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노분순 할머니
상태바
97세 노분순 할머니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1.05 14: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힘들었던 세월 … 시어머니 사랑으로 극복”

신유년<1921년>생 97세 노분순 할머니

항상 웃는 얼굴, 이웃 사랑ㆍ존경 받아  

▲백발을 가지런히 빗어 넘긴 인자한 얼굴로 기자를 반갑게 맞아 준 팔덕 동고마을 최장수 노분순(왼쪽) 어르신은 올해 97세를 맞는다.
최재복 이장(오른쪽)은 백수를 앞둔 장수노인답지 않게 건강하다며 어르신의 옆에서 말벗이 되어주고 있다.

백수를 앞에 둔 장수노인답지 않게 건강미가 넘쳐보였다. 웃음 띤 얼굴은 행복하게 살아온 지난 삶을 말해준다. 동고마을 최장수 어르신 노분순(97ㆍ팔덕 동고)씨를 두고 최재복(63ㆍ팔덕 동고) 이장은 연신 엄지를 치켜세웠다.
노 씨는 기억력을 유지하고 원활한 대화를 할 수 있고 식사를 잘 하며 병치레가 많지 않은 군내 몇 되지 않은 건강한 장수 노인 중 한 분이다. 그는 혼자 살면서 식사는 물론, 집안일을 혼자 해결할 수 있고 가족들과 전화통화도 할 수 있다. 자녀들은 수시로 드나들며 연로한 어머니를 직접 모시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대신하고 있다.
담양 용면에서 살다가 결혼해서 동고마을에 살기 시작한 그는 낯선 환경에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친정은 동네가 크고 들판이 넓은데다 앞에 하천도 있어서 살기 좋았지. 그런데 여기는 앞을 봐도 옆을 봐도, 뒤로 봐도 다 산이야. 친정이 여유 있게 살아서 논 서마지기, 밭 한마지기를 가지고 시집왔지. 낯설고 힘들어도 말을 못 꺼낼 때 였다”고 말했다.
그는 혼수로 가져온 논밭을 일구며 살았다. 하지만 이 땅만으로 식구들이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고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치면서 그마저도 불가능해졌다. 그는 “강천산이 가까워서 빨치산이 자주 오곤 했어. 앞집 월매댁 집이 불타고, 쌀가마를 나무더미에 숨겼다가 그것도 뺏겼어. 친정은 잘 살았지만 여기는 가난했지”라고 회상했다.
그는 이런 척박한 환경을 특유의 낙천적 성격과 근면함으로 이겨냈다고. 담양에서 물건을 떼어 진안, 장수 등 산간지역에 갖다 파는 바구니장사도 했고 논ㆍ밭일을 마친 밤이면 촛불을 켜고 명주실을 뽑았다. 그렇게 베를 짜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였다. “한창 일할 땐 12시 전에 자본 적이 없어. 쓰러지듯 눕고 눈 떠보면 아침이야”라고 말했다. 베를 짜서 내다판 돈을 모아 땅을 사고 일구다보니 생활은 점점 안정되어갔다. 얼마 지나지 않아 22 마지기 논ㆍ밭에 머슴을 부릴 정도로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됐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친정어머니같이 며느리를 사랑해준 시어머니의 애정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노 씨의 시어머니는 꾸짖음 대신 칭찬으로 며느리를 대했다. “아이들을 지천에(바깥에) 뒀다고 한 번 혼나고 그 외에는 꾸중들은 적이 없어. 친정어머니를 대신할 만큼 칭찬해줘서 열심히 살았지. 아흔이 넘은 지금도 시어머니 생각이 나고 그래”라며 그리워했다. 어릴 적 담양 양반가에서 자란 그는 성격이 부드럽고 사람들을 항상 웃음으로 대했다. 동네 사람들은 그를 ‘복덩이’로 불렀다. 그는 시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을 며느리들에게 그대로 전해줬고 며느리들은 지금 수시로 오가며 그의 안위를 돌보고 있다. 그는 자녀들을 키울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답했다.
그의 장수비결은 낙천적 성격과 식습관에서 비롯된다. 연로해진 지금은 어깨와 무릎에 관절질환을 앓고 있지만 호흡기와 소화계통에는 전혀 질환이 없을 정도로 건강하다.
“음식은 짜게 안 먹어. 담양 친정이나 금과 사람들이 와서 물을 떠 갈 정도로 동네 물이 좋아. 이 물 때문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었어”라며 동고마을의 물이 건강 비결이라고 말했다. 이 얘기를 들은 최재복 이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강천산 물을 떠다 드리곤 했는데 요새는 일이 많아져 그러지 못했다. 가사도우미가 내 대신 물을 챙겨드리고 있다”고 말했다. 동고마을은 장수노인이 다수 배출된 마을로 유명한데 얼마 전 까지는 104세의 노인이 살기도 했다.
노 씨의 소원은 많지 않다. 자녀들을 키워 증손자까지 봤고 며느리들은 같이 살지 않지만 반찬을 해오고 기름을 넣어주며 생활을 돕고 있다. “나는 가려고 마음먹었는데 하늘이 아직 안 데려가고 있다”는 그에게 최 이장은 “내가 장담하건데 백 살 이상 사신다. 큰 아들이 내 친구라 어릴 적부터 항상 뵙고 살아왔다. 그때나 지금이나 어머니는 항상 밝은 분이고 이웃을 살갑게 대해서 동네 사람들한테 사랑과 존경을 받았다. 그런 어르신이 계시는 것은 동네에도 축복”이라며 흐뭇해했다.
백발을 가지런히 빗어 넘긴 노인의 자태는 참으로 고와보였다. 대문을 나설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는 모습에 저절로 고개를 숙이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
  • 금과초등학교 100주년 기념식 4월 21일 개최
  • [순창 농부]농사짓고 요리하는 이경아 농부
  • 우영자-피터 오-풍산초 학생들 이색 미술 수업
  • “이러다 실내수영장 예약 운영 될라”
  • [열린순창 보도 후]'6시 내고향', '아침마당' 출연
  • 재경순창군향우회 총무단 정기총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