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없는 광복절 ‘연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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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없는 광복절 ‘연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6.08.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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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71주년 광복절 축사에서 ‘위안부’를 지우고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를 채워 넣었다. 덧붙여 원로 독립운동가의 호소도 무시하고 ‘건국절’을 언급했고, ‘헬조선’이라고 한탄하는 국민들을 향한 비난과 훈계를 늘어놓았다. 그는 “세계가 부러워하는 우리나라를 살기 힘든 곳으로 비하하는 신조어들이 확산되고 있다”며 “‘할 수 있다’는 용기와 자신감”, “어려운 시기에 콩 한쪽도 나눠 이겨내는 공동체 문화”를 강조했다. 하지만 그가 제시한 ‘대안’들이 아버지 박정희 시절에나 나올 법한 ‘정신승리 요법’이며, “헬조선이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대한 이해 없이 국민 탓만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또 “임기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밑그림은 보이지 않고 ‘우리는 위대하다’는 식의 ‘국뽕 연설’이다”는 비판도 높다. ‘국뽕’은 객관적 판단능력을 잃고 애국심에 과도하게 취해있거나 위대함만을 강조한다는 뜻의 ‘신조어’다.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은 일본 언론으로부터는 ‘박수’를 받았다. 그가 읽은 이날 경축사는 200자 원고지 53장, 6500자 분량이었다. 그중 일본에 대한 언급은 “한ㆍ일 관계도 역사를 직시하는 가운데 미래지향적인 관계로 새롭게 만들어나가야 할 것”이라는 한 문장이었다. 엊그제 일본 신문이 “한국 쪽이 (대통령이 광복절) 연설을 ‘미래지향적’ 내용으로 할 수 있도록 일본 쪽에 15일 이전에 (‘화해ㆍ치유 재단’ 10억엔 출연) 결정을 하자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보도하더니, “해방 이후 71년 동안 이뤄낸 성취들이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과 일본의 역사 수정주의 그리고 박근혜 정권의 몰역사성 앞에 물거품이 되는 듯”하다는 지적을 깡그리 묵살하고, “일ㆍ한 정부가 합의하는 용도의 범위”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10억엔을 받는 조건으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최종적ㆍ불가역적 해결”을 지키기 위한 ‘용단’을 시작한 것으로 보여 애석하다.

‘헬조선’은 지옥(헬ㆍhell)과 조선의 합성어로 ‘지옥 같은 한국’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취업ㆍ결혼ㆍ출산으로 이어지는 평범한 삶을 평범하게 여길 수 없는 절망적인 현실을 빗댄 용어로 ‘지옥불반도’나 ‘망한민국’이라고도 한다. 박 대통령은 ‘헬조선’ 속 청년들에게 ‘노오력’을 강조한다. ‘노오력’은 기성세대가 사회를 이 지경으로 만든 데 대한 책임의식보다는 ‘요즘 애들은 노력을 안 한다’며, 문제의 원인을 개인의 노력 탓으로 돌리는 현상을 비꼬는 신조어다. 박근혜 대통령의 어느 행사에서 “국민이 편안하게 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다가 대통령까지 됐다. 정말 간절하게 원하면 온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는 말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헬조선’에 ‘노오력’을 제시하는 대통령의 인식이 “일자리가 없는 ‘잉여’들이 ‘헬조선’ 따위의 말을 쓰며 사회에 대한 불만을 댓글로 해결하려 한다”는 한 보수신문의 인식과 너무 닮아 씁쓸하다.

지난해 한 시민이 텔레비전 뉴스 화면을 갈무리한 사진 60장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고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하는 60가지 이유’라며 “이게 다 박근혜 정권 때 발표된 것”이라고 밝혀 화제를 모았다. 그 뉴스 화면 자막에는 “일한 만큼 못 번다…한국 최하위권”, “복지지출 OECD 꼴찌”, “한국자살률…OECD 국가중 최고”, “사기사건 하루 6000건 사기공화국”, “전체가구 20% 월세살이…생활비의 5분의 1”, “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출산율 최하위권”, ‘아이들 삶의 질 꼴찌’, ‘남녀 임금격차 OECD 3배’, “빈부격차 최대…노인 빈곤율 1위”, “언론자유 2년 연속 하락…60위”, ‘최저임금 이하 OECD 최다“, “전란국가만 못한 삶 만족도”, “후진국형 결핵 OECD 국가중 1위”, “빚진 60대 이상 고령층 세계 최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 신흥국 최고”, ‘GDP 대비 복지 비율 OECD 최하위’, ‘성평등 순위 136개국 중 111위’ 등이 적혀 있었다.

모두 국내 방송 뉴스여서 부정할 수 없는데 대통령은 정책 실패에 대한 반성과 대안 제시 보다는 살기 힘들다는 ‘청년’을 나무랬다. 그는 “결코 정쟁이 될 수 없다”는 전체주의적 논리로 사드배치를 반대하려면 “대안을 제시하라”고 윽박질렀다. 광복절에 한반도, 남북관계, 한일관계에 대한 비전은 없고 ‘할 수 있다’는 말만 거듭 거듭 강조했다. ‘어떻게’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아무리 들어봐도 알 수가 없었다는 지적이 높다. 올 광복절 경축사에는 이산가족 상봉, 남북 대화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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