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농사 … “기계 삯, 임대료 빼면 이미 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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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농사 … “기계 삯, 임대료 빼면 이미 손해”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0.20 1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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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확기 나락농가 장탄식 … 따뜻한 겨울은 ‘옛말’

▲풍산면 들녘에서 나락을 베고 있는 농민. 비에 쓰러진 나락을 베던 농민들은 쌀값 얘기가 나올 때마다 한숨을 쉬며 분노했다.

사료 값만도 못한 쌀값 … 정부 농협 모두 ‘외면’

들녘이 신음하고 있다. 나락 한 포대 값이 3만원대라고 하니 세상을 잃은 듯 자포자기한 농민들이 속출하고 있다. 한 포대 팔아봐야 삼겹살 한 번 먹기도 부족한 금액이 됐으니 쌀농사 지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은 조금의 과장도 없는 현실이 됐다. 
들녘에서 만난 나락을 거두던 사람들은 모두 웃음을 잃었다. 이미 속이 썩어 문드러졌으니 웃어도 웃음이 아니다.
김형갑(71ㆍ풍산 두승)씨는 “나락 해봐야 이제는 손해”라는 말로 계산을 시작했다. 농어촌공사로부터 땅을 임대해 농사짓는 그는 한 마지기당 16만원씩을 임대료로 낸다. 그리고 봄철 로타리 기계 삯이 7만5000원, 가을 벼를 벨 때 쓰는 콤바인도 돈을 주어야 쓴다. 그는 “인건비, 비료 값 한 푼 안 넣고 기계 삯만 15만원이 들어간다. 거기에 임대료 더하면 30만원이 넘는다. 소출은 한 마지기에 12가마면 잘 나오는 거고 10가마니를 평균으로 잡는다. 요새 나락 값을 생각하면 한마지기 해봐야 30만원 겨우 받는다. 나락 말리는데도 돈 들어가니 손해”라고 말했다. 논농사 30마지기를 짓는 그는 예전에는 수확하면 1000만원 이상 돈을 쥐었지만 이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사실 1000만원 쥐어봐야 기계 삯과 비료 값 정산하고 나면 손에 남은 돈은 얼마 안 된다. 이제 나락 농가는 따뜻한 겨울을 날 수가 없다.
또 다른 농민은 쌀의 가치가 사료만도 못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양일(56ㆍ복흥 상송)씨는 “소에 먹이는 큐브가 1킬로그램(kg)당 800원 꼴이다. 잡곡 120kg이 10만2000원인데 이것도 더 떨어진다고 한다. 1980년도 쌀값(80kg당)이 18만~20만원이었다. 지금은 그보다도 못하다. 이게 말이 되냐”며 “그나마 쓰러진 곳은 반타작도 못하고 갈아 뭉개야 한다. 나락 값도 싼데 얼마나 손해인가. 아예 1만원 대로 떨어져버리라고 해라. 그래야 동학농민혁명처럼 다들 들고 일어나지”라며 분개했다. 자재비, 인건비, 기름 값 모두 몇 배씩 올랐는데 쌀값은 매년 떨어지는 현실을 개탄하는 최 씨의 분노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울분이었다.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쌀은 어디로 가야 할까? 생산된 모든 나락을 공공비축미로 거두는 것도 아니며 농협은 쌀을 취급 할수록 손해라며 수매량을 늘릴 계획이 없다. 쟁여둘 공간이 없는 농민들은 나락을 울며 겨자 먹기로 시장에 내놓아야 하는데 이 때 제 값 받고 거래될 거라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농민들이 생활고를 못 이기고 볍씨 뿌리기를 멈추면, 납작 엎드려 있던 밥쌀용 수입쌀이 대안인 척 나타날 것이다.
쌀 목표가격을 올리고 쌀 수입을 중단하며 정부수매제도를 다시 실시해야 한다는 사실은 모든 농민들이 알고 있었다. 농민들은 농업을 진흥시키겠다던 정부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농민의 올 겨울은 유난히 추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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