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소똥공장서 마을 구한 산골노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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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소똥공장서 마을 구한 산골노인들
  • 안관옥 기자
  • 승인 2016.06.16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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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16년 6월 8일치

담양군, 축산분뇨처리장 몰래 추진. 성곡리 주민 10달간 반대 천막농성

전남 담양군이 외딴 산골 마을에 몰래 추진했던 축산분뇨처리공장이 백지화됐다.
감사원은 최근 담양군 대덕면 성곡리에 추진 중인 축산분뇨처리공장 설립 사업을 취소하라고 담양군에 촉구하고, 이 사업에 들어갈 국비 보조금 13억원을 회수하도록 농림축산식품부에 통보했다. 감사원은 또 사업계획서의 타당성을 소홀하게 검토해 불필요한 과잉시설을 추진한 관련 공무원 2명에게 주의처분을 하도록 했다. 이로써 군이 주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추진하던 사업은 3년 만에 좌초했고, 국비 보조금 13억원은 연말까지 반납해야 한다. 사업자가 미리 사들였던 토지의 용도변경도 중단됐다.
담양 성곡리 소똥퇴비공장 반대 대책위원회는 오는 11일 오전 11시 마을회관에서 축하잔치를 열기로 했다. 점심과 약주를 준비해 농성 참여 어르신들을 위로하고, 사업 철회를 도와준 이들에게 감사를 표시한다. 주민들은 지난해 7월20일부터 지난 4월30일까지 10개월 동안 담양군청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매일 민원실 앞에 ‘축산분뇨처리장은 담양군수 집 앞에 설립하라’는 펼침막을 내걸고 항의 집회를 했다. 이들은 사업이 불필요하고 주민의 동의도 없었다며 맞섰다. 주민들은 “담양에서 나오는 연간 소똥량은 26만t이고, 기존 3개 시설에서 30만t을 처리할 수 있다. 최형식 군수가 노인만 소수가 사는 외딴 산골이라 얕잡아 보고 비밀리에 소똥처리공장을 추진했다”며 사업 철회를 촉구해왔다.
지난해 3월엔 인근 주민 460명의 서명을 받아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서를 내고, 같은 해 8월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군을 압박했다.
이장 안선섭씨는 “3년 전 소똥공장이 추진된다는 사실을 처음 알고 기가 막혔다. 열이면 열이 모두 관청이 하는 일을 막을 수 없다고 했다. 포기하지 않고 거꾸로 가는 행정에 용감하게 맞서준 주민들이 고맙다. 민심을 거스른 군수는 서면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 조명자씨도 “폭염과 추위도 아랑곳없이 마음을 모았던 자춘댁·장화댁(89), 지산댁(88), 백동댁·강희댁(87) 등 어르신들의 승리”라며 “일생 동안 한 번도 집회를 해본 적이 없는 유순한 마을 분들이 부당한 공권력에 맞서 마을을 지켜내는 과정이 감동적이었다”고 돌아봤다.
군은 2013년 5월부터 사업비 44억원(국비 13억원, 군비 13억원, 사업자 18억원)을 들여 이 마을 터 4만3000㎡에 연간 처리능력 22만t인 축산분뇨처리시설을 추진해왔다. 군 관계자는 “친환경농업을 활성화하려다 민원을 빚었다. 사업자도 포기한 만큼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갔다. 앞으로 축산분뇨 처리 정책은 새로운 공장을 짓기보다는 기존 시설의 처리 효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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