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11) 강천산 산책로 따라 걸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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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11) 강천산 산책로 따라 걸으며
  • 김태현 해설사
  • 승인 2017.02.15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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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광덕산 또는 용천산이라고 불렀던 ‘강천산’
투구봉ㆍ옥호봉ㆍ삼인봉ㆍ황우제골 이야기

 

▲강천산 거라시 바위 오른쪽 중간 위 부분에 새겨져 있는 암각서. 나주목사, 담양부사, 순창군수, 전주판관 등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다시 강천산 산책로로 돌아와 걸어 보겠습니다. 일명 고추다리인 금강교를 지나고 (금강 계곡 진입로 전에) 바로 왼편에 강천산 연리목이 있습니다. 연리목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뿌리의 나무가 이어져 한 나무로 자라는 현상입니다. 나뭇가지가 붙은 것은 연리지라 하고요.
강천산 연리목은 뒤 쪽을 잘 살펴보면 나무가 서로 다른 뿌리에서 나온게 아닌 한 뿌리에서 뻗어 나온 것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른바 형제 또는 자매 연리목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연리목 연리지는 많은 분이 알고 계신대로 사랑 나무라고 알려져 있고 그 연원은 당나라 백거이의 시 장한가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장한가는 당나라 현종과 양귀비의 사랑을 노래한 시이며 그 시구 중에 ‘在天願作比翼鳥(재천원작비익조) 在地願爲連理枝(재지원위연리지), 즉 하늘에선 비익조가 되기를 원하고, 땅에서는 연리지가 되기를 원하네’라는 시구로부터 연리지가 사랑의 증표로 쓰였다고 합니다. 여러분도 강천사 연리목 앞에서 지난 사랑을 회상하며 현재 사랑을 노래하고 다가올 사랑을 떠올려 보시길 바랍니다. 병풍폭포 주변에 두 그루 하나로 엉켜 시간이 더 지나면 연리목이 될 징조를 보인 나무가 있습니다. 나중에 혹시 해설사 선생님과 강천산을 산책하실 경우가 있어 여쭈어 보시면 찾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연리목을 지나면 이제 곧게 뻗은 산책로로 접어듭니다. 길 양편에 단풍나무들은 사계절 서로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하는데요. 봄에는 싱그러운 연초록으로, 한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을 막아 시원한 그림자를, 가을에는 붉은 단풍 옷을 겨울에는 눈꽃을 입거나 앙상한 무상함을 이야기해 줍니다. 산책로 옆으로는 계곡 물이 어떤 때는 쫘르르 쫘르르 쏟아지거나 어떤 때는 사르르 사르르 흘러갑니다. 저는 강천산의 가장 관능적인 순간을 늦봄이나 초여름 때죽나무와 산딸나무가 같이 개화하는 시기로 생각합니다. 그 때가 되면 개울 건너편에 몇 그루 산딸나무가 하얗게 꽃을 피우는데 개울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그 자태를 특히나 어스름 녘에 직접 본다면 왜 관능적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산딸나무의 하얀 꽃은 꽃이 아니고 꽃봉오리를 보호하는 작은 잎이라고 합니다. 또한 산딸나무 꽃잎(엄밀하게는 포엽)은 네 장이 마주보기 형태로 피기 때문에 사방을 환하게 비추는 나무라하여 한자로는 사조화(四照花)라고 표현하고, 십자 모양의 꽃은 십자가를 연상시키고 또 기독교의 전설에 의하면 예수님이 못 박히신 나무가 바로 (서양) 산딸나무라고 하여 기독교 국가에서는 대표적인 정원수로 많이 사용한다고 합니다.
산딸나무와 함께 강천산의 초여름을 더욱 아름답게 하는 나무는 바로 때죽나무입니다. 만일 초여름에 강천산을 산책하시다가 문득 어디에선가 불현 듯 섹시한 향기가 난다면 주변 어딘가에 겸손하게 고개를 아래로 숙인 채로 피어 있는 꽃을 찾으실 수 있으실 텐데 그 꽃이 바로 때죽나무 꽃입니다. 금강교를 지나 송음교 가기 전 왼쪽 편 개울가에 가장 가까이 접근할 수 있는 때죽나무가 있습니다. 가까이서 잘 살펴보시면 때죽나무는 꽃이 주렁주렁이란 표현이 걸맞게 삼삼오오 송이씩 모여서 핍니다. 개화 기간은 열흘 남짓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시즌에 강천산에 오시는 관광객들은 행운이지만, 우리 군민 분들은 일부러라도 개화시기에 맞춰 강천산에 오실만 합니다. 때죽나무의 어원은 중이 떼로 다닌다 하여 떼중나무에서, 열매를 찧어 물에 풀면 물고기가 떼로 죽는다고 하여, 줄기에 때가 많아서 검게 보인다는 여러 설이 있습니다. 때죽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꽃이 지면을 향해 핀다는 것인데 만개한 나무 아래에 서면 그 향기가 너무나도 매혹적이어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무입니다.
산책로를 따라 계속 가다보면 노랑꽃창포가 많이 피는 간헐폭포를 지나 어미바위와 아비바위를 만나게 됩니다. 순창이 여성성이 강하다는 이야기는 어디에선가 말씀드린바 있고요. 그 대표적인 지형물이 강천산 어미바위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 형태가 똥꼬바위라고 부르고 싶더군요. 송음교를 지나면 왼편에 거라시 바위가 있고 그 앞에 아비바위가 있습니다.
거라시 바위는 걸인들이 강천사에 방문하는 신도들로부터 동냥을 얻어 강천사에 시주를 하여 부처님께 복을 빌었다는 나눔을 실천한 장소라는 표지판이 서있습니다. 오른쪽 바위에는 중간 위 부분에 암각서가 새겨져 있는데 이 암각서에는 아래와 같이 글자가 암각되어 있습니다.
觀察使 趙榮國 羅州牧使 尹勉敎 潭陽府使 安 錞 淳昌郡守 李 堣 全州判官 趙漢輔 昌平縣令 林聖憲 玉果縣監 鄭東良 同福縣監 沈命達 甲子 七月 巡使 陪幕 韓德升 柳綠 (관찰사 조영국 나주목사 윤면교 담양부사 안 순 순창군수 이 우 전주판관 조한보 창평현령 임성헌 옥과현감 정동량 동복현감 심명달 갑자 칠월 순사 배막 한덕승 류록)

