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어우리말(28)/ 마음에 관한 것 ‘두텁다’ 그 외엔 ‘두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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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어우리말(28)/ 마음에 관한 것 ‘두텁다’ 그 외엔 ‘두껍다’
  • 이혜선 편집위원
  • 승인 2016.12.21 17: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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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다르고 ‘어’ 다른 우리말
두꺼운(O) 옷차림
두터운(X) 옷차림

“갑자기 불어닥친 한파에 아무리 ‘두꺼운 옷’을 입어도 어깨가 움츠러든다. 매서운 칼바람 때문에 ‘두터운 옷’도 소용이 없는 것 같다.” 여기서 ‘두꺼운 옷’, ‘두터운 옷’ 둘 중 어떤 표현이 맞을까? 흔히 ‘두터운 옷’이라고들 말하지만 ‘두꺼운 옷’이라고 해야 맞다.
우리말 사전에 보면 ‘두껍다’의 가장 기본적인 의미는 ‘두께가 보통보다 크다’로서 ‘얇다’의 반대어이고 ‘두께’, ‘폭’, ‘너비’, ‘층’ 등이 보통의 정도보다 큰 경우에 쓰인다. 이에 비해 ‘두텁다’는 ‘신의, 믿음, 관계, 인정 따위가 굳고 깊다’라는 뜻으로 쓰인다. 이 둘만 가지고 보면 ‘두껍다’는 눈에 보이는 물질적, 구체적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두텁다’는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상태나 부피를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분이 매우 쉽다. 따라서 ‘두터운 옷’이 아닌 ‘두꺼운 옷’이라고 하는 것이 바른 표현이다.
사실 ‘두껍다’와 ‘두텁다’는 쉬운 듯하지만 헷갈리기 쉽다. ‘책이 두껍다’와 ‘우정이 두텁다’ 정도는 우리의 일상적 언어 감각으로 충분히 구분해 낼 수 있다.
그런데 ‘봉투가 두껍다’의 경우에는 ‘두껍다’ 대신에 ‘두툼하다’를 많이 쓰기 때문에 그래서인지 발음이 비슷한 ‘두텁다’를 써야 할 것 같아 헷갈리는 사람이 더러 있다.
또 ‘선수층이 두껍다/두텁다’나 ‘수비벽이 두껍다/두텁다’를 물어 보면 ‘두껍다’가 맞지만 ‘두텁다’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오히려 많다. ‘선수층’이나 ‘수비벽’처럼 구체성을 지니는 말이 의미가 확장되어 추상성을 가지게 된 경우라 헷갈릴 수 있다.
이 경우는 확장되어서 추상성을 가지게 된 현재의 말이 아닌 원래의 말을 기준으로 한다. 그래서 사전에는 ‘두껍다’의 두 번째 의미를 ‘층을 이루는 사물의 높이나 집단의 규모가 보통보다 크다’로 명시하고 있다.
어둠이나 안개, 그늘 따위가 짙다라는 의미일 때도 ‘두껍다’를 쓴다. “두꺼운 안개가 낀 날은 운전을 조심하세요.”, “어둠이 대지 위에 두껍게 깔려 있다.” 등처럼 사용된다.
사람의 마음에 관한 것이면 ‘두텁다’, 그 외에는 ‘두껍다’를 쓴다고 기억하면 쉬울 것 같다.
어느새 연말이다. 송년회 등 모임이 잣은 시기다. 최근 불청객 계절 독감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고도 한다. ‘두꺼운’ 옷차림으로 추위를 잊고 ‘두터운’ 정을 더 두텁게 쌓아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마무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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