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한국’의 소리 넘어 ‘우리’의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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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조, ‘한국’의 소리 넘어 ‘우리’의 소리”
  • 김슬기 기자
  • 승인 2016.11.09 1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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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유일 ‘순창다문화시조합창단’

 

분홍빛 한복을 입은 자태가 곱다. 자세히 보면 피부색도 다르고 한국말도 조금은 서툴지만 ‘시조’를 할 때는 전문 소리꾼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내는 이들은 ‘순창다문화시조합창단’이다. 2013년 3월 창립해 다문화가정들의 한국정통시조문화 체험을 목적으로 23명의 회원이 활동 중인 다문화시조합창단(단장 강경우)은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순창가정교회 교육관에서  류재복 사범과 보조강사 엄명섭 선생에게 시조를 배우고 있다. 창립하던 해 순창에서 열린 전국대회에서 평시조 1ㆍ2위를 차지하는 실력을 뽐냈고 지금까지 매천 황현선생 추모 전국대회에서 1등, 웅부 안동 전국대회에서 1등, 경산 전국정가경창대회에서 동상, 마산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1등, 경산전국시조경창대회에서 동상을 차지하는 등 수많은 대회에서 입상했다. 대회뿐만 아니라 순창군 삼인문화기념행사, 단성전에서 열린 개천절기념 단군대제 행사에 초청돼 축하공연도 했다. 2013년 개최한 <열린순창> 후원 송년음악회에도 특별출연해 무대를 빛낸 그들은 한국으로 시집와 한국의 전통 소리인 시조를 배우고 부르며 새로운 문화에 눈을 떴다.
전국에서도 유일한 다문화시조합창단. 어떻게 다문화이주여성들이 시조를 배울 생각을 했을까. 강경우 단장은 “제 아내도 외국에서 왔다. 외국인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해서 한국의 문화와 역사를 잘 이해하고 사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다문화 가정들이 한국문화를 접해 보고 체험해 보며 한국문화를 이해하고 재미와 보람을 느끼길 바랐다. 그러던 중 대한시조협회 순창지회 류재복 회장님을 만났다. 다문화여성들에게 시조를 가르쳐보고 싶다 하셔서 시조를 배울 분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쉽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늘 봐왔던 악보가 아닌 새로운 악보를 보고 노래하는 것이 만만치 않았다. 음 높이를 대략 참고할 수 있는 악보를 보고 시조를 부르기 어려웠다. 그런 단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무한 반복’. 특히 혼자 부르는 ‘독창’이 아니라 함께 노래하는 ‘합창’이기에 서로 조화를 이루어야 좋은 소리가 나왔다.

 

전국 유일의 ‘다문화 시조 합창단’
반복 또 반복해 조화 이루는 소리

필리핀에서 온 노유진(40ㆍ금과 내동) 씨는 “지금 생각해보면 여기까지 온 게 기적 같다. 한국 사람도 어려워서 잘 안하는 시조를 내가 유창하게 하고 있다는 자체가 큰 보람”이라며 “예쁜 한복을 입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다른 다문화 언니들과 하나의 목소리로 시조를 하는 게 좋다. 한국전통시조의 깊은 뜻은 누가 설명을 해 줘야 조금 이해할 수 있지만 꾸준히 배우다 보면 더 깊게 이해 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젊은 시절 5년 여 동안 일본 전통 악기 ‘샤미센’을 배우다 한국으로 시집 와 꿈을 접었던 세노리카(54ㆍ팔덕 청계, 일본 출신) 씨는 “샤미센의 음율이 시조와 정말 비슷하고 시조를 하고 있으면 샤미센을 연주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받아 나도 모르게 빠져든다. 지금은 다문화 시조 합창단으로 활동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시조에도 도전할 것”이라 말했다.
나가오까 유꼬(47ㆍ순창읍 순화) 씨는 “시조를 처음 배울 땐 뭐가 뭔지 전혀 모르고 시작했지만 2년 동안 배우고 대회에 나가면서 정말 대단하다, 어떻게 외국인이 한국 시조를 한국사람보다 더 잘하느냐고 축하해주는 말에 보람을 느끼고 시조 배우기를 잘 했구나 하고 생각한다”며 “더 노력해서 더 시조를 잘 하는 것이 목표다. 어려운 만큼 많은 시간이 필요하니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배워가겠다”고 말했다.
단원들을 가르치며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류재복 사범은 “외국에서 시집와 외롭게 사는 다문화 이주여성들이 한국의 전통문화 예술을 배우면 한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고 시작했다. 이응 받침이 어렵고 시조 가사 내용이 한시로 된 게 많아 이해하기 어려운 애로점이 많지만 다행히 단원들이 음악적인 재능, 예술적인 끼가 있어서 무난하게 가르치고 있다”며 “평시조 끝내고 사설시조, 남창지름, 여창지름을 끝냈다. 지금은 한 단계 더 나아가 우시조를 배우고 있는데 앞으로는 제일 어려운 엮음지름시조를 가르칠 거다. 단원들이 지금처럼 열심히 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옆에서 함께 지도하는 엄명섭 보조강사는 “단원들 가운데는 통일교 참하나님 참사랑의 이름으로 시집와 살고 있는 분들이 많다. 어찌 보면 선교사라고 할 수 있다”며 “자식 같고 동생 같은 그들이 예쁜 한복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시조를 하며 단원들이 잘 따라준 결과 결실을 맺고 있다. 보람있다”고 말했다.
한복을 입고 시조를 부르는 다문화 여성들은 오늘도 그들의 목소리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앞으로 전국에서 개최하는 시조대회에 모두 참가해보는 것이 목표인 단원들. 대회를 참가하면 실력도 늘지만 그 지역의 특산물이나 자랑거리 등을 알아보는 일석이조의 효과도 있다며 소리를 가다듬는다. 누군가의 아내, 며느리, 엄마로 살아갔던 그들이 시조를 부르는 음악인으로서 새로운 걸음을 잘 딛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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