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사회’ 깨우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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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사회’ 깨우는 언론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6.23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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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침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불의는 ‘권력의 못’에서 거들먹거린다.
“이득이 되지 않으면 못 본 척하고 간섭도 마라”, “‘돈’이 되는 일은 수단 방법을 가리지 마라”고 부추긴 결과는 잘못된 것을 잘못되었다고 말하지 않는 ‘침묵사회’를 만들었다. 공공부문을 비롯한 대다수 조직에서 쓴 소리를 하는 사람이 없으니 자정 기능이 없어진 지 이미 오래다. 크고 작은 조직들이 ‘좋다는 것이 좋다’며 ‘조직침묵’(업무나 조직을 개선할 수 있는 의견ㆍ정보ㆍ아이디어 등을 의도적으로 표현하지 않는 현상)의 늪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불의에 서로 눈감아주고 모른 척 서로 피하는 사이에 가정ㆍ단체ㆍ기관ㆍ사회의 균열이 걷잡을 수 없이 켜졌다. 이미 수차례 뼈아픈, 혹독한 대가를 치렀음에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침묵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20년전 ‘성수대교ㆍ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떠올리게 하는 2년전 ‘세월호 참사’, 1년전 ‘땅콩 회항’ ‘메르스 사태’도 모자라 최근 ‘섬마을 여교사 성폭행’, ‘대기업 회장 성추행’ ‘유명 연예인 변태적 성폭행’ 혐의까지 사건의 성격은 각기 다르지만 그 원인은 크건 작건 ‘조직보호’를 위한 ‘조직침묵’이 남긴 폐해다.
조직생활을 하면 할수록 알아서 포기하며 스스로 자신을 낮추는 ‘체념적 침묵’과 자기 자신만을 생각하는 ‘방어적 침묵’에 길들여진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이은 상명하복의 군사문화가 지배 이념이었던 독재시대에는 소위 ‘까라면 까야하는’ 불의에 눌려 할 말을 삼켜야 했다. 살아남기 위해 미리 체념하고 알아서 기며, 상관 및 동료와의 관계를 유지하기위해 자신의 의견이나 이의 제기를 애써 참으며 이를 ‘미덕’이라고 여겼다. “성인이 될 때까지는 의견을 제시해봤자 소용이 없고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억압적 교육을 받은 결과다.
하지만 공공부문부터 민간까지 ‘침묵’으로 가득했던 시대에도 ‘잘못을 잘못이라고 말’하는 용기는 있었다. 공익 제보는 조직 또는 단체 안의 불의를 폭로해 사회를 바로잡으려는 행동이다. 그러나 용기 있는 소수의 의인이 많은 유혹과 고민을 견디며 제보(고발)해도, 그 진위는 가려보지도 않은 채 ‘개인불만’ 정도로 취급하거나, 갈등을 조장한다며 “당신이 맡은 일이나 잘하라”며 매도하기도 했다. 개선의지도 자정능력도 없는 조직에 실망하여 외부에 제보하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어차피 안 될 일’, ‘엄청난 불이익’을 들어 겁박하며 다른 ‘침묵’을 강요했다.
언제까지 잘못을 알아도 말하지 않고, 불의를 봐도 눈을 감는 ‘침묵사회’가 계속 되어야 하는가?
‘왜 침묵하느냐’는 설문에 많은 사람들은 ‘말을 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내 말 때문에 조직 내 갈등이 생겨서 감정만 상하고 스트레스가 쌓일까봐’, ‘윗사람에게 부정적 평가를 받을까봐’, ‘튀는 사람 혹은 분란유발자 등으로 인식돼 왕따를 당할까봐’, ‘어차피 안 될 것’, ‘나에게 불이익이 올지도 모른다’는 ‘체념적 태도’와 ‘방어적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오랜 ‘조직침묵’에 길들여져 지레 포기한 나약한 모습의 전형이다.
타인의 위험이나 불의를 목격했을 때, 자신과 관계없는 일이라며 애써 외면하고, 도와줄 다른 사람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자신이 위험에 빠질까봐 외면하고 침묵하는 ‘위기사회’를 멈추게 해야 한다. “침묵 현상은 의사소통을 가로막고, 집단적 창의성을 발휘하는 것을 막아 구성원들이 무력감을 느끼게 하고, 이 같은 현상이 공공부문에서 나타나면 국민이 피해를 볼 수 있다.”(고대유 경희대 행정문제연구소 선임연구원) 타인의 일에 개입하지 않는 ‘침묵 사회’는 공동체 의식 약화 등 많은 병폐를 낳는다는 진단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민주화 운동을 통해 국가 차원의 독재체제를 타파했듯이 더 작은 단위의 조직들도 민주화를 이뤄야 한다고 설명한다. 우리 지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 교사의 학생 인권 침해, 한 공무원의 긴급 구금, 한 농협의 부실대출 감사결과 등을 놓고도 ‘조직침묵’의 조짐이 없지 않다. 지령 300호를 맞아 우리 지역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 ‘침묵하는 사회’을 깨우는 언론의 역할에 더욱 충실하고, 어렵지만 용기를 잃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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