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보물여행(12) 강천산 ‘용소’와 ‘용대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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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보물여행(12) 강천산 ‘용소’와 ‘용대암’
  • 황호숙 해설사
  • 승인 2017.03.02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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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떠나는 ‘순창보물여행’

강천산에 갈라네  -김용택

(생략)
강천산에 진달래꽃 때문에 봄이 옳더니
강천산에 산딸나무 산딸꽃 때문에
강천산 유월이 옳다네
바위 사이를 돌아
흰 자갈 위로 흐르는 물위에
하얀 꽃잎처럼 떠서
나도 이 세상에 귀를 열 수 있다면
눈을 뜰 수 있다면
이 세상 짐을 다 짊어지고
나 혼자라도 나는 강천산에 들라네
이 세상이 다 그르더라도
이 세상이 다 옳은 강천산(하략)

 

노란 복수초가 강천산에 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겨울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날, 운 좋게 강천산 해설을 하게 되었는데요. 산길을 오르내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웃음꽃, 사람꽃들이 활짝 폈는지 아랫 용소에서 바라다 보이는 부처 바위까지 파안대소하시더라고요. 오늘은 푸근한 백제 부처님들의 미소를 닮은 황호숙 해설사와 함께 동행 하겠습니다.
지난번에 암각서까지 동행하셨다면 살짝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시면 아주 속이 깊어 보이는 ‘소’가 보이지요. 아리따운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을 하였다는 옥녀담 또는 아랫 용소라고 부르며 황룡이 살았다네요. 호랑이 담배피던 그 시절에는 명주실 한 타래가 들어갔다고도 하지만 많이 메워져서 그런지 옛날 황룡이 살았을만한 황홀한 면모는 없지만 현수교 올라가는 길옆에 있는 청룡이 살았던 윗 용소와 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청룡(숫룡)이 살았다고 하는 윗 용소에서는 신선들이 밤마다 내려와 목욕을 해서 선담이라고도 합니다.
잠깐! 그냥 올라가시면 안 되지요. 오른쪽으로 한시 방향을 쳐다보면 바위가 보이지요. 부처님이 두건을 쓰고 바랑을 등에 짊어지고 중생들을 위해 두 손을 합장하고 기도를 올리는 모습과 같다하여 부처바위, 혹은 미륵바위라고도 합니다. 강천사 경내에 들어가서 보면 더욱 확실하게 보이는데 초록이 무성할 때는 안보이고 이렇게 모든 걸 내려놓고 비우는 겨울에 잘 보이는 이유가 몸과 마음이 헛헛한 저 같은 중생들의 마음을 다독다독 어루만져 주려는 부처님 마음 아닐까요. 관세음보살을 경건하게 3번 반복하면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도 내려옵니다.
어떤 전설에 의하면 이 절을 창건하신 도선국사께서 기도터로 알맞은지 보려고 오셔서 산꼭대기까지 올라가서 산세를 살피다가 무릎을 탁 치셨답니다. 세상에나 부처바위 바로 맞은편에 험상궂게 생긴 네 개의 바위가 떠억하니 강천사 들어오는 입구를 지키고 있더라네요. 마치 사천왕상 처럼요. 산세 자체가 용이 꼬리를 치며 승천하는 형상인 용천산인데 천연 문까지 있으니 이런 천상의 기도터가 없는 거지요.

▲눈 내린 강천산.

