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10) 세종대왕의 한글사랑이 담긴 ‘월인석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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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10) 세종대왕의 한글사랑이 담긴 ‘월인석보’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17.01.11 1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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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국가 보물 제745호…귀중한 문화유산

 

순창에 국가지정 보물 3점이 있는데 여러분들은 아시는지요? 하나는 강천사의 중건을 위해 설씨부인이 여성 최초로 쓴 운문인 권선문첩이고, 또 하나는 동계 구미마을에 있는 고려시대 왕명이 적힌 홍패 두점이지요. 나머지 하나가 바로 구암사에 있는 월인석보 권15 입니다.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세조의 합동 작품으로 찬란한 문화유산입니다. 혹시 ‘어쩌다 어른’이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설민석이라는 사람이 세종대왕에 대한 강연을 기똥차고 재미나게 했는데 보셨나요? 안보셨다면 한번 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한글이 위대한 이유는 만든 사람과 시기를 아는 유일한 글이기 때문이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세종대왕의 애민정신이다.”
우리 문화의 가장 큰 핵심은 뭘까요? 저는 말과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의 기록문화가 7000년이라는데 서양에게 뒤질게 못되잖아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위대한 학자이며 지도자였던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만드셔서 주위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리와 모습을 표현할 수 있게 하셨죠. 한글을 만드느라 실명을 할 정도로 온 정성을 다 바치셨죠. 한글은 창제자 그리고 창제년도가 정확히 밝혀진 것으로도 대단하지만 창제 정신이 ‘애민’에 있다고 밝혀져 있다는 거죠.

▲조선시대 세종대왕과 세조의 숨결이 담긴 문화유산 월인석보 권15.

만삭의 관노비가 힘들게 일하는 걸 보고 출산휴가를 100일로 늘렸고 3년 후에는 남편에게도 출산휴가를 주면서 출산 1개월 전에도 쉴 수 있게 합니다. 요새 복지정책 이야기가 아닌 600년 전에 백성을 지독하게 사랑한 군주 세종대왕이 한 일입니다.
한글도 이러한 맥락에서 비롯되었죠. “글자를 쉽게 익혀서 책을 읽고 이치를 깨달아라. 죄가 죄인지를 알고 죄를 짓지 말거라. 만약 죄를 지었다면 이 한글로서 억울함을 호소하여라”고 세종은 말합니다. ‘훈민정음’이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라는 뜻인데 백성들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양반 계급들에게 요샛말로 ‘갑질’을 당하는 게 너무 안타까우셨던 거죠. 한문을 배우기는 너무 어렵고요.
“그런 까닭으로 지혜로운 사람은 아침나절이 되기 전에 이를 이해하고, 어리석은 사람도 열흘 만에 배울 수 있게 된다. 이로써 글을 해석하면 그 뜻을 알 수가 있으며, 이로써 송사를 청단하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가 있게 된다.” (나랏말쌈이 사진)
하늘과 땅과 사람을 기본으로 하여 자연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소리들을 과학적으로 풀어내면서 그 중 인간의 소통 소리들을 중요하게 여기죠. 세종대왕은 재위기간 내내 하고자 했던 일이 백성들이 “생생지락(生生之樂)” - 일터에서 신명나게 일하는 기쁨 - 을 맛보는 것이었지요.
너무 서론이 길었나요. 구암사에서 발견된 월인석보에 담긴 세종대왕의 백성 사랑하는 마음을 알아야 우리의 문화유산이 더 귀하게 느껴질까봐….
세종대왕이 한글을 창제한 후 널리 알리려고 한 첫 사업이 불교 경전을 펴내는 거였어요. 숭유억불 정책을 펴던 시대인데 왜일까요? 그때는 불교 경전이 베스트셀러였기에 대중들에게 확산시키기 위해선 한글로 경전을 펴내는 게 중요 했어요. 당시 글자 아는 사람이 3%에 불과했고 한자를 1000자 정도 아는 중인들은 이두를 함께 썼다고 해요. 세종은 백성들 모두가 쉽게 읽고 쓸 수 있는 글자를 만들고 싶었던 거죠. 그래서 수양대군에게 그의 부인 소현왕후와 도원군의 명복을 빌기 위하여 <석보상절>을 만들게 하지요. 이 책은 최초의 번역 불경이고 국문 최초의 산문 작품이며 문장이 유창하여 후대의 소설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국어학적으로는 풍부한 어휘와 이에 따른 어법 음운 표기법 등 15세기 중요 국어연구 및 한자음 연구에 중요한 자료입니다. 서지학적으로는 월인천강지곡과 함께 최초의 국문 활자본이라는 거죠. 여기에 세종이 석가모니의 공덕을 찬미하며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수정 증보하여 함께 모아서 불법을 알기 쉽게 풀어 쓴 것이 <월인석보>입니다. 너무 어렵나요.

구암사에서 발견된 월인석보는 세조 당시 간행된 초간 초쇄본으로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을 뿐 아니라 비록 앞뒤의 표지가 없으나, 보관 상태가 아주 좋은데다 누락 부문이 전혀 없는 완전한 상태여서 15세기 국어국문학 연구는 물론 한글의 변천과정과 불교사 및 서지학 연구에 귀중한 문헌으로 평가받고 있지요.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순창 출신인 위대한 실학자 신경준 선생이 1750년(영조 26)년에 쓴 <운해 훈민정음>이란 책입니다. 현재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데 최초의 한글 연구서라고 합니다. 한글의 창제 원리를 그림과 함께 역학적으로 해설한 책인데요, 한글의 원리와 창제과정을 연구한 집대성본으로 서술과정에서 한글이 세상에서 가장 우수한 문자라고 이미 알렸다고 합니다.
이렇게 귀중한 자료가 순창에서 발견되고 보전되어 왔다는 게 멋지지 않나요. 자부심이 느껴진다면 다시 한 번 대웅전부터 요사채까지 휘리릭 둘러보세요. 아주 까마득한 곳에 자리 잡은 작은 절 안에 높은 기상과 보물들이 숨겨져 있었네요. 600년 된 은행나무 밑에 가서 잠시 앉아 보면서 긴긴 세월동안 구암사에 머물렀을 월인석보의 정기와 수많은 고승들의 기상과 1000여명의 학승들이 토론하고 불경을 읊으며 키워나갔던 기운을 나누어 가지기로 해요. 그리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고 보전해 나갈지 순창군민들의 지혜를 모아 보게요. 여러분의 가슴속에도 보물들을 숨겨 놓지만 말고 드높이 올려서 세계로 기운이 뻗쳐 나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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