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우체통 17통… 취약노인에 선물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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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우체통 17통… 취약노인에 선물 전달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6.12.07 1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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꾹꾹 눌러쓴 손 편지, 사랑으로 돌아오다

▲편지만 전하는 우체부가 아니다. 추운 겨울, 홀로 지내는 어르신들의 소박한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따뜻한 사랑을 나누기 위해, 순창우체국 행복나눔 봉사단이 나섰다.

병마와 싸우고 살림 넉넉지 않아 … 물품 드리니 반색

“홀로 사는 독거노인 000입니다. 병고에 시달려 살아와 가사에 힘들어 더구나 청소기가 고장 나 없으니 더욱 가사에 힘이 듭니다. 작은 소망으로 청소기가 필요합니다. 앞으로도 우체국이 좋은 발전과 좋은 도움이 계속되어주시기 바랍니다.”
“올 여름에 간암으로 수술도 받고 생활이 무척 어렵고 그러네요… 팔아먹는 쌀도 지원해주시면 고맙겠고 라면이나 국수도 주시면 고맙게 잘 먹겠습니다.”
“소원이 있어 몇 자 적습니다. 겨울에 난방비가 없어 아끼려다보니 추워서 불편합니다. 온열기 같은 거 있었으면 따뜻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젊은 나이에 치과에서 사랑니를 빼다가 귀에 이상이 생겨 잘 듣지 못하게 되었어요. 아무리 나아서 살려고 해봤지만 허사였어요. 마음에 상처를 안고 살아왔어요. 누가 뭐라 해도 귀가 잘 들리지 않으니 참 힘든 삶을 살아왔어요. 전화기에 잡음이 있으면 100번에 전화해주고 고쳐주고 해서 별 이상이 없었는데 두 번 와서 고쳤지만 요즘에는 계속 잡음이 나고 너무 오래 써서 그렇다고 하네요. 관리 선생님은 하나 사야 되지 않느냐고 하시는데 이 나이에 얼마나 산다고 새것을 사냐고 했지요. 그런데 소원우체통에 편지를 보내면 꼭 필요한 것을 보내주신다는 소식을 듣고 이 편지를 대필합니다. 꼭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어르신들이 직접 쓴 손편지들. 소원우체통에 담긴 편지들을 순창우체국 직원들이 펼쳐보고 있다.
주변을 돌아보고 이웃을 위해 소매를 걷어 올리는 사람들이 눈에 띄는 12월은 나눔의 달이다. 이웃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도록 물품과 음식을 나누며 정을 보태니 추운 계절에 마음은 가장 훈훈한 계절이 되곤 한다.
이런 시기에 나눔의 형식을 조금 바꿔 더 효과적인 지원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순창우체국(국장 유재윤)이 설치한 소원우체통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꼭 필요한 지원을 받았다는 소식이다.
순창우체국은 지난 5월부터 12월까지 군청 취약노인지원센터에 소원우체통을 설치하고 편지를 받아왔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사연과 필요한 물품을 적어 소원우체통에 넣으면 우체국이 그 물건을 구매해 직접 전달하는 것이다. 소원우체통으로 접수받은 사연은 읍ㆍ면 사회복지사들이 관리하는 저소득층 노인에게 전해줬다. 이 사업은 우정사업본부가 전국 247개 우체국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우체국의 상징과 같은 우체통과 편지를 활용하는 것에 큰 의미가 있다.
순창우체국 소원우체통은 8개월 동안 운영됐고 17명의 노인이 저마다의 사연을 적어 보내왔다. 글씨를 쓰지 못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하고 싶은 말을 사회복지사가 대신 적었다. 편지를 보내온 노인들은 대부분 주거환경이 나쁘고 질병에 시달리는 이들이었다.
편지를 읽어본 우체국 직원들은 편지를 쓴 모두에게 원하는 물건을 선물하기로 했다. 선물전달은 순창우체국 행복나눔봉사단원들이 했다. 선물을 받은 노인들은 놀라며 반색했고 집에 있던 과일을 챙겨주며 고마워했다. 청소기를 받은 노인은 “정말 소원을 들어줄까 반신반의하며 편지를 썼는데 이렇게 필요한 물건을 선물로 받으니 너무나 반갑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렇게 노인들이 정성껏 눌러 쓴 손 편지는 큰 선물이 되어 돌아왔다.
편지를 쓴 노인들이 원한 믹서기, 청소기, 안마기, 유모차, 온열기 등은 다행히 값비싼 물건이 아니어서 예산범위에서 모두 해결할 수 있었다.
한송연 우편물류과장은 “우정사업본부에서는 5~15명을 선정하라고 했었다. 하지만 편지를 쓰신 분들이 비싼 물건이 아닌 꼭 필요한 물건을 원하셨기 때문에 2명이 초과됐어도 모두 선물해드릴 수 있었다”며 “전에는 연말이면 생필품 지원 등으로 으레 형식적으로 도와주곤 했는데 이 사업은 맞춤형 도움이 된다. 소원우체통은 도시보다는 순창군 같은 군 지역에 더 적합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창우체국은 지금까지 해오던 지원사업 규모는 유지하면서 소원우체통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 과장은 “금융사업 수익 일부를 행복나눔행사에 지원하는 기금을 활용하면 확대할 수 있을 것이다. 행사결과를 보고하며 내년에는 더 늘려야겠다는 의견을 냈다”고 전했다.
맞춤형 지원활동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의 의견을 수렴해야 하므로 많은 수고가 든다. 하지만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감동시키는 효과는 매우 크다. 내년에는 소원우체통에 더 많은 편지가 모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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