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송구영신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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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송구영신가’를 생각한다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1.01.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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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고 스무날이 지난다. 해가 바뀔 때마다 버릇처럼 떠올리던 말, 송구영신을 찾기에는 늦은 감이 있다. 오늘 문득 새해를 맞이했는데도 새해 같지 않아 송구영신의 의미를 되짚어 본다. 언젠가 ‘송구영신가’라는 연대와 작자 미상의 동학가사를 풀이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간혹 적어둔 공책을 찾아 뒤적여보니 “고금 역사의 변천과정과 함께 ‘송구영신’의 의미로 동학이 나오게 된 운수를 읊고 그 가르침을 잘 이해하기를 강조한 노래”라는 설명이 적혀 있다. 꽤 오래된 기억이지만 그때 송구영신이라는 말이 그저 세월을 보내고 맞이하는 사자성어가 아니라 세상을 바꾼다는 변혁사상이 함축되어 있는 희망과 다짐의 의미는 깨달음이 좋아 기억해 두었었다.

그렇다. 지난 110여년의 우리 역사는 새 세상을 열려는 송구영신 세력과 낡은 것을 고수하고 변혁을 거부하는 수구역신세력 간의 싸움의 연속이었다. 1894년 동학농민전쟁은 가렴주구를 일삼는 봉건사회의 억압과 제국주의의 침탈에 맞선 민초의 항거였다. 인내천 세상을 열고자 했던 진정한 의미의 송구영신 혁명이었다. 동학농민전쟁이 외세와 손잡은 수구세력에 의해 좌절되자 나라는 망하고 민족은 일제강점기 아래서 36년 동안이나 식민 노예생활을 해야 했다. 해방 뒤엔 일제잔재를 청산하고 통일 민족국가를 세우려 한 송구영신 세력이 또 패배해 민족의 분단이란 비극과 전쟁참화까지 겪게 됐다.

어찌 지난 100여년의 역사와 민중의 참화를 다 얘기하리요. 낡은 세력은 새로운 기회를 잡아내는데 영리하고 강력하나 변혁의 기회를, 개혁의 깃발을 세우려는 세력은 기회를 놓치고 좌절을 반복했다. 기회를 놓친 자는 기회를 잡은 자를 폄훼한다. 기회주의자에게 당했다며 자위한다. 기회주의는 ‘어떤 일에 있어서 종국의 목표를 위해 철저하지 못하고 정세에 따라서 기회를 관망하고 지조 없이 편의적으로 행동하는 경향으로 이론의 결핍과 행동의 돌변이 특징’이라고 한다. 그래서 기회주의를 좋게 말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그를 욕하기 전에 어쩌면 우리 모두가 기회주의자라는 반성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기회주의는 아전인수(我田引水)의 법칙이 작용하는 개념이다. 반대편에 있다가 내편으로 오면 ‘투철한 성찰’이 되지만 내편에 있다 반대편으로 가면 ‘더러운 변절’이 된다.” “기회주의는 행태적 개념이다. 약속과 언행을 뒤엎고 새로운 상황에 맞춰 다른 행동을 취한다. 자기의 정당화를 위해 화려한 거대담론으로 포장하려 애쓴다.” 강준만 교수의 말이다. 그는 ‘한국사회는 기회주의자가 흔한 사회요 우리는 내용만 좋다면 별반 반감을 갖고 있지 않은 국민이라고 말한다. 오랜 세월의 격랑을 거치면서 갖게 된 습성이며 말로는 신의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실로는 사소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송구영신은 무엇인가. 우리지역의 기회주의는 또 무엇인가. 나는 ‘송구영신가’에 대한 오랜 기억을 되살리며 지금의 송구영신을 위해 어떤 기회를 잡아야 하는지 고민한다. 민초의 물결은 정략 기만 독선 따위의 쓰레기를 쓸어내고 역류를 용납하지 않으며 굴절된 역사를 바로 잡는다는 나의 믿음을 의심하면서.
그러나 “언제 어떻게 무슨 바람이 불건 대세를 추종하는게 진리요 정의다. 대세를 무시하고 양심과 소신을 갖고 나서봐야 손해이고 바보 된다”는 유혹에 항복하지 않겠다. 기회를 잡는대는 용감할지언정 사전적 기회주의자가 되지 않겠다. 이 땅의 항거의 물결이 되어 민족을 바로세운 선열과 묵묵히 생업에 종사하며 지역을 지켜온 양심적 민초들이 나의 스승이요 동지이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는 송구영신을 위해 진력을 다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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