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바꿔야 교육이 변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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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를 바꿔야 교육이 변할까
  • 림양호 편집인
  • 승인 2017.03.22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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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에서 깊은 밤까지 불을 밝힌 곳을 찾기는 쉽지 않다. 순창읍내에서 가장 오랫동안 불을 밝히는 곳은 어디일까. 전주에서 순창으로 들어오는 길목, 옥천인재숙 벽면에 걸린 “순창을 넘어 대한민국의 별이 되자”는 발광전등이 짙은 어둠을 밝힌다. 요즘 고등학교의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이 ‘강력한 자율’로 바뀌면서 상당수 학교에서는 밤공부가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교나 교사들이 있고, 옥천인재숙은 상당수 군민이 ‘교육의 요람’으로 인정하는 곳이니 입사생들이 ‘대한민국의 별’이 되기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일은 나무랄 일은 아니다.
문제는 학교의 주도 없이 교육의 변화를 이룰 수 없다는 데 있다. 초유의 대통령 탄핵의 시발이 정유라의 이화여대 부정입학사건이었고 이 사건이 시사하는 의미는ㅎ 작지 않다. 광화문 광장에서 자유 발언하던 똑똑한 촛불소녀가 살인적인 대학입시교육에서 벗어날 방도가 있을까. 교육주체의 일원인 학교와 교사가 교육을 ‘공공재’, 즉 권리로 보지 않고 ‘상품’으로 보는 교육관으로는 어림없다. ‘공교육정상화’를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걸림돌은 교육을 보는 철학의 차이다. 교육을 ‘상품’으로 보는 학교와 교사가 공교육을 망친다.
좋은 대학에 보내고, 취직을 잘 시키면 일류학교인가. 교육의 일반적 목적은 스스로 지속적으로 학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하고, 지엽적 지식의 축적이 아닌 학습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다. 1998년 3월, ‘교육법’을 대체한 ‘교육기본법’에는 “모든 국민은 평생에 걸쳐 학습하고, 능력과 적성에 따라 교육 받을 권리를 가”진다며 학교교육을 ‘유아ㆍ초등ㆍ중등ㆍ고등 교육’으로 구분했다. “학교는 공공성을 가지며, 학생의 교육 외에 학술 및 문화적 전통의 유지ㆍ발전과 주민의 평생교육을 위하여 노력”해야 하고 “학교교육은 학생의 창의력 계발 및 인성 함양을 포함한 전인적 교육을 중시하여 이루어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이러한 교육제도 속에서 성장했다. “(공교육이)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푸념까지도 공교육의 힘으로 일궈낸 것이다. 공교육을 거치지 않았다면 그런 주장과 논리조차도 펼 수 없을 것이다. 정부 수립이후 교육정책이 셀 수 없을 만큼 바뀌었고 찬ㆍ반이 갈렸다. 그러나 시대상황에 따라 경중의 차이는 있었지만 다수 국민의 바람은 ‘공교육정상화’였다. 하지만 일류대학 입시경쟁, 정치ㆍ경제ㆍ사회ㆍ교육ㆍ종교계까지 퍼진 연고주의를 인정하고 향유하는 사회풍토에서의 공교육정상화는 구호일 뿐이다.
학교와 교사가 무너진 공교육을 강 건너 불구경하듯 방관하면서 정상화를 운운하는 태도는 볼썽사납다. 일등지상ㆍ성적만능주의라는 경쟁과 효율을 앞세우고, 그 잣대에 학생들을 줄 세우고, 농촌 교육환경 등을 이유로 자치단체의 교육시책에 비판 없이 편승하더니, 지난 연말에는 아예 공개적으로 ‘옥천인재숙 연계학습’을 홍보하며 신입생 유치에 나섰었다. 교사와 학교가 지역 분위기와 시류에 눌려 교육자 아닌 근로자로 전락했고, 주민은 자치단체의 융숭한 대접(?)에 기가 죽었다면 과도한 비판인가.
일류대학 입학생을 서로 자기 공이라고 우기는 보도 자료에 무감각해질 즈음, 한 자치단체장이 “지금 교육은 줄을 세워서 기준에 떨어지는 아이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하며 “우리가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차이와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아이들을 위해 교육의 철학을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마음 속 깊이 파고든다.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드는 입시제도’나 ‘번듯한 입시학원 하나 없는 농촌지역’을 탓하기 전에 “공무원들만의 탁상행정이 되지 않도록 학부모들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해야 한다. 우리가 직접 참여하고 노력하지 않으면 좋은 세상은 오지 않는다”는 제안이 새벽바람이 되어 차갑다.
대선 예비주자들은 학제개편, 교육부 폐지 등 거대한 공약을 연일 발표하지만 지역정서는 여전히 소박하고 단순하다. 부모는 내 자식이 어긋나지 않고 건강하기를, 선생님은 오롯이 아이들만 보며 교육할 수 있게 해달라고. 다만 정도를 버린 학교와 교사는 자치단체를 압박하고 시책에 편승해 사익을 얻는다. 절차를 어기지 않았다는 명분 뒤에 숨어서… 아는 사람은 다하는 편법을 자행한다. 달포만 참으면 사람의 눈총은 받지 않을 터인데. 학교를 바꿔야 순창교육이 변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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