 

그 내용은 1744년 어떤 계기로 인해 전라도 관찰사를 위시한 나주목사, 담양부사, 순창군수, 전주판관, 평창현령, 옥과현감, 동복현감이 강천산에 왔다가 이른바 방명록을 남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 생각으로는 강천사 맞은편에 삼인대 비석이 세워진 해가 1744년이므로 삼인대 비각 개막 기념행사에 전라도 관찰사를 포함한 지역의 수령들이 참석하여 본 암각서를 남긴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는 삼인대가 가지는 자랑스러운 역사적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좋은 계기가 됩니다.
거라시 바위를 조금 지나 올라가면 길 이편저편에 십자고사리 일명 고양이 발톱 고사리가 많이 자생합니다. 중간에 요즘 한창 수액 채취 때인 고로쇠나무가 단풍나무와 같이 자라고 있습니다. 고로쇠나무는 단풍나무과 단풍나무속에 속하는 식물인데 그 잎사귀가 단풍나무와 비슷합니다. 고개를 들어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 잎과 비교해보면 단풍나무는 조각이 8~11개 정도로 갈라지고 가장자리에 작은 톱니가 있는 반면 고로쇠나무는 조각이 5~7 정도이고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고로쇠나무에는 강천사를 창건한 것으로 알려진 도선국사의 전설이 얽혀있습니다. 왕건의 고려 건국에 많은 도움을 준 도선국사는 오랜 세월 좌선 후에 드디어 도를 깨우쳐 일어나려고하는 순간 다리가 펴지지 않아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참선했던 자리 위에 나무 가지가 있어 그 가지를 잡고 다시 일어나려고 하였으나 가지가 부러지는 바람에 다시 주저 않게 되었는데, 허망하게 앉아 위를 올려다보니 방금 부러진 가지에서 물방울이 맺혀 떨어지고 있어 이 수액을 먹으니 무릎이 펴졌다고 합니다. 뼈를 이롭게 한다 하여 골리수(骨利水)라고 부르다가고로쇠가 된 것입니다. 나무 당 한 두 개 구멍으로 적당한 양의 수액을 채취하면 성장에 문제가 없지만 다량의 수액 강탈은 나무의 성장에 지장을 준다고 하니 마냥 좋아할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김태현 문화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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