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17)/ ‘연배’와 ‘터울’이 말하는 나이 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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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17)/ ‘연배’와 ‘터울’이 말하는 나이 예절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07.07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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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우리가 무심결에 하는 얘기 중에서 뜻을 잘 모르고 쓴 탓에 큰 결례가 되는 표현이 적지 않다. ‘연배’라는 말이 들어간 표현이 대표적인 예다.
이런 저런 자리에서 사람들과 어울리다 보면 우리는 종종 “제 연배이신 것 같은데, 말씀 낮추세요”라거나 “제 연배이신 듯하니 제가 먼저 잔을 올릴게요” 따위로 얘기하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 “어, 이건 아닌데” 속으로 생각하면서도 지적하기도 뭐하고 분위기상 웃어넘기기가 일쑤다. ‘연배’는 ‘비슷한 또래의 나이, 또는 그런 사람'을 뜻하는 말로, “같은 연배라서 마음이 잘 통한다”, “아무리 연배라도 말을 함부로 해서는 안 된다” 등처럼 비슷한 나이를 일컫는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따라서 ‘선배’를 뜻하는 말로는 절대 쓸 수가 없다. 물론 ‘연배’는 ‘일정한 정도에 도달한 나이’를 뜻하기도 한다. “한 중년 연배의 남자가 나타나 어제 그 일에 대해 자세히 묻고 갔다네” 따위로 쓸 수 있는 것이다. 또 “저 선배 나이가 올해 일흔이야. 내가 그 연배가 됐을 때 나도 저렇게 정정할 수 있을까?”처럼 쓸 수도 있다.
하지만 이때에는 ‘연배’ 앞에 어떤 연령대를 뜻하는 말이 와야 한다. ‘중년 연배’ ‘장년 연배’ ‘노년 연배’ 등으로 쓰거나, 앞에 어떤 연령대인지 알 수 있는 숫자 등이 와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연배가 있는 분을 만났을 때 먼저 악수를 청하는 것은 결례다” 표현에서 쓰인 ‘연배’는 바른말이 아니다. ‘연배’에는 ‘연세’의 뜻이 없기 때문이다. ‘연세’를 뜻하려면 “저보다 연배가 높으신 것 같은데…” 등으로 표현해야 한다.
나이와 관련해 함부로 써서는 안 될 말로는 ‘터울’도 있다. 가끔 신문과 방송에서도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인 김 씨 부부는 각각 30세와 29세로 한 살 터울이다” 또는 “현재 임창용 선수가 41세니까 약 20세 터울의 고졸 신인들과 함께 활약하고 있는 셈이지요.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대단합니다” 등처럼 나이 차를 나타낼 때 ‘터울’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하지만 위의 예문에 쓰인 ‘터울’은 잘못된 표현이다. ‘터울’이란 ‘한 어머니의 먼저 낳은 아이와 다음에 낳은 아이와의 나이 차이’를 뜻하는 말이기 때문이다. 즉, ‘터울’이란 어머니가 같은 자식들 간의 나이 차이를 나타낼 때만 쓸 수 있다는 얘기다. “언니와 나는 두 살 터울이다”, “큰오빠와 나는 터울이 많이 진다”처럼 사용할 수 있다.
어머니가 다른 형제자매 사이에도 쓸 수 없는 ‘터울’을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남남 사이에 쓸 수는 없다. 이럴 때는 그냥 ‘O살 차이’로 쓰면 된다.
‘어머니가 같다’는 점 때문에 북한에서는 이 말이 ‘한 어미로부터 먼저 태어난 새끼와 그 다음에 태어난 새끼의 나이 차이, 또는 먼저 새끼를 낳은 때로부터 다음 새끼를 낳은 때까지의 동안’을 뜻하는 말로도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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