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봉투의 ‘귀하’라는 표현에도 정해진 규정이 있다.
윗사람에게 보내는 편지봉투에는 ‘성명+직함+님(께)’와 ‘성명+귀하(貴下)’ 또는 ‘성명+좌하(座下)’나 ‘성명+존하(尊下)’를 쓴다. 직함이 없어 적절히 높여 대우할 표현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귀하·좌하’로 예의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때의 귀하는 좌하·존하보다 등급이 낮지만 그렇다고 낮춤말도 아니므로 윗사람에게 써도 무방하다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OOO 사장님 귀하’등에서처럼 직함 뒤에 귀하를 붙여 쓰는 분들이 종종 있다. OOO사장님(께)처럼 받을 사람의 이름과 직함을 쓰면 이미 그것으로 충분히 높인 것이다. 직함이 없으면 ‘OOO 귀하(좌하)’를 쓰면 된다.
즉 직함이든 ‘귀하’이든 어느 하나만 쓰는 것이 예의에 맞으며 둘 다 쓰면 오히려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다. ‘지나친 공손은 오히려 예의에 벗어남’으로 풀이되는 과공비례(過恭非禮)의 좋은 예라 할 수 있겠다.
물론 동년배사이에는 ‘OOO 귀하’ 또는 ‘OOO 님(에게)’를 쓰면 된다.
연하장이 분주히 오가는 연말연시다. 봉투의 사소한 예의라도 세심하게 신경 쓴다면 보낸 사람의 정성어린 마음이 더 빛날 것이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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