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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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도서연구회가 읽은 책「프로이트 심청을 만나다」
  • 박영신 회원
  • 승인 2017.02.08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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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흔, 고전과출판연구모임 지음

《상사뱀설화》에 담긴 사랑에 대한 집착

나를 사랑하고 독을 품었다면?

세상엔 여러 가지 사랑이 있다. 하나의 사랑에 나를 버리는 일은 참으로 슬픈 일이다. 나를 먼저 사랑하고 바라보는 사랑은 상사뱀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상사뱀에 감겨 결국 함께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도 있지만 자신의 얼굴을 흉측하게 보여 상사뱀이 잘 못 봤다며 돌아가서 위기에서 벗어나는 이야기도 있다. 또, 퇴계선생이 나오는 조월천 이야기는 스승의 기로 제자에게 붙으려는 상사뱀을 쫓아 줬으나 스스로 힘을 갖추지 못한 제자는 오래 살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강감찬 장군 이야기는 상사뱀의 심정을 이해하고 마음을 감싸주어 원한을 풀어준다.
“허허 그랬으믄 진짓 이얘기를 하지, 이얘기를 안 했던고?” 구렁이를 딱 아듬어 보듬고 “진짓 말이나 한 번 해보지, 뒤져부렀냐?” 하니 구렁이가 사라지고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자신의 추하고 독한 모습까지 감싸준 사람에게 더 이상 집착과 원한도 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프로이트는 죄책감에 억눌려 장애를 겪는 사람들은 비정상적인 초자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초자아가 지나치게 강해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것은 강박증과 관련이 있고 초자아가 자기 처벌을 강요하며, 환상의 죄책감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 결과 고통, 정신적, 신체적 질병, 이유를 알 수 없는 실패 등 ‘옳은 처벌’ 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가하는 것이다.
그래서 상사뱀이 붙은 사람이 흘리는 눈물은 과도한 죄책감으로 인한 실의를 의미한다는데 이 부분은 죄책감이 아니라 괴로움 아닌가? 미안함은 잠깐이지만 당하는 건 괴로움이지.
이런 죄책감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을 선택한다고 하니 자신의 잘못과 죄책감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는 말은 맞는 말이기도 하다.
사랑의 열병을 앓다가 뱀이 된 사람, 상사뱀.
상사병은 서로 사랑하다가 만날 수 없어 그리워한다는 고사에서 유래된 말이나 힘든 짝사랑을 말하기도 한다. 혼자서 괴로워하다 상사뱀이 되어 사랑했던 사람 몸에 딱 붙어 눈물을 받아먹으며 산다는 것이다. 상사뱀이 겪은 아픔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했으니 원한이 복수로 이어진 것이라고 한다. 상사뱀 혼자서 사랑하고, 혼자서 원한을 품고, 혼자서 복수를 한 것이다.
아무리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해서 나를 죽이고 남을 괴롭히고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이 사랑일까?
이성에 대한 사랑이 원초적 욕망에 가까운 거리에 있다고 해도 사랑이 질투와 집착, 소유욕, 원한, 죄책감, 부담으로 변질 될 수 있을까? 자기 돌아보기가 되지 않아서 상사뱀이 되는 거라고 본다. 아무리 절망하고 상처 받았다고 병들어 죽어버릴 만큼 보고 싶고 그리워했던 사람인데 그 사람을 칭칭 휘어 감고 너 죽고 나 죽자는 못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 사람을, 그 사람이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것은 사랑이 변해서가 아니고 내 마음이 변한 것이니 그 무엇으로도 나를 무너뜨리지 않고 그 무엇으로도 남을 무너뜨리지 않으려면 나를 돌아 보아야 한다. 나로 바로 설 때 온갖 거짓들로부터 서로에게 상처주지도 상처받지도 않고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나를 사랑하는 만큼이 세상을 향한 내 사랑과 나를 향한 사랑의 크기일 테니까.
나는 세상으로부터 얼마만큼 사랑을 받고 있을까?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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