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닭의 해’…붉은 색(丁)과 닭(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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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닭의 해’…붉은 색(丁)과 닭(酉)
  • 조남훈 기자
  • 승인 2017.01.1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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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슬ㆍ다산 … 학문ㆍ풍족함 상징하는 영장물
한국인의 유별난 닭 사랑… 사위 맞이로 최고

2017년은 정유년(丁酉年)은 ‘붉은 닭의 해’로 불린다. 육십간지 중 34번째에 해당하는 해로 10간 중 붉은 색을 뜻하는 정(丁)과 12간지 중 닭을 뜻하는 유(酉)가 합쳐졌다. 닭은 풍요로움과 안락함, 벼슬 등을 상징하는데 붉은 닭은 예부터 집안의 번창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닭의 상징, 다섯가지
닭은 다섯 가지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닭 벼슬은 학문을 익혀 관직에 오르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여기에 용맹한 성격과 인내력, 발톱에서 비롯된 무예, 새벽을 알리는 시계의 역할이 그것이다.
새벽마다 목 놓아 우는 닭은 아침형 동물이다. 사람은 눈으로 빛을 구분하지만 닭은 피부를 통해 들어오는 빛을 감지할 수 있어 빛의 변화에 예민하다. 그래서 동이 트는 새벽이면 신체활동의 변화로 자주 운다. 빛이 밝은 낮에는 활발히 활동하지만 어두운 밤에는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홰에서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시계가 없던 시절에도 사람들은 닭 울음소리를 통해 원활히 잠을 깨곤 했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닭은 음기를 물리치고 좋은 양기를 불러오는 영물로도 여겨졌다.
닭은 수탉, 암탉 가리지 않고 운다. ‘암탉은 울지 않는다’,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알을 낳고 품는 모습은 덕과 다산, 풍요로움을 상징하기 때문에 민화에도 자주 등장하는 희망적인 동물로서의 기능이 더 크다. 12간지 중 유일하게 하늘을 나는 동물이라는 점, 전통혼례에서 닭을 앞에 두고 절을 하는 모습은 닭을 영물로 여기던 의미를 더하고 있다.

한국인의 닭 사랑
한국인만큼 닭을 사랑하는 민족도 드물다. 복날 삼계탕과 치맥이 말해주듯 한국인의 닭 사랑은 유별나다. 인삼, 대추, 당귀를 넣고 푹 끓인 삼계탕은 굳이 복날이 아니더라도 양기를 보해주는 음식으로 훌륭하다. 씨암탉으로 정성껏 만든 백숙은 사위를 환영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제사를 지낼 때도 닭은 빠지지 않고 올라가는 주재료다.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인의 닭 사랑은 ‘치느님’이라는 단어 하나로 끝난다. 닭은 맛이 좋고 값도 싸서 보편적인 식재료로 널리 이용된다. 야식 목록에 통닭이 빠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워낙 많은 닭이 소비되는데다 한국인의 입맛이 부드러움에 초점이 맞춰지다보니 닭의 생존기간이 매우 짧은 것은 흠이다. 닭은 보통 10년 이상 살지만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닭은 2개월 미만의 영계가 절대다수다. 그래도 닭볶음탕 등에는 여전히 큼직한 닭이 쓰여야 먹을 것도 있고 맛도 좋다. 집 주변 텃밭을 다니며 각종 벌레와 씨앗을 먹고 자란 토종닭의 다리는 그중 으뜸이어서 항상 어르신 차지였다.

체면 구긴 ‘닭그네’, 조류독감
그런 닭의 체면은 애석하게도 지난해 크게 떨어졌다. 공부를 못하거나 적응력이 떨어지는 친구를 두고 ‘닭대가리’라고 놀리던 문화가 무능한 대통령의 성과 만나 비속 의미를 가진 단어를 만들어냈다. 게다가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하면서 무려 3100만 마리가 넘는 닭이 건강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땅에 묻혀야 했다. 닭의 수난시대는 아직 진행형이다. 계란은 오히려 귀하신 몸이 됐는데 정부는 부족한 계란을 수입해오기 위해 검역조건을 완화하는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붉은 닭의 해를 맞이했으니 닭의 가치도 인정받을 때가 됐다. 인간이 던져 주는 모이에 길들여진 가축인 닭이 울음소리로 어둠을 뚫고 아침을 연다. 닭이 멍청하고 무능한 존재가 아니라 영민하고 유익한 존재임을 알리는 해가 되어야 한다. 하늘을 나는 법을 잊어버린 닭이 언젠가는 하늘을 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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