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부정/ 주저하다가 결정을 미루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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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부정/ 주저하다가 결정을 미루면
  • 정문섭 박사
  • 승인 2017.01.04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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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거 擧 바둑 기 棋 아닐 부 不 정할 정 定
정문섭이 풀어 쓴 중국의 고사성어 144

과년한 딸을 가진 부모들은 다 그럴 것이다. 나이는 들어가는데 제 짝을 못 찾으니 안타깝기만 하고 부모의 임무를 다 하지 못해 양 어깨에 한 짐을 지고 있는 기분 말이다. 100% 마음에 드는 신랑감은 아니지만 딸 처지로 보아 적당하다 싶어 붙여 놓았다.
그러나 ‘키가 작으니, 얼굴이 못 생겼느니, 집안이 그렇다느니, 군대를 안 갔다느니, 학교가 션찮다느니, 필(feel)이 안 꽂힌다느니’ 별의 별 트집을 잡으며, 머뭇거리고 주저하며 거기부정(擧棋不定)하여 시간을 끄는 사이…, 아! 상대편에서 오히려 먼저 손을 들고 떠나 버렸다.
여러 차례 그러하니 이젠 완전 포기다. 그래도 총각이 눈에 띠면 또 붙이려고 달려든다. 부모 마음이 다 이렇다.  

《춘추ㆍ좌전(春秋ㆍ左傳)》에 나온다. 혁자거기부정, 불승기우, 이황치군이불정호? 필불면의(奕者擧棋不定, 不勝其耦, 而況置君而弗定乎? 必不免矣) : 바둑을 두는 자가 둘 곳을 정하지 못하고 주저하다간 상대를 이길 수가 없는 법인데, 하물며 군주를 정하는데 이러하니 어찌 화를 면하겠는가.
전국(戰國, BC475-BC221)시대 위(衛)나라 헌공(獻公)이 성격이 잔혹하여 백성들의 고초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신하였던 영혜자(寧惠子)가 마침내 군대를 일으켜 헌공을 축출하고 정권을 장악하였다. 나중에 영혜자가 중병이 들어 임종을 앞두고 아들 영도자(寧悼子)를 불러 유언하였다.
“헌공이 포악하여 쫓아냈지만 이제 생각하니 후회가 되는구나. 장차 역사를 쓰는 사람이 틀림없이 이 일을 기록으로 남길 터인데…, 아무래도 수치스러운 일로 남겠구나. 내가 죽은 후 네가 헌공을 다시 군주로 모시게 된다면  이러한 나의 걱정이 풀리겠다!”
부친의 직위를 이어 받아 정권을 장악한 영도자는 줄곧 부친의 유언을 기억하고 있었다. 때문에 헌공이 사람을 시켜 돌아가고 싶다고 영도자에게 요청하였을 때 두말도 하지 않고 그 요청을 받아들였다. 이때 대신 대숙의(大叔儀)가 듣고 타당하지 않은 일이라며 비판하였다.
“헌공이 포악한 군주라서 우리가 이미 내쫓았는데 왜 다시 모시려고 하는가? 영도자는 부친의 유언만 중하게 여겼지 백성들의 고초는 소홀히 한 처사다.. 군주를 세우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바둑을 둘 때 손에 돌을 들고는 있지만 어디에다 놓아야 이길 것인지 모르게 되면 결국 지게 되는 것이다. 하물며 한 나라의 군주를 모시는 것을 이처럼 주관이 없이 앞뒤 생각도 하지 않고 정하는 데야 더 말할 나위가 있겠는가? 내가 보기엔 영도자도 이렇게 하다간 조만간 멸족을 당할 운명에 놓이게 될 텐데 걱정이다.”
과연 왕의 자리에 다시 오른 헌공은 영도자가 전권을 쥐고 좌지우지하는 것에 대하여 늘 불만을 갖고 있다가, 결국 어느 날 한 기회를 잡아 영도자를 죽이고 그 가족도 몰살하였다.  
이와 같은 유래로 만들어진 이 성어는 훗날 ‘확고한 주관이 없거나 계획이 수시로 바뀌는 것’을 이르는 말이 되었다. 주저하며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 또는 주견이 없이 자기의 생각을 자주 바꾸는 것을 비판하는 말로 사용하였다.
유사한 성어로 유예부결(猶豫不決)이 있다. ‘딱 잘라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이다. 우유부단하다. 주저주저하다’는 뜻이다.

글 : 정문섭 박사
     적성 고원 출신
     육군사관학교 31기
     중국농업대 박사
     전) 농식품부 고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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