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공장 애물단지 우려가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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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주공장 애물단지 우려가 현실로…
  • 우기철 기자
  • 승인 2011.01.1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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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업체 농민…“전통장류 말 하면 미친 사람”

우리 군 연간 예산의 8%에 육박하는 180억을 투입한 해썹(HACCP) 메주공장이 표류하고 있다.

이 해썹 메주공장은 전통장류업체에 위생메주를 공급한다는 목적으로 읍내 민속마을 장류특구 내에 지난 6월에 완공됐다. 완공 직후 수입 콩으로 시운전하다(본보 지난해 8월 5일자 제13호) 물의를 일으켰던 이 메주공장이 완공된 지 6개월이 되었는데도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180억원(국비135억 도비22.5억 군비 12.5억원)의 엄청난 예산을 투입했으나 아직 운영 주체도 정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해 9월 30일 농업회사법인으로 순창장류주식회사가 발기인총회를 갖고 탄생했다. 순창장류(주)는 완공된 해썹 메주공장과 100억이 투입돼 2011년 12월 완공예정인 전통발효식품 전용공장의 위탁 운영, 메주ㆍ된장 반제품ㆍ장류원재료 유통, 위탁운영시설물의 일부 또는 전부의 재 임대를 통한 수익 등을 운영방안으로 하여 출범했다.

하지만 법인 구성과 출자지분율 등을 살펴보면 출발 자체가 형식적이라는 지적이다. 당초 계획했던 초기자본금 2억원도 채우지 못한 설립자본금 1억4100만원으로 시작했다. 그 내용은 군이 7000만원(49.6%) 군내 5개 지역농협이 5000만원(35.5%), 문옥례식품 2000만원(14.2%), 농민대표 100만원(0.7%) 등 이다. 이를 보면 지분의 대부분을 군과 지역농협이 보유하고 콩을 생산하는 농민과 메주의 소비처인 전통업체는 각 1곳(명) 뿐으로 형식에 그쳤다는 지적이다. 이는 순창 콩 500톤을 사용 메주를 만들어 원가에 공급한다는 군의 사업 목적에 생산농가와 전통업체는 요지부동 차갑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인다.

순창장류(주)는 지난 해 11월 24일 ‘순창메주공장 예비 사업참여 제안 공모’를 3개 전북 일간지를 통해 공모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1개 회사만이 참여해 공장운영 방안에 대해 제안 발표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그동안 3~4개 업체가 메주공장에 관심이 있다고 설명해왔던 군의 주장이나 기대와는 달리 메주공장에 대해 ‘매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유일하게 참여한 업체의 제안내용을 살펴보면 당초 군의 계획이나 기대가 얼마나 허무맹랑한 것인가를 알 수 있다.

제안업체는 연 200일 조업, 연간 최대생산량을 1000톤(ton)으로 간주했다.

메주 예상 공급가는 국산 콩 6500원(1kg당)을 기준으로 전통업체에서 사용하는 사각메주를 연간 200톤(수분 30% 기준) 생산하여 군내업체에는 1만1252원(제조원가 1만690원+최소이윤 5% 포함) 공급할 것으로 산정했다. 가공공장들이 주로 사용하는 알 메주는 수입 콩 1100원(1kg당)을 기준으로 연간 720톤(수분 7% 기준)을 생산하여 군내에는 2849원(제조원가 2707원+최소이윤 5% 포함)을 예상 공급가로 산정했다.

이는 당초 순창 콩 500톤을 사용해 메주를 만들고 순창 콩 가격이 3500원(1kg당)일 때 6000원에 군내 업체에 메주를 공급한다는 군의 계획과는 차이가 커 혼란스럽다.

원료가 순창 콩도 아닌 국산 콩인 데다 메주 제조비용도 2500원에서 4750원으로 올라가 계획과는 비교도 안 되는 가격을 제안하고 있다. 더구나 장류특구에 소재한 메주공장에서 사용하는 원료가 국산은 200톤에 불과하고 수입 콩을 720톤을 사용하는 계획은 메주공장의 당초 건립 목적을 무시한 결과로 이런 사실이 알려지면 파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7월, 수입 콩으로 시운전한 것이 ‘예산절감’ 때문이었다는 변명과는 달리 처음부터 수입 콩을 사용하기위한 탐색이었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이 업체가 제안한 요청사항을 보면 메주공장의 앞날은 더욱 더 캄캄하다.

이 업체는 기존 사각메주 제조 설비(국산 콩 사용)를 알 메주(수입 콩 사용)도 제조 가능한  설비로 변경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메주 판매 부진 시 월 5600만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업초기 임대료 면제도 요구하고 있다. 또 초기 3년 동안 마케팅 비용을 공동 투자하자며 군에 3억원을 요청했다.

이에 (주)순창장류에서는 이 업체의 제안이 부적합하다고 통보했고 이후 다른 한 업체가 비공식적으로 제안서를 제출했지만 이 업체보다 조건이 더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장류식품사업소 정도연 담당은 “콩 작목반에게 법인참여를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올해 콩 작황이 안 좋아 순창 콩을 국산 콩으로 표기 한 것이다. 업체들은 최악의 조건을 제시하고 협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대기업 위탁방안과 (주)순창장류가 직접 운영하는 방안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식으로 장류사업을 하는 기업에 사업 참여 제안서를 발송할 예정이다. 6~11월 중 메주공장은 수입 콩으로 돌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주민들은 “현실에 맞지 않은 대규모 공장을 만든 후 발을 빼려고 대기업 위탁을 선호하더니 이제 와서 (주)순창장류 직영도 검토 한다는 것은 임기응변적 발상이며, 법인의 자본금 규모나 구성인원만 봐도 급조된 것이라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 향후 장류벨리사업 때문에 누군가는 책임을 지는 사람이 나와야 할 것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류업체 한 대표는 “전통고추장 팔아 예산 따놓고 수입 콩으로 양조공장 만든 꼴”이라며 “이제 순창에서 전통장류를 말하면 미친 놈 취급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며 분을 참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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