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보고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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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보고 답사기
  • 김귀영 독자
  • 승인 2016.08.31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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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김귀영(순창읍 민속) 전 초등학교 교사

 

아~아 장보고!
답사에 오른 밤배 울음소리 위엔,
기우는 북두칠성님!
구름산 골짜기 저 멀리 사이사이
산골 옛집처럼 배 불빛 드문드문…
일천 삼백여년 전 해상왕 장보고님!
이제사 되짚어 기리는 뱃길
한 잔 술 꿈에는 어쩜 오실런가?

 

 늦여름 홀로 길을 나섰다. 무릇 여행이란 둘이 가면 절반을 볼 뿐이고 보고, 셋이 가면 삼분의 일만을 보고 느낀다는 말이 있으니... 나 홀로 일상의 탈출을 시작하자.
여기는 평택항! 동북아 물류기지의 중심이자 전진기지! 거대한 카 페리호는 서해의 노을을 뒤로하고 평택 국제여객터미널에서 출항하여 밤새 달린 끝, 대륙의 꼭지점 중국 산동성 영성항에 도착하였다. 지리적으로 우리나라와 가장 가까운 이곳 산동반도는 과거 수많은 유학생과 고승들, 또한 미래를 꿈꾸는 자들이 뱃길로 당나라를 향하는 최단 코스였으리라.
장보고, 그는 누구인가?
“가난하다고 원망치 말라. 나는 들쥐를 잡아먹으며 연명했고, 목숨을 건 전쟁이 내 일이었다. 배운 게 없다고 탓하지 말라. 나는 내 이름도 쓸 줄 몰랐으나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면서 현명해지는 법을 배웠다. 너무 막막하다고, 그래서 포기해야겠다고 말하지 말라. 나는 목에 칼을 쓰고도 탈출했고, 화살을 맞고도 살아남았다. 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었다. 나는 내게 거추장스러운 것은 깡그리 쓸어버렸다.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나는 장보고가 되었다.”
멸망한 백제국 출신의 미천한 해도인(海島人)으로 태어났으나 자신의 신분에 절망하지 아니한다. 신라말기 골품제라는 철저한 신분사회 속에서 신분이 아니라 실력으로 출세의 길에 오른다. 청운의 꿈을 안고, 의형제 정년과 당나라로 건너가 온갖 수모와 굴욕 속에서 당나라 무령군 장수가 되었으며 그 후 무역중개업과 해운업으로 막대한 재물을 모은다. 또한 당나라의 많은 신라인들을 하나로 모아 지금의 산동성 적도에 적산법화원을 세우기에 이른다. 거기에 이르기까지 지독한 수신(修身)과 스스로의 자존감(自尊感)으로 숫한 질곡과 수난의 길을 이기고 해상왕으로 거듭난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조국 신라의 위태함과 백성들을 위한 해상무역의 필요함, 무고한 백성들을 위협하는 해적의 소탕이 절실함을 늘 마음에 두고 다시 신라로 돌아와 서기828년 흥덕왕의 윤허로 청해진에 대사의 직분을 받고 해상왕국을 건설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의 완도인 청해진을 거점으로 한 그의 해운업은 당과 일본, 그리고 멀리 동·서·남아시아와 아라비아반도에까지 이르렀다.
아득한 옛날 바다는 고기잡는 곳이란것만 알던 어두운 시대에 무역 중개업과 해운업으로 바다를 백성들의 살림터로 번창시켰던 것이다. 바야흐로 국경과 이데올로기도 없는 21세기, 경제적 무한경쟁시대인 오늘날, 장보고 정신이야말로 우리 후손들에게 무한한 귀감이어야 하리라. 성산두에서 시작된 답사는 산동성, 용안, 위해시를 거쳐 봉래와 등주 등의 곳을 거슬러가며 장보고의 숨결을 느꼈고, 그 유명한 적산법화원에서 여정을 마쳤다.
반도라는 지정학적 위치에서 수많은 전란과 침입속의 역사적 대 파란을 이겨낸 수많은 용장들, 이름 없는 무명의 전사들! 민족의 수난기마다 나라를 위해목숨을 초개와 같이 버렸던 선열들….
장보고 그 또한 조국을 위해 신명을 바치고 혼신을 다한 역사의 위인이리라. 허나 신라 말 극심한 왕위쟁탈과 혼란 속에서 패배로 기록된 그의 죽음은 한낱 이긴 자의 편에서 기록된 역사일 뿐이리라.
글쓰기를 마치고 창밖으로 나와 석양 노을을 보며 나는 내 조국에 어떠한 사람이었는가 묻고 다시금 상념에 젖는다.
장보고는 초인이 아니다. 그 또한 인간이며 오욕(五慾)의 노예였다. 그런 장보고가 시대를 선도하며 리더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은 부단히 자신을 성장시킨 결과이리라. 나를 극복하는 그 순간 장보고가 되었다는 그의 음성이 가슴에 저리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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