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난해분/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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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난해분/ 남의 어려움을 해결해 주었을 뿐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05.25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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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칠 배 排 어려울 난 難 풀 해 解 어지러워질 분 紛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30

《사기ㆍ노중련전(史記ㆍ魯仲連傳)》에 나온다. 소귀어천하지사자, 위인배환, 석난, 해분란이무소취야(所貴於天下之士者 爲人排患, 釋難, 解紛亂而無所取也) : 천하의 귀한 사람이 되려는 자는 남의 어려움과 분란을 해결하고 보수를 바라지 않습니다.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말, 제(齊)나라에 노중련(魯仲連)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말 재주와 입담이 좋으며 정의감도 많아 스스로 사람들의 문제를 잘 풀어주어 많은 사람들의 존중을 많이 받았다.
어느 해, 진(秦)나라가 군대를 이끌고 조(趙)나라를 쳐 바로 수도 한단(邯鄲)을 포위해 버렸다. 조나라가 급히 위(魏)나라에 구원을 청하자 위왕이 진비(晉鄙)장군에게 출동하게 하였다. 그런데 진비가 보니 적이 이외로 강하므로 전진을 멈추라는 명령을 내렸다. 동시에 위나라는 장군 신원연(辛垣衍)을 비밀리에 한단으로 보내 조나라의 재상인 평원군(平原君)을 만나게 하였다.
“세력이 큰 진나라가 조나라를 공격하는 목적은 한단을 점령하려는 것이 아니고, 천하의 황제가 되려는데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조나라 왕께서 사신을 보내어 진나라 왕을 황제라 불러준다면, 그는 틀림없이 기뻐하며 한단의 포위를 풀 것입니다.”
‘진왕을 황제로 추대’ 한다는 이런 사태는 매우 심각한 일이므로, 평원군이 어찌해야 좋을지 묘책이 나오지 않아 걱정만 하고 있었다. 이때 노중련이 마침 여행 차 조나라에 와 있다가 이 사실을 알고 크게 분개하였다. 즉시 평원군을 찾아가 신원연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노중련이 일부러 무례하게 대하며 말했다.
“위왕이 ‘조나라에게 진왕을 황제로 추대하라고 권하는 것’ 은 나중에 오게 될 위기를 잘 모르고 하는 잘못된 생각입니다. 깊이 생각해 보시오. 진나라가 그리 쉽게 만족할 것 같습니까? 갖가지 간특한 계책을 써서 조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나라를 멸망시키려 들 것이며, 위왕도 노복처럼 진왕을 떠받들고 시중을 들어야 할 것입니다. 일국의 지존께서 이렇게 되셔서야 되겠습니까? 하물며 당신들처럼 고관대작이 어떻게 될 것인지는 더 말할 것도 없는 것 아니겠소.”
노중련이 조리있게 분석하여 말하니 신원연이 마치 꿈에서 깨어난 듯 놀라 당초 가져왔던 의도를 버리고 바로 자기 나라로 돌아가 버렸다.
진왕이 황제로 추대 받으려던 계획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또 노중련 같은 능력이 뛰어난 인재가 조왕을 보좌하고 있다는 생각이 미치자 더 이상 경거망동하지 못하고 병사들을 잠시 5십리 밖으로 후퇴하도록 명령하였다. 얼마 후 위나라의 신릉군(信陵君)이 왕의 명령서를 훔쳐 나와 군사를 내어 조나라와 함께 힘을 합쳐 진나라를 격퇴하니 조나라는 비로소 위기를 벗어날 수 있게 되었다.
한편, 평원군이 노중련에게 존경과 감사의 뜻으로 봉지(封地)를 하사하려 했다. 노중련이 손사래를 치며 받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도와 어려움을 풀어 분쟁을 해결하는 것은 제가 정말 좋아서 하는 일이지 무슨 보수를 받자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부귀를 누리면서 속박을 받느니 오히려 가난하고 천한 신세가 될지라도 자유롭게 살고 싶소이다.”
이 성어는 원래는 남의 재난을 제거해주고 분규를 해결해줌을 가리켰으나 지금은 쌍방의 분쟁을 조정함을 가리키게 되었다. 반대되는 성어로 ‘풍파를 일으키다. 소란(분란, 분쟁)을 일으키다’는 의미의 흔풍고랑(掀風鼓浪)이 있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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