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도양표/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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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도양표/ 가는 길이 서로 다르다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6.10.26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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分 나눌 분 道 길 도 揚 떨칠 양 재갈 표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0

살아 온 길도 다르고 생각도 다른데 고향이 같고 학교 동창이라는 이유로 같이 맞춰가다 보니 내가 피곤하다. 자존심이 일다보니 내가 지금 뭐하는 자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는 것이다. 그를 따르며 나도 그 덕을 보려는 것처럼 되어 모양새가 별로이다. 자기의 개성과 지향하는 바를 좇아 독자적인 길을 걷는 것도 나머지 인생을 보람되게 사는 길이 아닐까 싶다.
《북사ㆍ위제종실전(北史ㆍ魏諸宗室傳)》에 나오는 얘기이다.
남북조(南北朝, 420-581)시절, 경성인 낙양(洛陽)을 관리하던 경조윤(京兆尹) 원지(元志)는 문재로서 능숙하게 일을 처리하는 능력이 있는데다가 과거에 황제의 목숨을 구했던 부친 덕분에 왕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그러나 한 가지 흠이라면 학문이 부족한 고관을 멸시하는 태도였다. 
하루는 원지가 마차를 타고 외출하게 되었는데 우연히 건너편에서 오는 어사중위(御史中尉) 이표(李彪)와 마주치게 되었다. 당시에는 고관이 외출하면 직위가 높을수록 따르는 수종이 많아 그 위세가 대단하였다. 백성들은 멀찌감치 떨어져 있어야 하고 낮은 관리는 길을 비켜주는 것이 상례였다.
사실은 이표의 관직이 높아 당연히 원지가 길을 비켜주어야 하나 원지는 이표의 학문이 낮은 것을 얕잡아 보고 고의로 길을 비켜 주지 않았다. 이표가 화가 나서 질책하여 말했다.
“원지, 네가 무례하구나. 경조윤 따위가 본관을 보고도 감히 길을 비켜주지 않다니? 어서 길을 비켜라!”
원지도 지지 않고 대들었다.
“저는 경성을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낙양의 모든 사람의 호적을 관리하는 자리에 있는데 다른 보통관리들처럼 그냥 길을 비켜 줄 수는 없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다가 결국 이 문제를 효문제(孝文帝)에게 묻기로 하였다. 양측의 말을 듣고 난처해진 효문제는 그들의 시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아서 어느 쪽도 편들지 않고 손을 내저으며 말했다.
“이게 무슨 싸움거리냐? 각자 길을 달리하여 다니던지 반쪽 길로 가든지 알아서들 하시오.”
이에 따라 두 사람은 사람을 보내 우선 길을 반쪽으로 나눈 다음 외출할 때마다 반쪽 길로 다니며 서로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제각기 제 갈 길을 가다. 길을 나누어 달리다’는 것으로 훗날 사람들은 이 성어를 지향하여 달려가는 방향이 다름을 비유하는데 사용하였다. 특히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뜻과 취미가 서로 다르고 목적이 달라 피차 가는 길이 같지 않게 되었을 때 자기 합리화를 위해 사용하였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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