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9) 구암사로 떠나는 여행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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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9) 구암사로 떠나는 여행 2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16.12.29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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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조선 석학삼당(碩學三堂) 스승 석전 스님
 문필봉 기운얻어 2017년 순창대박 ‘기원’

 

 

▲구암사 부도군.
▲추사가 직접 쓴 화엄종주 백파 대율사 대기대용지비 탁본. 구암사에 전시되어 있다.

1973년에 중창한 구암사는 1997년에 삼성각을 지었고 2002년에 대웅전을 복원했어요. 1000여명의 승려가 공부하며 도를 연마했던 고풍스러운 분위기는 덜하지만 이곳에 다녀갔던 스님들과 문인들의 글들이 고스란히 배어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설파 상언스님, 백파 긍선스님 등 큰 스님들 이후 정관, 설두, 유형, 설유, 처명, 학명, 석전, 운기 등 많은 고승이 이 사찰에서 배출되었습니다. 그 중 석전스님에 대한 일화들이 많이 남아 있지요. 석전을 풀이하면 돌처럼 단단한 이마라는 뜻인데요. 명석한 두뇌와 불퇴전의 정신을 말하는 거죠. 논쟁을 벌였지만 백파 스님을 흠모했던 추사 김정희는 구암사의 현판과 주련등 많은 글씨를 남겼지만 육이오 전쟁때 불타버려서 아쉽답니다. 국보급 문화재가 되었을 텐데요. 하지만 김정희는 긍선에게 ‘석전만암(石顚萬庵)’이란 글을 주며 백파스님이 써도 좋고 뒷날 제자 중에서 도리를 아는 자에게 이 호를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했대요. 이 글은 긍선에서 처명으로 전해졌고, 처명이 석전 박한영(朴漢永) 스님에게 법호 ‘석전’을 주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불교 근대화를 이끌었던 선각자이자 석학이었던 석전 스님은 불교계뿐만 아니라, 학계에도 많은 제자들을 남겼습니다. 만암, 청담, 운허, 운성, 운기, 남곡, 경보 스님 등이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고, 이광수, 서정주, 신석정, 조지훈, 모윤숙, 김동리, 조종현, 김영수 등 내로라하는 문인들도 석전 스님의 제자였습니다. 대표적인 사람이 육당 최남선, 위당 정인보, 미당 서정주입니다. 이들이 조선의 석학삼당(碩學三堂)으로 불릴 만큼 박학다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스승인 석전스님의 가르침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모두 친일 행각을 벌였죠. 스님이 조금 더 영향력을 끼쳐서 친일이 아닌 민족을 위하게 했으면 싶은 후대를 살아가는 저의 마음입니다.

당대 조선 최고의 지식인이라고 자타가 인정했던 육당 최남선은 석전스님의 한시를 모은 <석전시초> 발문에서, “석전사(師)를 만나매, 내전이고 외전이고 도대체 모르는 것이 없을 만큼 박식했다. 나는 누구에게도 물어볼 것이 없는데, 석전선생에게는 물어볼 것이 있다”고 고백했습니다.
위당 정인보도 <석전산인 소전>에서, “한영과 함께 길을 갈라치면 한국 땅 어디를 가나 그는 모르는 것이 없다. 산에 가면 산 이야기, 물에 가면 물 이야기… 이른바 사농공상(士農工商) 무엇에 관한 문제를 꺼내든지 화제는 고갈될 줄 몰랐다”고 기억했습니다. 호남지역을 함께 여행하면서 <심춘 순례>라는 책을 냈지요. 순창읍에 있는 귀래정에도 올라서 신경준 선생의 업적과 가치를 알아보았으며 설씨 부인의 가치를 연구하고 빛나게 칭송도 했답니다.
항일학생운동으로 말미암아 서울중앙고보와 고창고보에서 퇴학당하고 방황하던 자신을 중앙불교전문학교 제자로 받아들여준 석전스님에 대해 미당 서정주는 “나의 뼈와 살을 데워준 스승”이라며 평생 존경의 마음으로 모셨다고 합니다.
추사가 직접 쓴 ‘화엄종주 백파 대율사 대기대용지비(華嚴宗主白坡大律師大機大用之碑)’는 선운사에 남아 있는데 구암사 대웅전에 들어가면 오른쪽에 탁본을 떠다가 전시하고 있습니다. 석전 스님을 그린 초상화도 있네요. ‘거시기허게’ 매력있어 보이죠.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 선운사의 이 비가 절집 최대 명물이라고 쓰여 있죠. 추사와 긍선의 논쟁을 재미있게 묘사해놨지요. 송곳으로 강판을 뚫는 힘이 느껴져서 모든 사람들이 탁본을 너무 하고 싶어지는 글씨체라고 합니다.

 


만해 한용운은 여름부터 봄까지 구암사에서 산생활을 하며 석전을 정신적 스승으로 모셨지요.
-‘옛 절에 가을 드니 사람은 절로 비고 / 박꽃만이 높지막이 밝은 달에 피었다 / 서리 앞둔 남산골 단풍들 말씀/<아직은 서너 가지 붉는 몇 이팔>.’ (古寺秋來人自空 匏花高發月明中 霜前南峽楓林語 纔 見三枝數葉)
-‘추산 폭포 성낸 소리 들린다 / 허튼 사람들 남은 봄이 부끄럽겠다 / 밤낮으로 어디로들 가려는 건가 / 머리 돌려 옛 어른들 생각해 봐라.’(秋山瀑布急 浮世愧殘春 日夜欲何往 回看千古人)
칠언의 제목은 <구암사 초추(初秋)>, 오언의 제목은 <구암폭(瀑)>. 시에 나오는 ‘남산’이나 ‘추산’은 보통명사로, 구암사의 뒷산은 영구산(靈龜山)이요, 절의 동쪽에 구암사 폭포가 있어요.
구암사에서 내려오는 길에는 부도군이 있어요.(그림) 부도군에는 정관스님, 설파스님, 백파스님이 윗 공간에 자리하고 있고 설두스님, 석전스님, 설유 스님의 부도군이 밑에 나란히 있어요.
어때요. 우리도 정말 좋아하고 신나게 일해서 돈도 대박, 사람도 대박 나는 2017년을 달리는 힘을 달라고 문필봉 기운을 빨아들여 볼까요. 자, 심호흡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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