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주민과 닮은 듯한 우리모습
상태바
신안주민과 닮은 듯한 우리모습
  • 조재웅 기자
  • 승인 2016.06.09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염전노예 사건으로 크게 주목받았던 신안군의 한 섬마을에서 최근 주민에 의한 여교사 집단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의 분노를 일으켰지만, 그 후 마을주민들의 인터뷰가 더 큰 논란을 가져왔다.
“여자가 꼬리 치면 안 넘어올 남자가 어디 있어. 어린 애도 아니고 그 시간까지 같이 있을 때는…”, “남자들이니까 아시잖아요? 혼자 사는 남자들이…(나이가) 80이라도 그런 유혹 앞에서는 견딜 수도 없어”, “뭐 서울에서는 묻지마 해서 막 사람도 죽이고 토막 살인도 나고 그러는데, 젊은 사람들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여러 언론매체에서 보도한 이 섬마을 주민들의 사건에 대한 생각이다. 여론은 불난 집에 기름을 부은 듯 더욱 들끓었고, 신안군청 누리집은 사건 피의자와 마을주민들을 비판ㆍ비난하는 글로 도배가 됐으며, 결국 접속 폭주로 인해 마비상태까지 갔다.
대다수의 국민이 분노할 때, 그 작은 섬마을 사람의 일부는 분노하지 않은 것이다. 오히려 그들을 옹호하는 것으로 보이는 말을 남겼다.
그 이유는 뭘까. 짐작컨대 그 이유는 작은 섬마을에서 서로 알고 지냈던 지인이었기 때문은 아닐까. 그렇게 미루어보면, 인터뷰에 나온 일부 섬마을 주민들의 생각에 조금도 동의할 수는 없지만 발언의 배경에 대해서는 이해 할 수 있다.
법적으로든 도덕적으로든 지탄받아야 할 대상에게 내 주변사람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럴 수도 있지”, “다들 그렇게 한다”, “먹고살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 등의 발언을 취재과정에서 여러 차례 들어봤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사건이냐 하는 차이도 있겠지만, 주변지인이나 나 자신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로 관대한 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그 사건의 중대성에 대한 차이가 눈에 들어오기는 할까. 그런 사람들이 이 섬마을 주민들을 욕할 수 있을까.
순창에서도 그동안 많은 사건ㆍ사고들이 있었고, 현재도 사건ㆍ사고들은 발생하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는 그 많은 사건ㆍ사고들을 겪으며 무턱대고 피의자들을 감싸거나 옹호하지는 않았는가.
명백하게 죄가 밝혀진 상태에서도 “사람이 실수 할 수도 있지”, “그럴 사람이 아니다. 상대방이 그럴만한 짓을 했겠지” 등의 발언으로 피의자로부터 반성의 기회마저 빼앗지는 않았는가.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이 있듯이, 죄를 지은 사람이 합당한 대가를 치른 후에는 그 사람이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할 수는 있지만 그 죄가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듯 면죄부를 쥐어줘서는 안 된다. 그것은 결국 그 사람으로 하여금 또 다른 죄를 저지를 기회를 마련해 주는 것이다.
최근 군내에서도 교사에 의한 여고생 성추행 사건이 불거졌다. 이와 관련해 가까운 곳에서부터 위에 언급했던 발언들이 들려온다. “젊은 사람이 그럴 수도 있지”라는 신안의 한 주민의 인터뷰와 우리의 모습이 겹쳐 보이는 씁쓸한 현실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