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리 주민들의 특별한 이웃사랑
상태바
방화리 주민들의 특별한 이웃사랑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05.12 15:2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인된 이웃 위해 고추 대신 심어, “농사 걱정 안 하고 편히 가시라고”

▲방화리 주민들은 마을공동체를 살리는 일에 앞장섰던 고 정길두 씨를 기리며 그의 고추밭에 모종을 심었다.
고인이 된 주민의 농사를 대신 지어준 이웃들의 이야기가 지역사회에 잔잔한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연이 생긴 것은 지난 3일의 일이다. 구림면 방화리에 사는 정길두(79)씨는 이날 오전 폐렴증세가 악화돼 별세했다. 방화리에서 평생 농사짓고 살아온 정 씨는 올해 고추를 심으려고 계획했었다. 정 씨의 부고를 들은 방화리 주민들은 문상을 가기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며 팔을 걷어 올렸다. 옆집에 사는 최병한씨는 직접 고추를 심을만한 사람을 수소문해 사람을 모았다. 
18명의 이웃들이 모인 곳은 정 씨가 농사짓던 밭. 이웃들은 이곳에서 오전 내내 땀 흘리며 고추 모종을 모두 심었다. 고추밭의 면적은 약 900평으로 꽤 넓었지만 여러 사람이 협력해 일찌감치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이웃들이 문상을 미루면서까지 정 씨 밭에 고추를 심은 것은 이날 비소식이 예보됐기 때문이었다. 이곳 고추밭은 당초 논이었던지라 비가 온 뒤에는 땅이 질어져 작업하기가 매우 어려웠다. 게다가 미망인을 비롯한 정 씨 가족들이 상중이어서 농사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이 때문에 이웃들은 고추 심을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서둘러 일을 마친 것이다. 김용운 방화마을 이장은 “밭은 이웃들이 돌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어르신 편히 가시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추농사의 큰일을 대신 해준 마을 주민들은 이날 저녁 문상을 갔다. 이웃사랑에 감동한 미망인은 상을 치른 후 밭일을 도와준 집마다 다니며 감사인사를 전하고 사례를 했다. 정병철(71ㆍ구림 방화)씨는 “할머니가 소정의 현금으로 사례하려 했지만 모두 받지 않았다. 결국 돼지고기를 사서 건네니 그때서야 받았다. 주민들이 돈은 안 받아도 물건, 먹을 것까지 거절할 순 없었을 것이다. 고추밭이 꽤 넓어서 수확할 양이 많다. 고추 딸 때가 되면 이웃들이 또 나서서 도와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화리에서는 예부터 마을에 초상집이 생기면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의 아픔을 빨리 이겨낼 수 있도록 농사일을 돕는 방식으로 이웃사랑을 실천해오곤 했다.
황의섭(69ㆍ구림 방화)씨는 “마을 공동체가 잘 돼있어 주민 중에 누가 돌아가시거나 병원에 입원해있으면 그 집의 일을 적극적으로 도왔다. 정 씨는 평소 마을 대소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챙기고 이런 일에도 가장 앞섰던 사람이었다. 고인의 부친 역시 마을부의장 역할을 해온 분이었다”고 말했다. 마을 주민들이 고인을 위해 팔을 걷어 올리고 구슬땀을 흘렸던 것은 헌신적으로 마을 공동체의 구심점 역할을 해왔던 정 씨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이기도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