적립될 예정이다. 
개업식에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빵맛을 즐긴 사람들의 손에는 현장에서 구입한 빵이 한 가득 들어있었다. 빵이 잘 팔릴수록 복흥면 결혼이주여성의 일자리도 늘어날 것이다. 둥지제과점의 빵이 주민들에게 사랑받을 이유,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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