1760년(영조 36) 『옥천군지(玉川郡誌)』를 보면 불전이 3개소, 승방이 12개소가 있으며 명적암ㆍ용대암ㆍ연대암ㆍ왕주암ㆍ적지암 등 암자만도 12개가 넘었으며 500여 의 수도승이 살던 큰 사찰이었다고 전해지고 있지요. 이름이 특이한 왕주암은 고려  태조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할 시기 강천사에서 머물렀다고 하여 왕주사라 하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고려 충숙왕 때 덕현선사가 오층 석탑과 12개의 암자를 창건하면서 강천사가 커졌지요. 천우폭포 올라오기 전 다리 오른쪽에 부도군들에 보면 ‘설씨부인 공적비’가 크게 있는데요. 세조 때 강천산 부도암을 건립하기 위한 권선문(최초의 여성이 지은 산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거지요. 하지만 애석하게도 강천사는 임진왜란과 6ㆍ25 전쟁을 거치며 폐허로 변해버립니다. 후대에 와서 다시 일으켜 세운 겁니다.
어떤가요? 천년이 넘은 고찰의 향기가 느껴지시나요? 어쩌면 정확한 기록보다는 강천사 앞 돌담들에 더욱 눈길이 갑니다. 흩날리는 눈발을 맞고 있는 고만고만한 돌들로 만들어진 탑을 쌓던 수많은 사람들의 손길에 천년고찰의 흔적이 묻어 있을 것 같고요. 스님의 독경소리에 빠알갛게 익어간 듯 묵은 똘감나무에 붙어있는 홍시에 마음을 홀리게 됩니다.
천년 고찰에 전설이 빠지면 안 되지요. 용대암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아야! 할미가 재미진 야그 하나 해줄까? 시방 손잡고 가는 강천사는 겁나게 이름이 알려져갖고 찾는 사람들도 많았제. 근디 기중에서도 용대암이 최고로 컸당께. 자꼬자꼬 절도 커지고 스님들도 많아지는디. 딱 100년째 되는 해부터 우짜자고 매달 스님들이 쓰러져부는거여. 오메! 절의 우두머리 스님은 이유를 몰라 고민을 하다가 돌아가시게 되고 또 다른  스님이 와도 음력 초하룻날 밤만 지나면 또 쓰러지고, 넘어지고. 긍께 맴 약한 스님들이 무신 조화속인지 모릉게 벌벌 떠는 것이여. 아하! 근디 어느 날, 새로운 스님 한분이 우두머리 스님으로 떡하니 온 것 인디 그동안 요러쿵 저러쿵 있었던 일들을 찬찬히 자세하게 들은 것이여! 잉! 스님은 절을 이리저리 걸어보면서 생각에 잠기다가 생각혔어. ‘이는 참말로 부처님께 정성이 부족해서 그런건 지 몰라, 내가 오늘부터 지극정성으로 불공을 드림서 어떻게 할지 여쭤봐야 쓰겄네, 알아낼 때까정 매달릴 꺼구만. 잉!’ 정성으로 기도한지 삼일 째 되는 날, 부처님이 꿈에 나타나셨구만. “그 괴물을 굴복시키는 방법은 한 가지뿐인데 다음 달 초하룻날 밤이 되기 전에 청룡과 황룡을 그려 절 마루 끝 양 기둥에 붙여 놓으면 괴물이 나타나되 일대 이변이 일어날 것이니 그대로 시행하라”고 하신거야. 드디어 초하룻날 밤, 횃불을 높이 들어 사방을 훤하게 밝히고 모든 스님들도 큰 스님 옆에서 불경을 외웠겠제. 그려도 월매나 두렵고 떨리겄어, 잉! 순간! 아조 귀신이 나올 듯헌 싸늘한 기운이 절 경내를  휩쓸더니 갑자기 휘파람 소리가 요란해지면서 뚜벅뚜벅 발자국 소리가 커지더래. 워메 순간 월매나 놀라 자빠지겄어. 근디 두려운 마음을 접고 눈을 크게 뜨고 큰 스님이 뜰아래를 내려다보니 시상에나 커다란 괴물, 지네가  엎드려 있더래. 화가 나서 혼내려고 허는데 이 괴물이 말하기를 “나는 천 년 묵은 지네입니다. 이제 인간 세계에서 수명을 다하여 승천할 기회가 왔는데 절에서 밤낮으로 향불을 피워 대는 바람에 숨이 막혀 뜻을 이루지 못하니 이 어찌 원통하지 않겠습니까? 오늘 밤에는 기필코 모두를 쓸어버리고 승천하려 했는데 청룡과 황룡이 이를 방해하니 이제 스님께 구원을 청할 수밖에 없습니다. 원하옵건대 새 터를 잡아 절을 옮겨 주기만을 빌겠습니다”라고 하는 거야. 잠시 혼절했다가 깨어나서 꿈 이야기를 들려주고 새로운 절터를 찾기 시작했겠지. 그래서 청룡과 황룡이 버티고 있고 사천왕상과 부처바위가 있는 시방의 절터에 세운거랴. 다시는 지네 같은 괴물이 자리를 틀지 못허게 말이여. 워쪄! 아담하고 정겨운 강천사에서 울덜도 기도 쬐가 올려 보고 갈꺼나 잉!

 

강천산에서 순창군민 모두가 건강하고 행복하자고 기도 올려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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